○…경기순환(변동)은 흔히 호황, 후퇴, 불황, 회복의 4가지 국면으로 반복된다.순환 주기에 따라 파동을 나누는데 콘드라이예프, 쿠즈네츠, 주글라, 키친 등이 그것이다. 모두 해당 파동을 처음 발견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땄다.콘드라이예프 파동은 평균 45~60년을 주기로 경기가 순환곡선을 그린다는 의미로 흔히 ‘장기파동’으로 불린다.쿠즈네츠 파동은 평균 15~25년, 주글라 파동은 7~11년, 키친파동 약 40개월 주기로 경기가 성장과 퇴보를 반복한다고 봤다.경기순환과 파동에 따라 파생된 용어도 매우 많다.‘슈퍼 사이클’도 이 중 하나다. 슈퍼 사이클은 사전적으로 20년 이상 가격의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의미한다.다만 최근에는 굳이 기간을 따지지 않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선 슈퍼사이클’과 같이 호황기 초입에 들어선 산업을 부각시키기 위해 널리 쓰이고 있다.○…경기침체와 출혈경쟁 등 수년간 우울한 소식만 들리던 전력기자재 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변압기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2010년대 중반까지 호조를 띠던 변압기 수출은 미국 반덤핑 이슈가 터지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미 변압기 수출은 약 10년 만에 3분의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새벽 6시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기습 공격했다. 이들은 로켓포 수천 발을 쏘고, 민간인 포함 1000여명을 학살했으며, 150명이 넘는 인질도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전투기와 미사일을 앞세워 압도적 화력으로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고 있으며, 지상군 투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세계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전쟁의 다음 쟁점은 이란 등 다른 아랍국의 참전 여부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국들은 종파간 분쟁이 심하기는 해도 종교간 분쟁이 벌어지면 하나로 뭉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강화될 수록 다른 아랍국의 참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으며, 그 분기점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강제 진입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팔 전쟁에 다른 아랍국이 참전한다면 이는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중동은 세계 원유의 1/3을 공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중동에서 70% 이상의 원유와 35%의 가스를 들여오고 있다. 중동전쟁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우리나라는 석유, 가스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중국의 제후국을 자처했던 조선은 중국 황제의 연호를 연도를 표기하는 단위로 사용했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에 사신을 보내서 왕위계승을 인정받아야만 했다.통치의 정당성을 이웃 나라 대국인 중국에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조선은 변경국가였고 명나라가 조선보다 앞서있다는 사대주의가 밑에 깔려있었다.변경 국가의 한계는 현대사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 직접, 보통 선거가 아닌 정통성이 없는 방법으로 집권했던 정부는 미국의 인정이 필요했다. 이는 정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문의 권위 역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학자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국내에서 대학을 가지 못하면 해외로 유학 가는 학생이 생겼을 정도로 해외 명문대학이 아니면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낫다는 말도 들린다.한국의 경제력, 문화, 학문적 수준이 높아져 직접 외국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이상 변경국가가 아닌 데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과 빈번한 해외 교류로 외국에 가서 직접 눈으로 견학을 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굳이 필요하면 본인 돈으
윤석열 정부의 ‘약자와의 동행 1호’ 법안인 납품대금 연동제가 4일 드디어 시행에 들어갔다.납품대금 연동제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가 10% 이내 범위에서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에 연동해 하도급대금을 조정토록 한 것이다.이 제도는 앞으로 수탁기업이 수탁·위탁거래 계약을 맺은 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을 홀로 부담하고 그것이 공급망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에는 지난달 26일 기준 총 6533개사(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가 동참키로 했다. 이들 기업은 중기부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활용해 납품대금 연동제를 자율적으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납품대금 연동제는 지난 2008년 원사업자와의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불거지는 불공정한 거래로 어려움에 처한 수급사업자(주로 중소기업)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법제화 촉구를 결의하면서 처음 제기됐다.당시 정치권도 연동제 도입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결국 연동제 대신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두는 쪽으로 일단락이 됐다.‘납품대금 조정협의
