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목표만 몇 번째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없는데, 또 언젠가는 하겠다는 목표만 잡은 걸까요. 한국에선 이제 버티기도 한계가 온 것 같고, 그냥 외국만 바라봐야 하나 싶네요”최근 기자와 만난 한 ESS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사실 지난 몇 년간 ESS 업계를 취재하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불평 섞인 투정으로 들릴 수 있지만, 요 몇 달간은 분위기가 달랐었다. 에너지전환으로 전력망이 급변하면서 실질적으로 ESS가 상당히 필요해졌고 계통용 ESS 등장과 글로벌 시장 성장으로 피부로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 나도 이제 연기 정도로 그치는 높아진 안정성에다가 분산에너지법까지 통과하며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ESS를 위한, ‘에너지스토리지발전전략’도 발표되며 다시 한번 ‘해보자!’는 업계의 의지가 불타올랐다.하지만 이번에도 여기까지였다.마지막으로 전략이 발표된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변화는 없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줄 인센티브도, 전기요금 상승도, 계시별(time-of-use, TOU) 전기요금제도 심지어 새로운 사업도 없었다.달라진 분위기와 정부 발표로 사내 ESS 관련 부서까지 확장하며 기다렸던
지난 12일 찾은 대전 한수원 중앙연구원 ‘구조내진실증실험센터’에서는 마침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네모난 모양의 철판 진동대 위에 원전 설비 2대를 올려놓고, 지진파를 가하는 실험이었다.두 설비의 유일한 차이점은 지면의 흔들림이 설비로 전달되는 것을 막아주는 ‘면진장치’의 유무. 실제로 지진이 일어난 듯 약 30초간 진동대가 이 설비들을 좌우로 마구 뒤흔들자, 면진장치가 없는 설비가 금세라도 고꾸라질 듯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한다.시간 관계상 모든 실험장비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센터 내를 둘러보니 제법 많은 실험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확인한 내진성능 시험용 진동대를 비롯해 원전의 구조건전성 확인을 위한 각종 비파괴장비 20여 종이 그 주인공들이다.지진은 정말 무서운 자연현상이다. 예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데다, 삽시간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진이 원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두말할 필요 없다.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4.0 지진을 비롯해 지난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3.0 이상의 지진 횟수는 모
지난해 7월 시작됐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카카오모빌리티와 LG유플러스 간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JV) 설립에 대한 심사 결과가 두서너 날 내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사 결과가 1년 이내에 나온다는 통상적인 사례들도 있고 공정위 관계자가 조만간 결론을 짓겠다고 말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월에 총선도 끝났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어 보인다.일정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건 심사 결과다.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 건은 지난해 말에 한차례 승인을 거부당해 2023년 이내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됐다. 당시 전기차 충전 업계와 시민단체들이 양사의 합작법인이 공정거래를 제한한다고 주장했고 공정위도 이들의 주장을 공감해줬었다.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반대 일색이었던 충전 업계에도 균열이 생겼고 실제로 충전 시장에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우리나라는 ‘차충비(충전기당 전기차 수)’가 1.9대로 유럽 13대, 중국 8대보다 압도적으로 충전 인프라 수준이 우수하다. 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돈 될만한 곳은 이미 충전기 설치가 끝났다. 기(器)당 지원단가도 매년 줄고 있고 웬
제22대 총선이 끝나고 에너지 시장도 새 국면을 맞았다. 시장에선 ‘반쪽 승리에 머문 야당’, ‘여당의 상처만 남은 수성’ 등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간 뜻밖의(?) 결과를 기대하고 촉각을 곤두세운 재생에너지 업계에도 개운치만은 않은 결과다.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만난 태양광과 풍력 산업계 종사자들은 “그나마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이던 야당이 힘을 얻었으면….” 하고 바람을 드러내 왔다. 업계에 산적한 해상풍력 특별법 통과, 붕괴해 가는 태양광 산업 복원, 계통 부족 해소 등의 과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얻길 바랐던 것이다.재생에너지 업계가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의혹이 불거졌던 부정 이슈를 털어내고, 재생에너지 전력과 산업을 확대할 기반을 다시 닦자는 것이다.태양광 발전사업자 단체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우선 태양광의 난개발을 예방하면서, 보급을 저해하는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장 잠재량을 늘릴 복안을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 수립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 시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출력제어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 개진에 있어서도 뚜렷한 보상 규정과 투명한 의사결정구조가 동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22대 총선
지난 주말, 선거를 위해 충청권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8만여명이 거주하는 군단위 지역이었지만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점심 무렵 찾은 사전투표소는 일찌감치 투표를 하려는 사람이 몰려 상당 시간 대기를 해야했다.이런 분위기를 증명하 듯 4·10 총선 사전투표율은 역대 총선 최고 기록을 써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6일 이틀 동안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참여해 31.28%로 집계됐다. 21대 총선(26.69%)보다 4.59%p 높으며 역대 총선 중 최고 수치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많은 사전투표율을 보인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의 36.93%보다는 5.65%p 낮았다.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국민 분노와 심판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사전투표에 젊은층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보수층의 적극적 참여가 투표율을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반면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며 정권 심판 여론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여야의 말처럼 높은 사전
