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체(Croce·1866~1952)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강조했던 랑케(Ranke·1795~1886)와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사료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객관주의·실증주의를 강조했던 랑케와 달리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사(現在史)’라고 선언했다.역사는 본질적으로 당대의 눈을 통해, 즉 현재에 비춰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근대사학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꼽힐 만하다.역사에 관한 최고의 명저로 꼽히는 에드워드 카(Edward Carr·1892~1982)의 ‘What is history(1961)’ 역시 크로체의 시각에 동의했다. 다만 랑케가 역사의 무게중심을 과거에, 크로체가 현재에 뒀다면 카는 중간지점을 택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문도 그렇게 탄생했다.방식은 다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늘 있어왔다.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전기공사협회가 오송사옥에 전기산업과 협회의 역사를 집대성한 ‘전기산업 역사관’을 조성한다.전기산업과 협회의 역사를 충실히 담아 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협회 회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각오다.역사관은 협회 오송 본관동에 시대관과 전시관, 영
지난달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타계했다.동아시아에서는 아직 오자와를 능가하는 지휘자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자와는 지난 2002년 한국이 자랑하는 정명훈 지휘자도 한 번도 지휘한 적이 없는 빈필 신년음악회를 화제 속에서 지휘했다.당 타이 손이 쇼팽 콩쿠르에서, 정경화가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동양인이라는 편견은 없었다. 오로지 실력만이 중요했다. 그러나 지휘는 테크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악과는 다르다. 악기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절대음감도 필요하지만, 곡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젊은 날의 오자와는 ‘동양인이 베토벤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편견과 싸워야만 했다.정명훈 지휘자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때는 ‘동양인 운운’하는 이런 말은 쑥 들어갔다. 오자와가 선구자로서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음악가로서 동양인의 가치를 몇 단계 올렸다고 볼 수 있다.해석, 시험, 표준 이런 것은 실력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에 바탕을 둔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움켜쥐고 신흥국가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이들 선진국은 제도와 시험 같은 규칙을 선점해서 자국의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
#EU 일부 국가들은 최근 농민들이 사용하는 경유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는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삭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50% 낮추도록 하는 규정이나 비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30%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독일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농부들은 정부의 잘못된 탄소중립 정책이라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농부들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늘거나,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등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는 정부와 출력제어 보상에 대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시행된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의 영향으로 국내에도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봄·가을철 최저수요 시기에는 오히려 태양광 과잉출력이 발생하고, 소규모지만 출력제어가 예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업자들은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을 수년 째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이다. 이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과잉 보급으로 계통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그동안 우리는 뒤늦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는 인공지능(AI)이 이 시대의 새로운 ‘게임체인저’임을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킨 행사였다. 노동과 기술, 정보의 부족을 AI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AI와 결합된 모바일, 가전, 모빌리티, 에너지 신기술은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구현하며 글로벌시장을 열광케 했다.연초에 불어닥친 AI의 물결은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동통신의 새로운 AI 기능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이런 흐름을 타고 AI 시장의 글로벌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2월 2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2조 달러(약 2660조원)를 돌파했다는 뉴스는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그대로 반영했다. 시총이 2조 달러를 넘은 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다.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최근 건설 관련 단체를 비롯한 중소 제조업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절규와도 같은 그들의 호소는 중소기업중
