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KEC 개정안 행정예고
태양광・풍력 설비 규정 신설
“모호하고 과도한 규제” 지적에
산업부 “최소 필요성만 고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기설비규정(KEC)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전기공사 설계·감리업계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태양전지 모듈 공사에 배수로 등 재해방지시설의 설치를 명시했는데 이를 두고 필요 이상의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이해관계자에 설계·감리업체를 제외한 것을 두고 잘못된 판단이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산업부는 이러한 지적들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시설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최근 KEC 일부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했다. KEC는 국제표준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전기협회가 새롭게 만든 한국 전기설비기술기준으로 병행 시행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전격 시행됐다.

개정안에는 ▲산지 태양광발전소의 토사유출 예방에 대한 재해방지시설 관련 규정 ▲산지, 해상풍력 발전설비의 지지 구조물의 안전 확보를 위한 계측장치 관련 규정 등의 내용이 새로 담겼다.

안에 따르면 앞으로 산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때는 '산지관리법'에 따라 사용허가·신고의 기준에 적합하게 배수로 등 재해방지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또 풍력터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초, 지반 등의 변형을 확인할 수 있는 계측장치를 시설 또는 구비해야 한다. 

전기설비 설계 및 감리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우선 재해방지시설을 만들라는 규정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전기공사 엔지니어링사 대표는 "재해방지시설 설계에도 토사유출 방지시설, 배수시설 등 여러 공법이 있다"며 "정확한 설계기준 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만 하면 업계에 혼란이 일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계측장치 시설에 대해서도 "풍력발전 특성상 공법과 기종 선정의 다양성이 많아 KEC에서 특정하는 장치 설치에 애로가 있다"고 밝혔다.

이중규제 논란도 있다. 이미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왜 굳이 KEC에 신설해 이중규제를 하려고 하냐는 반응이다. 또 다른 엔지니어링사 임원은 "지금도 산지에 태양광발전설비를 만들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환경영향평가 등 다른 제도에서 재해방지시설에 대한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며 "왜 이중으로 규제를 하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산지태양광발전설비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발행위허가부터 발전사업허가, 환경부의 생태등급심의, 재해성평가 등 여러 조건들을 모두 충족한 뒤에야 착공할 수 있다. 이미 관련 규제가 상당한데도 또다시 KEC에 이와 관련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풍력발전소의 계측장치 시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이미 군관리계획, 개발행위허가,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성평가 등 여러 규정에서 인허가를 규제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이중적 규제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이 제도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전기설비 설계·감리업계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업계의 불만도 나온다. 산업부가 개정안과 함께 고시한 규제분석서에는 개정안의 이해관계자로 전기공사업체와 한국전기안전공사를 명시했는데, 이러한 시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단적인 예다.  

한 전기공사 설계 전문가는 "전기설비 설계자와 감리자는 모두 KEC에 근거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전체 건설 프로세스 중에서도 가장 초기인 인허가와 설계 단계부터 적용이 되는 규정이다. 설계 감리업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산업부가 업계를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산업부는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정이 너무 자세하게 명시되면 오히려 현장에서 제약이 될 수 있다"며 "각각의 현장 상황에 맡게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의 자율성을 남겨둔 것이지 혼란을 일으키려 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중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준용하고 있는 규정을 보다 정확하게 따르자는 의도이지 규제를 늘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들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 혼란을 줄이고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영향분석서에 설계·감리업계가 누락됐다는 의견에는 "설비의 안전을 위해 규정을 개정하면서 최종 목적물인 완성물의 검사에 초점을 뒀다"며 "설계사분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 것을 우리도 안다. 설계와 시공을 하나로 연결해서 고려한 것이지 이해관계자에서 제외하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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