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후국을 자처했던 조선은 중국 황제의 연호를 연도를 표기하는 단위로 사용했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에 사신을 보내서 왕위계승을 인정받아야만 했다.

통치의 정당성을 이웃 나라 대국인 중국에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조선은 변경국가였고 명나라가 조선보다 앞서있다는 사대주의가 밑에 깔려있었다.

변경 국가의 한계는 현대사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 직접, 보통 선거가 아닌 정통성이 없는 방법으로 집권했던 정부는 미국의 인정이 필요했다. 이는 정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문의 권위 역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학자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국내에서 대학을 가지 못하면 해외로 유학 가는 학생이 생겼을 정도로 해외 명문대학이 아니면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낫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의 경제력, 문화, 학문적 수준이 높아져 직접 외국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이상 변경국가가 아닌 데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과 빈번한 해외 교류로 외국에 가서 직접 눈으로 견학을 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굳이 필요하면 본인 돈으로 휴가를 내서 갔다 오면 되지 혈세로 공적으로 갈 필요성은 없다.

그런데 아직도 공직사회에서는 선진지 견학이라는 것이 남아있다. 말이 견학이지 외유성 해외여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기 전에는 국제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들이 해외를 갈 일이 드물고 또 한국보다 발달한 나라들이 많아 외국을 가는 것에 대한 관대한 분위기였다. 단 지나친 쇼핑만 하지 않으면...

지금은 외국어에 능통한 공무원도 많고 자유여행을 즐기는 세대가 공직에 많이 진출해 본인들 돈으로 휴가 내서 눈치 보지 않고 즐기고 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최근 울주군에서 이순걸 울주군수 포함 국장, 과장, 담당자, 홍보팀에서 5명, 울주군의회에서는 의원 2명 포함 3명, 새울원전환경감시센터 위원 등 20명 넘는 인원이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핀란드 온칼로와 스웨덴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보고 왔다.

지역의 환경단체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유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구처분시설 유치를 시도한다면 여당의 공천을 받더라도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할 리는 없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2066년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울주군에서 기장군, 울진군에서도 가지 않았는데 꼭 가야 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비판이 생기는 이유다. 더구나 이순걸 울주군수는 지난 4월에도 6박 8일 일정으로 이태리, 프랑스, 스위스 유럽 3국을 다녀왔다.

출국 전에 시민단체에서 핀란드 스웨덴 방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는 내심 군수가 취소하길 바랐으나 그러지 않았다. 취소한다면 위약금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순걸 군수 단독으로도 혈세로 지급된 경비를 반납하면 된다.  기관장이 선진지 견학 다녀왔다면  정책에 뭔가를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안된다면 선도적 선례 한 건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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