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업 관련자 줄줄이 질타...관리감독 강화 주문
업계선 유인책 및 제도개선 등 근본적 해법 요구 목소리 높아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전기신문 DB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전기신문 DB

대규모 국고보조사업인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이 감사원으로부터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처분이 내려졌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사업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예상됐던 우려라는 평가를 내놨다.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인책과 제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 찾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은 노후아파트에 계량기를 설치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공동주택 총 500만호에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스마트 계량기)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 계량기는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핵심 기반으로 탄소중립 이행과 에너지 고효율성을 요구하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반드시 구축돼야 할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은 전력시장을 민수에 개방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력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4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MI 사업의 전담기관(한전)과 주관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 시행기관인 A사가 국고보조금 541억원 상당(사업비 정산에 따라 변동 가능)을 위법하게 교부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A사가 AMI 1, 2차 사업에 참여할 당시 공인된 기술가치평가기관이 아닌 비공인 민간기관을 통해 받은 기술가치 평가를 자부담금 증빙으로 제출했지만 주관기관이 이를 검토없이 그대로 인정했다는 것.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공인된 기관을 통해 평가받았을 때 산정되는 기술가치평가금액이 최대 82억여원임에도 비공인 민간기관에서 158억원을 증빙받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기술감정 자격이 없는 자가 평가를 담당하면서 산업부 가이드라인을 변칙 적용해 임의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후 사업에서도 A사는 비공인 민간기관을 통해 1, 2차 사업과 동일한 기술을 3개월만에 7배인 1098억원으로 재평가받은 감정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주관기관에서는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도록 한 사업심의위 의결조건을 위반하고 이를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A사가 국고보조금 541억원을 위법하게 교부받았다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산업부에 주관기관에 대한 제재조치 방안 마련과 A사에 대한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한전에는 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자 1명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해당 건의 관련자 2명에 대해 범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초 사업 시행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업 시행 전부터 사업자 지위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 도출 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손성용 가천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아파트 AMI에 관심 갖는 이유는 에너지신산업의 기반 인프라로서의 잠재력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계시별 요금제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수익성을 담보할 서비스 모델의 도출도 명확하지 않다면 조금 늦게 AMI가 보급되더라도 국가적 비전을 명확히 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MI 기반 서비스 사업권과 사업자에 대한 법적지위 활성화 방안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범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역시 “탄소중립과 소비자 참여를 위해 사업은 추진될 수 밖에 없지만, 이번에 이슈화된 현물출자는 다음 사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물가치평가 기준을 선제적으로 정리해서 보완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수익성과 운영비용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느냐가 중요한 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운영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해마다 운영 비용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 계량인프라를 관리하는 사업자를 위한 제도적 기준을 만들어 최소한의 운영 비용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업자가 해당 사업에 연속성을 가지고 참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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