지난해 기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총 용량은 28GW에 달한다. 이는 정부의 2030년 목표인 14.3GW를 아득히 넘는 수치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우리나라는 단숨에 해상풍력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다만 28GW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30년까지 14.3GW 목표를 달성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현장 중 한전과 송전선로 이용협약을 맺은 현장은 5~6GW 규모로 추정된다. 계통 연결은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송전선로 이용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현장은 모두 허수라고 볼 수 있다.발전사업허가 시 ‘20xx년 이후 계통 연계’라는 단서 조항을 달고 조건부 허가를 받은 현장은 단순히 가능성을 인정받은 현장일 뿐이다. 이 가능성만을 가지고 수백억원이 드는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과정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이에 발전사업허가를 받고도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개발사 측 입장이다. 개발 과정에서 현장 지분을 팔고 나가려는 개발사가 아니라 상업 운전을 고려하는 진지한 사업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학·경력을 갖춘 이들을 특급기술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이전까지 엔지니어링 분야 학·경력자는 중급기술자까지만 등록 및 승급이 가능했다. 이는 업계 내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면서 석·박사급 인재의 이탈, 청년 인재들의 유입 감소 등 인력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약 5900명의 학·경력 기술자가 ‘고급기술자’나 ‘특급기술자’로 승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엔지니어링진흥법 개정에 따라 전기는 전문건설업 중 학·경력으로는 특급기술자가 될 수 없는 ‘유일한’ 분야로 남게 됐다.물론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공사협회와 전기기술인협회 등 전기관련 협·단체들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학·경력자 인정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사실 전기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젊은 인력들이 업계를 찾지 않으면서 현장의 고령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50세가 막내’라는 현장의 푸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올해 초 열렸던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이 전자통신 산업을 뒤흔들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이어 최근 개최됐던 스마트공장‧자동화전에서도 ‘AI’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제조 산업 현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이 AI 기술의 발전에 속도를 내며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제는 어느 기업이든 사업 전략에 AI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엔비디아는 AI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 8위였던 엔비디아는 2023년 단숨에 2위까지 뛰어올랐다. 1위였던 삼성전자가 3위로 밀려난 것만 보더라도 상당한 상승세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의 ‘전기차 캐즘(Chasm)’에 이어 AI 산업도 캐즘을 겪을 수 있고, 심지어 이미 캐즘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캐즘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말한다.제조 산업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의 AI 도입은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기후변화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이어 밥상물가까지 위협하고 있다.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과일 앞에 ‘금’과 ‘황금’을 붙인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과 도매가격이 1년 만에 2배 넘게 뛰어올라 올해 들어 처음 10kg당 9만원대를 기록했으며 배 도매가격도 15kg에 10만원 선을 넘어서는 등 과일값이 폭등해서다.이에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긴급 농축산물가격 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했고, 그 결과 사과와 배의 소매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7·8월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올해 농산물 가격 강세는 지난해 기상 이변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사과와 배 등 과일의 경우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잦은 호우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이처럼 호우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는 농산물 가격 상승에 이어 물가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 현실화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문제는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 문제가 한시적인 것이 아닌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 버렸나.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벌써 나를 잊어버렸나."1979년 발표된 가수 여진의 대표곡인 ‘그리움만 쌓이네’.발매된 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잊히지 않는 노래다. 떠나간 무언가를, 행복한 과거를 떠올릴 때 이 음악만큼 잘 어울리는 곡은 찾기 어렵다.요즘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이 떠오른다.전력 수급 위기 때마다 모두 DR을 찾고, 대기업도 관심 갖고 사업에 뛰어들던 그 시절과는 다른 격세지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한때 최고의 미래 에너지 관리 자원 중 하나로 손꼽히며 급성장하던 DR이 성장세 답보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변함없이 에너지 업계 한 편에서 수요관리의 역할을 착실히 해내고 있지만 풍부한 에너지 공급 정책 중심에 밀려, 제조업 중심이라는 타이틀에 밀려 이리저리 치이며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단순 성장통으로 보기엔 침체가 길다.국민DR과 플러스DR, 패스트DR 등 차세대DR이 나타나며 외연은 확장되지만 “돈 없다”며 ‘돈 안 되는’ 사업으로 유도하는 한전과 정부의 정책에 진정한 성장은 멈춤 상태다.
