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수단·재생에너지 물량 한계…기업 설 자리 ‘막막’
REC 거래·PPA 선호도 높지만, 높은 가격 탓 실적 저조
업계 “제도개선과 이를 뒷받침할 보급 확대 기조 유지돼야”

[출처=한국RE100협의체]
[출처=한국RE100협의체]

국내 RE100 가입기업의 예상 전력수요량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한참 웃돌면서 해당기업들이 이행률을 높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유효성이 높은 REC 거래, PPA가 아직까지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기업 수출길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리파워링을 포함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한국RE100협의체 등에 따르면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의 잠재 재생에너지 전력수요는 6만1668GWh(약 62TWh)다.  해당 수치는 지난 2021년 기준 각 기업의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 기업이 제조설비를 확충하거나 여타 기업이 글로벌 RE100에 추가 가입할 경우 청정에너지로 충당해야 할 전력사용량은 더욱 늘어난다.

기업집단별로는 ▲삼성 2만8555GWh ▲SK 1만2833GWh ▲롯데 6838GWh ▲현대차 3725GWh ▲LG 2117GWh 순으로 나타났다.

◆ 글로벌 RE100 가입사 이행률 9% 수준

반면 해당 기업들의 RE100 이행률은 현재 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RE100의 효시인 더클라이밋그룹의 분석이다. 거꾸로 말해 앞으로 남은 25년 간 최소 56TWh의 전력을 충당해야 하지만, 여전히 이행 수단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LG이노텍의 경우 2022년 기준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2%를 달성했지만, 추가 전환을 위한 급속한 설비확충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21년 기준 총 497GWh의 전력을 사용했지만, 최근 RE100 이행을 위해 체결한 REC 장기공급계약 물량은 100GWh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물량을 공급한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측도 지난해부터 대규모 발전자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기업 수요에 비해 모집한 물량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본궤도에 오른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극히 드물어 기업들의 선택지는 태양광 외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태양광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해서 수면 아래에서만 대규모 물량을 물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적어 이행이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활동에 직격탄을 맞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및 관계회사들의 외인 투자자들이 대거 축소(2023년 3월 49.79%→이달 27.9%)되고 있는 상황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 상에 있다. 최소 15곳의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기후대응 관련 우려로 투자 배제를 결정한 것이다.

◆ 이행수단 경쟁력 낮아…“물량 확충 병행돼야”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RE100 이행 수단은 ▲녹색프리미엄 ▲REC ▲PPA ▲발전사업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이다. 이중 자가발전은 복잡한 지자체별 규제나 정부 정책방향 등의 영향으로 입지 확보 및 사업추진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추가성(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기여효과)과 추적성(재생에너지 발전원 구분) 등의 요소에 한계가 있어 기업 수요는 적은 상황이다. 지난해 총 3차에 걸쳐 12만GWh(120TWh)의 물량이 시장에 풀렸지만, 이중 낙찰된 물량은 약 15TWh 수준으로 평균 12.97%의 낙찰률에 머물렀다. 평균 낙찰가도 10.73원/kWh으로 입찰하한가인 10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 개설된 1차 입찰시장 역시 13.6%의 낙찰률과 10.4원의 평균 입찰가를 유지했다.

녹색프리미엄 등 RE100 이행수단을 관할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2차 입찰 이후에 대해 추적성 및 발전원 정보확인이 가능하도록 발전원별 입찰방식을 개편하고 복수년도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다년도 입찰을 개설한다는 방침이지만, 시행 전까지 성과 여부는 미지수다.

RE100 시장에서 통용되는 REC 구매 역시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유효 물량 부족에 따라 투매식으로 거래됐던 지난달과 달리 RE100용 REC 가격이 RPS 시장용 REC 가격을 다시 뛰어넘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기준 K-RE100용 REC 평균 거래가격은 8만966원/MWh 수준으로, 전월 6만3040원에서 28.4% 상승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거래건수는 15건을 기록하면서 383건에 달했던 작년 1월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이후 누적 거래량 총 884건 중 대부분의 실적이 지난해 1~2월에 집중된데다, 이후 거래는 월 평균 30~50건 내외에서만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해외는 급속한 태양광·풍력 물량 확충에 힘입어 PPA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기업의 태양광·풍력 PPA 구매 계약은 46GW로, 지난해 41GW 대비 연간 10% 이상 성장했다. 2008년 이후 누적된 구매용량은 198GW로, 이는 우리나라나 프랑스·영국 등 각 국가의 총발전설비 용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로 말미암아 전체 PPA 시장은 2015년 이후 평균 33%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소 물량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시책과 별개로 관련 기관에서 개별 정책을 통해 꼬인 매듭을 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발전소 물량이 RPS·인허가 등으로 묶여있어 추가 보급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계통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일몰된 FIT 태양광 물량의 리파워링 등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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