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변동)은 흔히 호황, 후퇴, 불황, 회복의 4가지 국면으로 반복된다.

순환 주기에 따라 파동을 나누는데 콘드라이예프, 쿠즈네츠, 주글라, 키친 등이 그것이다. 모두 해당 파동을 처음 발견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땄다.

콘드라이예프 파동은 평균 45~60년을 주기로 경기가 순환곡선을 그린다는 의미로 흔히 ‘장기파동’으로 불린다.

쿠즈네츠 파동은 평균 15~25년, 주글라 파동은 7~11년, 키친파동 약 40개월 주기로 경기가 성장과 퇴보를 반복한다고 봤다.

경기순환과 파동에 따라 파생된 용어도 매우 많다.

‘슈퍼 사이클’도 이 중 하나다. 슈퍼 사이클은 사전적으로 20년 이상 가격의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의미한다.

다만 최근에는 굳이 기간을 따지지 않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선 슈퍼사이클’과 같이 호황기 초입에 들어선 산업을 부각시키기 위해 널리 쓰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출혈경쟁 등 수년간 우울한 소식만 들리던 전력기자재 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변압기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호조를 띠던 변압기 수출은 미국 반덤핑 이슈가 터지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미 변압기 수출은 약 10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아무도 예상 못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공급망 붕괴와 이에 따른 기존 업체들의 납기 지연, 북미시장의 변압기 교체 수요 등 3박자가 맞물리며 다국적 기업과 로컬 기업이 장악했던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공략할 틈이 생긴 것이다.

변압기 수명은 통상 30~40년인데, 미국 전력기기의 70% 가량이 25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체수요가 폭발하면서 LS일렉트릭,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기존 초고압 4사외에도 산일전기, 엘파워텍 등 중소업체들이 북미 수출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더구나 과거의 호황기처럼 대기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수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게 고무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변압기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5억 6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의 변압기 수주 잔고는 상반기에만 10조원을 넘어섰다.

2~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업체들은 앞다퉈 설비 확충에 나서는 등 슈퍼사이클에 걸맞는 선제적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최소한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변압기 수요는 북미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된다”며 “황금같은 기회다. 지금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리부터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는 없다. 경기 사이클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변압기가 K-전력기기의 글로벌 성공모델,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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