○…4월 총선 이전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개회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유예법안이 처리될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중처법은 지난 2018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끝에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2년 후인 올해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기에 이르렀다.법의 취지대로 안전한 일터, 근로자의 안전은 무엇과도 교환하기 어려운 절대 가치다. 다만 목적이 옳다고 해서 과정과 절차, 수단을 무시하면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는 안전보건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에 반해, 중처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중처법은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부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법 이름처럼 ‘방지’보다는 ‘처벌’에 지나치게 함몰돼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짧은 문장이지만 왜 지방에서 사업하는 게 힘든지 알 수 있다.한마디로 자금난과 인력난이다.지자체는 각종 토론회 및 워크숍에서 대기업의 기술이전, 관·산·학 협력 등을 제시하지만 도움이 됐다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자금과 인재가 있어야 한다.지난 정부의 탈원전으로 원자력산업이 황폐해졌다며 원전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각종 토론회, 세미나 등을 가봐도 돈 없고 사람 없으면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금 지역의 원전기업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자금지원, 인력지원이다.그런 측면에서 지난 2일 원자력산업협회가 부산에서 개최한 ‘2024 원전기업통합지원설명회’는 참으로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직원 채용 및 자금지원이 주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기업의 대표는 “이번 지원책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오래간만에 부산에서 원전기업 숨통을 터주는 설명회가 열렸다”고 호평했다.풍부한 자금에 신청자격에 제한을 두어 지역 원전기업이 지원받을 가능성이 커졌다.정부 예산이지만 원산협회에서 주관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원전기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날
#총선 시즌이다. 메일함에는 어느 지역에, 누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보도자료가 넘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가 줄기차게 담기고 있다. 오는 4월을 앞두고 국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이제는 지역구로 의원들의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어서다. 이 시기에 최근 자주 보이는 이야기 중 하나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공약에 넣어야 한다는 기후총선에 대한 것이다. 올해도 역시 국민 3명 중 1명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조 케저 지멘스에너지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모든 변화에는 비용이 들고 모든 변화는 고통스럽다”며 “고객이 한동안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하려는 계획의 전체 비용을 인정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넷제로는 돈이 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인터뷰가 나온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영국에서만 15GW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취소 혹은 연기된 사태가 자리한다. 그는 “돈을 투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넷제로에 대한 계획은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동안 몇
#1. 환경부는 2008년 나주시에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만들기 위한 전처리시설과 그 연료를 활용해 열과 전기를 얻는 ‘고형폐기물연료(SRF3) 열병합발전소’(나주시 소재, 총 사업비 2260억여 원)를 일괄 도입키로 하고, 전라남도·한국지역난방공사·나주시 등 관계기관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2017년 기존 전남 권역의 SRF 외에 광주광역시의 SRF가 이 발전소의 연료로 쓰이게 되자, 나주시는 반발하며 발전소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려 했고, 4년 7개월여 간 발전소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한 채 관련 지역 SRF의 정상적인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는 법령상 근거 없이 발전소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 건축물사용승인, 고형연료제품 사용신고, 사업개시 신고를 고의로 거부 또는 지연했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광주광역시, 환경부 등도 모두 제역할을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다.#2. 국방부는 파주시 일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지역에서 추진되는 주택건설사업이 건축고도 제한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택지개발 과정에서 군과의 협의를 요구하며 파주시에 허가 취소를 강요하거나 사업자에 과도한 보완시설을 요구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달릴 때 얻어지는 도취감, 쾌감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J 맨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소개했다.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나 행복감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후 연구에서 마리화나를 피울 때의 쾌감과 똑같은 현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정신의학에서 쓰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도 이와 비슷하다.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최고조의 기분을 의미한다.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가 ‘선행의 치유력(2001)’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사용했는데, 각종 실험에서 사람들은 남을 돕거나 혹은 돕고 나서 정서적 포만감을 느꼈다. 단순히 정신적인 효과나 기분뿐 아니라 신체도 반응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는 대신 진통 효과를 내는 체내의 엔돌핀이 정상치보다 3배 넘게 분비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현대 의학이 해내지 못한 만병통치약일지 모른다. 헬퍼스 하이와 비슷한 게 ‘테레사 효과’다. 평생을 어려운 이웃에 헌신한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나 책을 보여줬더니 사람들의 면역물질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조선후기 지식인들은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 왕이 백성들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사실을 알았을까?기록의 나라 조선이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문헌도 찾을 수 없다.동아시아에서 왕은 퇴위시킬 수는 있지만, 적의 왕이라 할지라도 죽일 수는 없었다. 특히 다스림을 받는 백성에 의해 죽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동아시아를 보는 시각은 상반됐다.계몽철학자 볼테르는 자신의 서재에 공자 초상을 걸어두며 중국을 찬양했고 삼권분립을 주장한 몽테스키외는 전제국가라고 비난했다.당시에도 유럽의 명저 중 상당수는 번역돼 중국에서 읽혔다. 한문으로 번역된 만큼 조선의 지식인들 역시 읽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다산 정약용이 적은 원목(原牧)에는 “대여섯 백성들이 이웃과 다툼을 잘 해결해준 사람을 이정(里正)으로 추대하고...대여섯 주장들이 국군(國君)을 뽑고...대여섯 국군이 방백(方伯)을 뽑고...사방의 방백이 뽑은 자를 황왕(皇王)이라 하였으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서구의 사회계약론과 비슷한 내용이다. 조선 후기 소수의 양반들은 프랑스혁명을 알았지만, 기록으로 남겨놓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당시 지식인 계층이 두텁지 않았고