○…정부와 전기회사들은 1951년부터 1961년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어설픈 목표에 불과했고 제대로 실행되지도 못했다. 10년 동안 완성된 발전설비는 13만kW에 불과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남한은 해방이후 불과 20만kW 미만의 전력설비를 가지고 하나의 발전회사와 두 개의 배전회사가 나눠 운영했다. 3개 회사 모두 재정난이 심각했다. 이러자 전기사업체의 개편 내지 통합론이 무르익었다. 민주당 정부가 1961년 3월, 국무회의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법’안을 의결, 민의원에 회부해 상공분과위서 가결하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했지만 이 조차도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중단됐다.군사정권은 경제문제 해결의지를 담은 ‘혁명정부경제청서’를 공표했는데, 전 정권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국민경제가 파산상태라고 진단하고, 시급히 해결할 경제문제로 전력난을 거론했다. 전기사업체 개편 작업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던 제2공화국의 통합 법안을 대부분 채용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마침내 1961년 7월 1일 조선전업과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3사를 통합해 한국전력주식회사가 발족됐다. 통합 한전이
탄소중립 시대에서 배터리산업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하는 ESS 시스템 보급을 위해서는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배터리산업의 성장을 예측하고 20~30년간 꾸준히 투자한 것은 정말 선견지명이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미국,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지만 전기차 시대가 개화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나지 않자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반면 우리나라는 총수 중심의 지배체제로 꾸준히 R&D 및 상용화 투자를 계속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배터리 제품을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역시 에너지 독립과 국가적 산업 육성 차원에서 집중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더 우수한 배터리 기술 및 밸류체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중국의 배터리산업은 우리나라보다 더 멀리 내다봤다.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광물이 많이 들어가는데, 중국은 이 점을 간파하고 글로벌 광물 확보까지 선점해 현재 세계 배터리 광물 및 소재 대부분이 중국 손을 거쳐 나오고 있다.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사실상 중국의 배터리 광물 및 소재 사용을 견제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명문화하거나 당장 끊지 못하는 이유도 중국 외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세금을 줄여서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건전화를 추구한다. 국방과 같이 필요한 분야에는 예산을 무한정으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국민은 작은 정부로 인한 복지축소를 우려한다. 세출모니터링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이 작은 정부 성공의 핵심이다.국내에서 돈을 사용하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어 경제 활성화에 크든 작든 이바지한다. 지난 정부 때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을 뿌렸던 이유다. 그런데 외국에서 세금을 사용하면 국내 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세출모니터링에서 공공기관의 해외출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지난 8년간 새만금 잼버리를 명목으로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99번이나 다녀온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최근 이순걸 울주군수의 핀란드 온칼로 방문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가 비난을 퍼붓고 있다.국내 원전 본부 가운데 가장 늦게 생긴 한수원 새울본부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은 2066년이다.고리·한빛 본부의 2031년, 한울본부 2032년인 것을 고려하면 현안은 맞을지 몰라도 시급하지는 않다. 고리, 한빛, 한울 본부를 지켜본 후 핀란드를 가는 것이 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공개한 2021년 화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체 3만6267건의 사고 중 전기화재는 8241건으로 22.7%을 차지했다.데이터를 보면 전기화재는 2012년 9225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에는 7563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다시 2018년(9240건)부터 늘어나 지금은 매년 8000건대,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상자 수와 재산피해액 역시 상당하다.화재원인은 대부분 절연열화, 트래킹, 입착손상, 층간 단락과 미확인단락 등에 의한 아크사고라는 게 전기안전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화재를 줄이기 위해선 아크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아크차단기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아크차단기는 스위치의 온·오프와 같은 정상적인 조작에서 발생하는 아크에는 동작하지 않고, 절연열화나 압착손상, 층간단락 등으로 아크(불꽃방전, 전선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파크현상)가 발생한 경우에만 전원을 차단하는 보호 장치다.미국 등에서는 일찍부터 이 제품의 효과를 인정하고, 1999년 UL 1699 AFCI 표준을 제정한 뒤 2002년 주택 내 설치를 의무화했다. 미국은 목조주택 등이 많아 전기화재가 발생할 경우 삽
