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계 "수요자 없어 버려야 하는 전기에 보상 맞나…비용은 국민이 부담"
재생E 업계 "불투명한 규칙으로 사업자 희생만 강요…시장 확대 위축시킬 것"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두고 업계 간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두고 업계 간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두고 업계 간 의견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전력 업계에서는 최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한전 간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두고 법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이 없을 경우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어렵게 해 금융 투자 등이 어려워져 결국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상 표현 맞나…전기요금 부담 소비자에 전가"=전력산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재생에너지 업계와 양이원영 의원이 법제화에 나서겠다며 시행한 기자회견을 두고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의문"이라며 "이미 사업자 간 계약을 통해 송전인출의 문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충분한 논의없는 입법으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받아줄 수 있는 수요가 없는데 생산해 놓고 돈을 달라고 한 게 옳은 건지 의문이다. 전기는 저장이 안되니 과잉생산한 물량은 사업자가 버리는 게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법 분야 전문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양이 의원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을 법으로 강제화할 경우 사업자 간 계약 내용에 관계없이 상위의 법을 따르는 게 맞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보상에 대한 국민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종영 에너지법학회 회장은 "현행 시장에서는 한전과 사업자 간 계약서에는 발전량이 초과돼 계통에 문제가 생긴다면 출력제어를 통해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다만 양이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해 통과된다면 법률이 우선이 된다. 그러나 법안에 따라 출력제어에 대해 보상하게 되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았는데도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해당 보상을 부담해야 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예측성 떨어져 사업 위축…시장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반면 재생에너지 업계는 이 같은 전력산업계의 주장과 관련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재생에너지 시장을 벌써부터 위축시키는 일이라는 반박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실상 금융사업이라는데 이견을 낼 사람이 없다. 문제는 출력제어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보상조차 없다면 사업성에 대한 예측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금융을 끌어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이 안착하기까지 다양한 보조정책이나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 등을 제공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에 따르면 노르웨이 98.6%, 덴마크 81.6%, 캐나다 67.9%, 스웨덴 67.5%, 미국 19.7%, 일본 19%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반면 한국은 5.8%로 OECD 37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일 경우 사실상 금융을 끌어오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묻어버리는 일이라는 게 재생에너지 업계의 주장이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한 불투명한 기준도 문제로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명문화하면서도 여전히 출력제어 설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과거 '재생에너지 무제한 접속'을 내세우면서 민간의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유도해놓고 이제와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으니 출력제어를 하겠다고 딴 소리를 하는데, 그마저도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시장은 계속해서 망의 유연성을 마련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데 이건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과도기에 재생에너지만 희생양이 되는 게 옳은 것인가"라며 "외국의 경우 시장으로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했다면 한국은 출력제어가 어떤 룰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가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불투명한 시장에서 사업자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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