조명업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LED조명 시장을 레드오션'이라고 표현해도 더 이상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국내 조명시장은 이미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평정했다. 조명 단품을 팔아서는 직원들의 월급 주기도 힘든 시절이 됐다. 조명가격은 떨어질 만큼 떨어져 기업들이 이윤을 남겨 기술개발, 인력양성, 신제품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힘들어졌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이로 인해 한때 조명업계를 호령했던 글로벌 조명기업들도 과거의 영광은 옛말이 됐다.그 사이에 앞 다퉈 국내 조명시장에 진입했던 대기업들은 5~10년 새에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내수시장만을 바라보며 아웅다웅 하는 중소 조명기업들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국내 조명산업의 영세함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광융합산업진흥회가 국내 774개 광융합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223개 광조명업체 중 10인 미만 업체가 전체의 67.8%에 달했고 기업의 미래경쟁력과 관련 있는 R&D부서 보유 비율은 11.7%에 그쳤다.또 수출을 위한 전담부서 보유비율 역시 광융합산업 업중 중에 가장 낮은 16.7%(해외법인 보유 비율은
○…독일 헌법은 헌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1949년 당시 서독에서 ‘기본법’(Grundgesetz)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1990년 통일 이후에도 ‘헌법(Verfassungsrecht)’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독일 헌법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본법은 흔히 모법(母法)이라고 부른다.말 그대로 다른 법률의 근간, 토대가 된다는 뜻이다. 산업과 관련한 기본법도 마찬가지다.그러나 안타깝지만 전기산업은 그동안 기본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전기산업의 무게감이나 중요성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인류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해 문명을 일궈냈듯 전기산업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전기사업, 특히 한전을 중심으로 성장과 진화를 거듭했다.1961년 군사정권에서 제정된 전기사업법은 그래서 전기산업의 기본법처럼 작용해왔다. 오랫동안 전기산업은 한전과 이음동의어였다.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기후변화와 전쟁, 팬데믹 등에 따라 한정된 화석연료의 가격이 요동치며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되고 급기야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결되는 에너지안보 시대가 도래했다.전기산업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인류가 지옥문을 열었다”(쿠테흐스 유엔 사무
이론을 주로 탐구하는 학자에 비해 일선의 실무가들이 세세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이론은 단순해도 현실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 입안자들은 탁상공론한다는 비판의 받지 않으려면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왜냐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전기요금차등제를 골자로 하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부산시가 기업 유치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학자가 아닌 부산상공회의소의 한 직원이 토론회에서 충남이 복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부산과 함께 전력자급률 1·2위를 다투는 충남은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수도권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부산의 전력자급률은 217%로 전국 1위였다. 2위 충남이 215%로 근소한 차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부산은 원자력발전 때문이고, 충남은 석탄화력발전 때문이다.기자는 해운대에서 살고 있지만 대다수 주민은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원전에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됐고,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언론에서 원자력 기사가 자주 다뤄지니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부산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로 보내고 부산시민들은 위험한 원전 옆에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만료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바라는 주요 법안과 관련된 산업계의 초조함도 더해지고 있다.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진 뒤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21대 국회에서 제안된 각종 법안은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다.국회 통과를 학수고대하는 여러 법안들 중에서 중소기업, 전기·에너지산업과 관련된 중요 법안만 꼽아도 줄잡아 5~6개가 넘는다.우선 당장 시급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마련을 위한 ‘고준위 특별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가 각각 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합의에는 끝내 이르지 못했다.정부 주도로 입지 발굴부터 인·허가까지 일괄 지원해 풍력발전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던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 역시 2021년 5월 발의된 이후 상임위에서 숱한 논쟁과 토론을 거쳤지만 국회 문턱을 여전히 못 넘고 있다.국내 승강기산업 육성의 근거방안을 담은 ‘승강기산업진흥법안’의 경우 승강기 업계가 지난 10년 간 공을 들여 국회 상임위까지는 통과됐으나 아직 본회의
○…최근 만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은 대형업체조차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흑자도산(黑字倒産)은 말 그대로 흑자를 내면서도 도산하는 것을 말한다. 흑자와 도산이 함께 정립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실제로 종종 일어난다.결정적 원인은 ‘자금 회전’ 때문이다. 보통 도산은 경영 부진에 따른 과중한 적자 때문이지만, 흑자도산은 재무제표상에는 문제가 없는 건전 경영인데도 회전자금 변통이 어려워 초래된다.거래처 부도나 단기부채를 변제하기 위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흑자도산의 늪에 빠질 수 있다.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사채시장이나 제2금융권에서 급전을 받아 단기채무를 상환하는데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 돈줄이 막히면 해법이 없다.장부상 흑자라 해도 현재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 은행에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기도 한다.실제로 역대급 고금리에 대출까지 여의치 않으면서 국내 건설시장은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프로젝트파이낸싱 PF연체율도 3년 전 3%대 수준에서 최근 17%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평균 연 4.8%였던 증권사 부동산 PF대출 금리