○…실크로드는 인류문명의 교류가 진행된 통로다.고대 비단무역을 계기로 중국과 서역 각국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준 육해 교통로의 총칭이다. 총 길이 6400㎞에 달하는 실크로드는 중국 중원(中原)지방에서 시작해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가로질러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 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안과 북안에 이른다.장현우 전기공사협회장이 지난 7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21개 시·도회를 직접 찾아 회원들과 마주한 순회간담회를 마쳤다.서울 동부회에서 시작해 부산시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30일간의 대장정 동안 장 회장이 이동한 거리도 공교롭게 총 6000㎞에 달한다.실크로드가 문명의 교류를 열게 했다면, 협회 순회간담회는 2만여 회원사들과 협회 정책 및 운영 철학을 공유하고 미래 발전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축적의 거리로 평가될 만하다.○…그렇다면 30일간의 대장정은 무엇을 남겼을까.우선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사옥매각·신축 검증 결과를 가감없이 전국의 회원들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전기공사협회의 서울 등촌동 사옥매각과 오송 사옥 신축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가동된 특별위원회는 3개월의 활동 끝에
에너지의 중요성은 수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에너지 없이 하루는 고사하고 단 한 시간도 견디기 힘들다. 상상해 보시라, 요즘 같이 뜨거운 날씨에 에어컨 바람이 끊긴다면? 상수도 공급이 끊겨 물도 마시기 힘들다면?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을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에너지 및 광물 수입에 사용한 비용은 330조6300억원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 엄청난 에너지와 광물을 수입하면서 단순히 해외 에너지 기업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기업이 확보한 물량은 거의 없고 해외 기업이 생산한 물량을 수입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국내 수입량 중 국내 기업의 확보량)은 1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와 환경이 같은 일본의 자원개발률은 40%에 달한다. 즉 일본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가스 중 40%를 일본 기업이 확보했다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단 11%만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자원개발률은 해외 자원 수입 중단 시 급하게라도 얼마
1990년대 초반 여름 스위스 인터라켄을 여행했다.기자의 눈앞에 만년설로 덮인 산이 펼쳐졌다.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은 산인데 4000m가 넘는다고 했다. 그 정도로 높은 산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눈을 볼 수 있었던 여름의 알프스는 환상적이었다.한국을 방문했던 독일인은 기자에게 설악산이 알프스보다 낫다고 말했지만 기자는 알프스가 더 좋았다. 아름다운 호수와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이야기이지만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왜 알프스로 돌아갔는지 이해됐다.20년 후 다시 인터라켄을 가니 눈이 거의 사라졌다. 산 정상에 약간 보일 정도였다. 빙하가 녹고 눈이 사라진 알프스는 옛날처럼 아름답지 않았다.지구온난화는 강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인류를 향하고 있다.올해 폭염 사망자가 벌써 20명이 넘었다.태풍이 세찬 비바람을 몰고 오는 반면에 폭염 피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태풍보다 사망자가 많다고 한다. 폭염의 피해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저소득자, 고령자, 만성질환자에 더 잔혹한 재난이다. '돈 없고', '힘 없고', '건강도 잃은' 사회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된다.국가는 무조건 전기를 절약하자면서 인내심을 키울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달 초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소기업 인력난 현황 및 시사점’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에서 39세 이하 인력 비중은 2021년 28.2%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2.0%에 비해 하락했고, 특히 지방의 경우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제조업의 경우 전 산업 대비 높은 인력부족률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2022년 1분기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23년 정부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한 6대 업종 중 하나로 제조업을 지정할 만큼 인력문제가 심각하다.이와 같은 제조업 인력난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거나 설비 자동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그중 10곳 중 약 2곳(18.1%)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제조업 중에서도 전통 제조업에 속하는 전력기자재 제조업의 고용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전을 비롯한 관수시장과 민수시장에 전력기자재를 공급하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대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젊은 청년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고, 어렵게 채용하더라도 적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해 오래 인연을 맺지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잊을 만하면 데자뷰처럼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문장이다.떠올리기 싫지만 가장 강렬한 악몽은 누가 뭐래도 1995년 6월 발생한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다. 