지난해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첫 호기 프로젝트 취소로 전 세계 SMR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뉴스케일은 유일한 인증 노형이라는 점을 앞세워 일찍이 SMR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승승장구하던 뉴스케일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제성 문제였다.SMR 시장이 한동안 가라앉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SMR 첫 호기 건설을 향한 시장의 물밑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한 모습이다. 한국 기업도 해외 개발사의 첫 호기 사업에 참여할 발판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뉴스케일의 루마니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케일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루마니아 SMR 사업이 2단계 설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사업은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9년 상업운전이 목표다.이 사업에는 한국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주인공은 삼성물산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정책형 뉴딜펀드,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3사다. 설계 참여 조건으로 1000억원 정도의 한국 자금이 투자되는데, EPC 단계에 진입하면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현대건설과 미국의 또 다른 SMR 개발사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화재의 빠른 대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소방청, 자동차공학회, 대학들과 소방기술 연구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협약도 맺고 연구 방안도 논의했다.공동연구의 골자는 전기차 화재를 빠르게 감지하고 진압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학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거동 특성 등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화재 신속 감지 기술과 같이 어떻게 화재를 빠르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또 소방연구원은 지하주차장 상방향 주수 시스템처럼 현장에서 빠르게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자동차공학회는 효율적인 관련 제도화 방안에 대해 연구하며 현대차그룹은 각 연구과제가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장비, 차량, 부품 등을 적극 지원하고 실증도 함께 하기로 했다.전기차 화재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된 현 상황에서 이 같이 소방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화재 예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응에만 협력하는 현대차그룹의 행동에는 아쉬움이 남는다.앞서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재예방형 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지역 공천은 얼추 마무리가 됐고, 비례대표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그런 가운데, 기후에너지 전문가들의 국회 입성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2대 국회 입성에 도전한 기후에너지 전문가는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국민의힘),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국민의힘),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민주당),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녹색정의당) 등이 있다.돌이켜보면 그동안 에너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에너지 관련 입법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제21대 국회에서도 전력·에너지 전문가보다는 환경 전문가들이 포진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이렇 듯 전문성의 부족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회 기능에 여러 문제들을 야기했다.에너지 관련 법안들이 속해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법안 발의는 총 1557건으로,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667건에 불과해 법안통과율은 42.9%를 기록했다. 21대 국회 종료를 2개월 앞둔 현재 산자중기위의 미처리 계류 법안은 890건에 달했다. 계류된 법안 가운데 에너지 관련 법안들은 200여건이 넘는다.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에너지를 정쟁화 시키면서
“바람이 불면 구름이 떠난다. 사실 구름이 떠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밀어낸 것이다. 사실 바람은 불었고 구름은 떠간 것이다.”한참 시를 좋아했던 시절 어디선가 들었는지 아니면 직접 적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시구다.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진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시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구조를 활용해 여러 개발사가 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투자금에 따른 지분을 나눠 갖는다.이 지분이라는 구조는 프로젝트가 운영 단계에 돌입하면 지분율에 따른 수익배분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임과 동시에 어느 순간 매각이 가능한 하나의 상품이기도 하다.대규모 리스크를 지고 프로젝트를 개발해온 개발사들은 운영 수익을 누릴 것인지 지분 매각 수익을 누릴 것인지 언제든 선택할 권리가 있다. 또는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운영 수익과 지분 수익을 둘 다 얻을 수도 있으니 이런 시장 구조는 개발사가 대규모 리스크를 질 만한 충분한 동기가 된다.다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이 아닌 운영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자를 진성사업자라고 평가한다. 한국처럼 경험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까지
국내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첫 손에 꼽혔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4년 기업 규제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3.3%는 올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규제를 꼽았다.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공포와 부담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규제(35.5%)와 최저임금제도(21.0%) 등도 경영에 부담을 주는 규제로 지목됐다.이어 기업들은 제22대 국회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노동규제 개선(48.0%)을 맨 먼저 언급했다. 조세 부담 완화 등 세제 개편(29.7%)과 안전 및 환경 규제(26.0%), 경제 형벌(17.9%) 등도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현 시점에서 부담이 되는 규제는 ‘안전’에 관한 부분이지만 실제 경영 환경에서 체감하기로는 노동규제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규제 혁신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정책의 일관성과 규제 불확실성 축소 등이 40.2%로 가장 많았다. 