중국은 최근 원자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짓는 나라다. 그래서 원전 건설에 관해서는 많은 경험을 가졌고,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한국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 대부분은 가압경수로형이라는 3세대 원전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중국은 이미 4세대 원전인 초고온가스로형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최신 기술을 사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원전 건설에서는 앞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 미국, 프랑스 등이 경쟁하지만 여기에 중국은 못 들어간다.이유는 단순하다. 중국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체코, 폴란드마저 중국 원전을 회피하는 이유는 중국이라는 국가가 비밀이 많고 내부 공개를 꺼리고 투명하지 않아서다. 중국 원전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폭발사고는 없었고 여러 가지 고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은 되지만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정전과 같은 사소한 고장이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통보되고 원안위는 조사에 착수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 국민에게 알린다.최근 새울 원전 인근 서생면 주민들이 원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하 분산법) 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관련 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분산법에 따라 대규모 전력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가 시행되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전력거래 특례가 적용돼 발전사업과 판매사업 겸업이 허용돼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 간 전력거래가 자유로워진다.또 소규모 분산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VPP 제도와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등도 도입된다.태양광·ESS 등 에너지 업계는 물론 마이크로그리드와 전력거래 사업자를 비롯한 VPP 모두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갖고 숨을 죽이며 현재 시행령 확정을 학수고대하고 있다.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분산법은 점차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중앙집중식 전력계통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분산전원 확대의 제도적 기틀이다.그러나 지난 10월 30일 ‘분산에너지 신사업 활성화 포럼’에 참석한 산업부 담당자는 분산법 시행령을 일부 공개하면서 “현재 전력시장은 장점만큼 보완할 점도 뚜렷한 구조이고, 이를 새로
○…경기순환(변동)은 흔히 호황, 후퇴, 불황, 회복의 4가지 국면으로 반복된다.순환 주기에 따라 파동을 나누는데 콘드라이예프, 쿠즈네츠, 주글라, 키친 등이 그것이다. 모두 해당 파동을 처음 발견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땄다.콘드라이예프 파동은 평균 45~60년을 주기로 경기가 순환곡선을 그린다는 의미로 흔히 ‘장기파동’으로 불린다.쿠즈네츠 파동은 평균 15~25년, 주글라 파동은 7~11년, 키친파동 약 40개월 주기로 경기가 성장과 퇴보를 반복한다고 봤다.경기순환과 파동에 따라 파생된 용어도 매우 많다.‘슈퍼 사이클’도 이 중 하나다. 슈퍼 사이클은 사전적으로 20년 이상 가격의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의미한다.다만 최근에는 굳이 기간을 따지지 않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선 슈퍼사이클’과 같이 호황기 초입에 들어선 산업을 부각시키기 위해 널리 쓰이고 있다.○…경기침체와 출혈경쟁 등 수년간 우울한 소식만 들리던 전력기자재 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변압기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2010년대 중반까지 호조를 띠던 변압기 수출은 미국 반덤핑 이슈가 터지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미 변압기 수출은 약 10년 만에 3분의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새벽 6시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기습 공격했다. 이들은 로켓포 수천 발을 쏘고, 민간인 포함 1000여명을 학살했으며, 150명이 넘는 인질도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전투기와 미사일을 앞세워 압도적 화력으로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고 있으며, 지상군 투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세계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전쟁의 다음 쟁점은 이란 등 다른 아랍국의 참전 여부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국들은 종파간 분쟁이 심하기는 해도 종교간 분쟁이 벌어지면 하나로 뭉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강화될 수록 다른 아랍국의 참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으며, 그 분기점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강제 진입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팔 전쟁에 다른 아랍국이 참전한다면 이는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중동은 세계 원유의 1/3을 공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중동에서 70% 이상의 원유와 35%의 가스를 들여오고 있다. 중동전쟁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우리나라는 석유, 가스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중국의 제후국을 자처했던 조선은 중국 황제의 연호를 연도를 표기하는 단위로 사용했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에 사신을 보내서 왕위계승을 인정받아야만 했다.통치의 정당성을 이웃 나라 대국인 중국에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조선은 변경국가였고 명나라가 조선보다 앞서있다는 사대주의가 밑에 깔려있었다.변경 국가의 한계는 현대사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 직접, 보통 선거가 아닌 정통성이 없는 방법으로 집권했던 정부는 미국의 인정이 필요했다. 이는 정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문의 권위 역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학자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국내에서 대학을 가지 못하면 해외로 유학 가는 학생이 생겼을 정도로 해외 명문대학이 아니면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낫다는 말도 들린다.한국의 경제력, 문화, 학문적 수준이 높아져 직접 외국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이상 변경국가가 아닌 데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과 빈번한 해외 교류로 외국에 가서 직접 눈으로 견학을 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굳이 필요하면 본인 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