인명피해는 1400명을 넘었고 재산피해도 수천억원에 달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등도 충격을 주긴 했지만 삼풍 사고는 2014년 세월호 사건 만큼이나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모태인 재난관리법도 삼풍 사고 직후 제정됐다.4개월이 넘는 정밀감정과 수사 끝에 서울지검은 당시 백서를 내고 “설계하자, 부실시공, 유지관리상의 과오 등이 준공 후 5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상호작용해 발생한 해방이후 최대 참사”라고 밝혔다.그리고 30년이 흘렀다. 삼풍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선 대형 건설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5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붕괴, 2008년 강남 나산백화점 붕괴,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금의 재난법은 국민의 눈물과 아픔 위에 덧칠해졌다는 표현도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다.철근 누락 시공은 예나 지금이나 고질적인 부실시공의 주범이다. 콘크리트가 근육이라면,
우리나라도 따르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지난 6월 26일에 기업의 ESG 공시 기준을 발표했다. 명칭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며, 이는 SI와 S2로 나뉜다. SI은 사회책임(S)과 지배구조(G)에 해당하며, S2는 환경(E)에 해당한다. ESG 공시는 원칙적으로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실질적 공시는 2025년부터 나오게 된다.지속가능성 공시는 국제적 합의이기 때문에 당장 우리나라 기업이 강제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는 만큼 곧 우리나라도 이를 법제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법제정 및 정책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는 대기업부터 의무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대기업들이야 자본과 인력 그리고 역량이 충분하고 ESG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의무화가 시작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ESG 공시는 단순히 ESG에 관한 현황을 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개선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볼때 국내 중소기업들이 현재의 역량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예를 들면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려고 해도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외부 용역을 써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중앙집권이 사회를 안정화하고 부국강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지방의 호족이 독립하거나 반란을 일으킬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왕이 있는 수도보다 큰 도시를 용납할 수 없었다. 또한, 인력과 자원의 집중으로 인한 효율성은 문화를 번성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중앙집권에 성공한 프랑스는 부국강병을 이룩하고 유럽 최고의 문화국가가 됐지만 인근 독일은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나폴레옹에게 침략당했다. 우리가 계몽 군주로 알고 있는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도 평소에는 불어를 사용하다 욕할 때만 독일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한 독일어가 지금은 영어보다 더 품격있는 언어로 들리는 것은 아이러니다.이러한 유럽에 비해 한국에서 중앙집권은 오래된 전통이었다.이미 14세기 말 조선왕조는 전국에 관리를 파견하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중앙집권 국가를 이룩했다. 당시 유럽은 왕에게 아부하거나(궁정 귀족) 전쟁에서 영토를 획득해야만 귀족이라는 지배층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조선은 과거라는 시험을 거쳐 관리를 선발해 통치권을 위임했다. 상피제를 적용해 친인척 및 토착세력과의 유착관계를 차단하려고 했다. 또한 살옥(殺獄) 사건에는 서울에 있는 국왕의
최근 증권사들이 예상한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은 평균 1조6825억원이다.한전이 3분기에 흑자를 실현한다면 2021년 1분기(5716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지긋지긋한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국제 에너지가격의 안정, 그리고 올 1월(㎾h당 13.1원)과 5월(㎾h당 8원) 두 차례 인상하면서 13.2% 오른 전기요금의 영향이 컸다.물론 산업부가 2023년 계산한 필요 전기료 인상폭(kWh당 51.6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적자의 고리를 끊고,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지난 2년여간 국내 전력산업의 기둥 역할을 하는 한전은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우선 202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쌓인 누적적자만 45조원에 달했다. 이 빚을 감당하기 위해 한전이 올해 발행한 채권만 11조원이 넘는다. 1분기에 지불한 이자도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어떻게 갚아 나갈지 걱정이다.한전은 또 지난 5월 초 총 25조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계획도 내놔야 했다.자구계획에는 부동산 등 자산매각, 임직원 임금 동결, 조직 구조조정과 인력효율화 등 한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아직 6월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은 더욱 그렇다. 