속도감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39.0%였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전력기자재 분야 중소기업 중 한 곳에서 ESG경영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기업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기업은 “ESG경영이라는 게 중소기업에는 아직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밝혔다.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시장과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례가 없는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화두로 기업들의 ESG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SG경영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중소기업들은 장기간의 경기 위축과 실적 악화 등으로 ESG경영에 대한 의지마저 줄어든 모습이다. 전력기자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국내 관수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중소기업들은 ESG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ESG경영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지난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 공시’ 규정을 채택한 것은 ESG경영의 글로벌한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 상장사들은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배터리 전시회를 찾았다. 배터리 업계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행사다.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고작 1년 만에 새롭게 탈바꿈했다.지난해보다 참가기업은 20% 늘었고 올해는 개막 첫날 참관객 수만 3만5778명으로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인구 감소 위기 대한민국에서 당일에만 3만5000명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이제는 ‘최대 규모’를 강조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인터배터리가 개최된 코엑스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공사까지 하며 행사장을 넓혔다. 그럼에도 이른 완판으로 전시회장 바깥 복도에 자리를 잡거나 아예 참가하지 못한 기업도 꽤 많았다고 한다.전시회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이 워낙 많아 내년에는 이 정도 부스도 차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주요 인사가 빠져 업계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지난해 ‘인터배터리 2023’과는 달리 올해는 배터리 3사 CEO가 모두 전시회를 찾았다. 달라진 위상 탓인지 주요 그룹 총수도 현장을 찾았다.반대로 올해를 시끌시끌하게 만든 것은 배터리 리더들의 발언이다. 매해 ‘이벤트’가 없어 아쉬웠던 인터배터리는 사람으로
최근 다양한 계층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층이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렸다.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기후위기 대응 재원 확대 및 컨트롤타워 강화, 원전·재생에너지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 미래 택배 1호’ 공약을 발표했다.이날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올해 기준 2조4000억원인 기후대응기금을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확대하고, 컨트롤타워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또한 기후대응기금 재원은 세율 조정과 쟁부 재원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교통·환경·에너지세 전입비율 7%를 조정해 일반회계 전입금을 확대하고, 배출권 가격 안정화, 전력산업기반기금·복권기금 전입, 정부 출연 등으로 추가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확보한 재원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산업 육성 등에 중점 투자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지켜내기 위해 신형 차세대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원전·풍력 등 무탄소전원에 유리하게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온실가스 감축 공약도 내놓았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4차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거리에 있는 나무들은 봄이 온 것을 느낀 듯 몽우리가 점점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지난달 한국 원전은 유럽 대형원전 시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체코 신규원전 1기 건설을 놓고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와 경쟁을 벌였던 한국수력원자력은 가장 부담스러운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새 라운드에 진입했다. 또 현대건설은 대형원전 2기를 짓는 불가리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그런가 하면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도 이달 중 한수원과 프로젝트 법인 사이에 타당성조사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원전 수출의 봄이 문 앞에 찾아온 것일까.흔히 한국 원전의 유럽 수출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웨스팅하우스와 당면한 소송전이 꼽힌다. 이 문제를 놓고 미국 워싱턴 DC에선 수출통제 소송이, 서울에선 국제중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한미 청정에너지 동맹을 맺은 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소송전이 원만히 해결되면 원전 수출의 성패를 가를 진정한 라운드가 펼쳐진다.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는 문제다. 수십조 단위의 원전 수출 규모 이면에는 이 사업비를 마련하는 문제가 도사린다. 아랍에미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올해 신규 회원사들에 가입비 명목으로 1000만원이라는 과한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협회에 가입하는 업체들은 모두 충전 업체들이다. 환경부가 충전 업계에 협의체를 만들기로 하고 협회가 소통 창구 역할을 자처함에 따라 36개 업체가 처음으로 가입했다.우선 1000만원이 왜 지나친 비용인지는 같은 업계에 공존하는 타 협회들의 회비가 100~200만원 정도인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심지어 1000만원도 연회비는 빼준 금액이다. 원래대로면 지난해 120억원 매출을 올린 충전 업체는 가입비 1000만원에 연회비 1000만원 총 2000만원을 내야 했다.비용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산출 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연 매출 1000억원 초과한 기업에 2000만원 회비가 그리 과한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매출을 ‘충전 사업’에서만 올린 기업은 거의 없다. 매출이 높은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이 있고 충전 사업은 보통 신사업이어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자체가 적다. 근데 기업의 연 매출을 기준으로 잡는 게 가당키야 하냐는 것이다.업계 전체를 봐도 기본적으로 협회비 자체가 과하다. 신규 회원사에 충전사업자(CPO)가 많은데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