내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50인 미만 기업이 절대 다수인 전기공사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2021년 현재 전체 2만274개 전기공사업체 중 1만6000여개 기업이 50인 미만 기업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림잡아도 80%가 넘는 수치다.중처법 시행에도 불구, 현장에선 중대재해가 여전하다. 고용부가 내놓은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사고 사망자는 79명으로, 전년 동기(79명)와 같았다.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128명)의 61%를 차지한다. 내년 법 적용을 앞두고도 사망자 감소에 좀처럼 변화가 없는 셈이다.본지는 지난 5월, 창간 59주년을 맞아 ‘전기공사, 미래를 준비하자’라는 테마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이슈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여러 항목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중대재해가 계속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것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있다. 2050년을 목표연도로 정한 곳도 있고, 그보다 더 늦게 정한 곳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탄소중립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배터리가 꼽힌다. 배터리는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 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저장한 전기로 전기차 같은 모빌리티도 가동하고,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방출함으로써 끊김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그 중에서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밀도, 가격 등 여러 면에서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에너지 저장장치로 꼽힌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새로운 물질이 개발되지 않는한 계속 핵심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적으로 한 해에 9000만대에서 1억대의 신규 자동차가 생산된다. 이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022년 10%를 넘었고 올해는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전기차 수요는 연평균 33%씩 성장하고,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는 연평균 37%씩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 5월 25일부터 이틀간 ‘원자력 청정수소 국제 비즈니스 포럼’이 기후산업국제박람회의 특별행사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이날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뒤처졌다며 ‘원전수소’에 대한 진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포럼의 발표자도 청중들도 핑크수소 대신 원자력수소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 듣고 보니 핑크수소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지난 정부에서 원자력은 일종의 금기어에 가까웠다.그래서 원자력수소 대신 핑크수소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일반인들은 그레이수소와 달리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기자도 핑크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 수소에 영어로 색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어색했지만 학자들이 그런 용어를 사용하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지인은 귀엽고 예쁜 이미지의 핑크에서 거대한 에너지인 원자력은 상상이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핑크수소라는 말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고 프랑스는 원자력에서 생산된 수소도 탄소배출이 적다는 의미에서 그레이수소라고 한다.원자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자는 주장은 지난 정부 때도 있었다.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년 전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원자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
지난 3월 실시된 제26대 전기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패한 박봉서 대표가 운영하는 삼성파워텍 외 11개사는 5월 3일 전기조합을 상대로 ‘임시총회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전기조합 선거관리위원회가 동생이 대표로 있던 오성기전의 공동대표이사로 등기한 지 14일 밖에 안 된 문희봉 후보의 입후보 등록을 받아준 점, 선거가 있던 3월 22일 임시총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정확히 공지하지 않고 바로 선거와 개표를 진행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이번 선거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법원이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원고인 삼성파워텍 외 11개사는 소장에서 “전기조합 선거관리위원회가 불공정 행위를 자행해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방해했고, 이로 인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지난 12일 소장이 전기조합에 전달되자 전기공업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했다.전기조합은 이사들에게 본지의 기사(제4134호 14면 기사 참조)와 함께 삼성파워텍 외 11개사의 명단을 회람했고, 해당사항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업계의 한 원로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전기조합이 이 지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