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기업계, 대기업-중견·중소기업 희비 갈려
전선업계, 성장세 구가…올해 실적개선 기대감

전력기자재업계가 지난 한 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상장사 중 43%가량(21곳 중 9곳)이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 지난해에 이어 실적 악화가 더욱 뚜렷했다. 전년 대비 적자전환한 기업도 2곳에 달했다.

반면 올해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다수 기업이 회복의 모멘텀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선방한 전선업계의 기대감이 컸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원자잿값 급등세도 꺾이질 않고 있어 실제로 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전기기업계, 기업 절반 영업익 줄어=중전기기업계는 지난해에도 실적 회복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관수·민수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데다 코로나19, 원자잿값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쳐 매출액 신장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지난 3월 30일 중전기기업계 주요 상장사 중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가 가능한 14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4곳 중 7곳이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먼저 대기업군은 어려운 환경 속에도 실적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조947억원, 영업이익 1200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각각 3.7%, 172.4%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65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효성중공업 측은 “코로나19 등 대내외 경영환경 하에 외형성장은 다소 아쉽지만 수익성 회복을 통해 향후 이익창출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중공업 부문의 미국향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부과 리스크의 감소와 수익성위주의 선별적 수주전략으로 인한 수출품의 수익성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건설부문도 매출공백기가 해소되며 수주와 매출이 동시에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LS일렉트릭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상승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액은 11.1% 증가한 2조6682억6000만원, 영업이익은 16% 늘어난 1551억3000만원이다. 당기순이익은 0.2% 감소한 853억1000만원이다.

LS일렉트릭 측은 “전력사업부문은 설비투자 증가와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시장다변화 활동 전개에 힘입어 국내 및 해외시장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으나 신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와 사업 경쟁심화로 태양광 및 ESS 등 신재생에너지 매출이 감소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잿값 급등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서 기존 주력사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지속하고, 해외에서 북미·중국·동남아 3대 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 사업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현대일렉트릭은 매출은 선방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6.6%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은 0.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97억40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현대일렉트릭 측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와 원재료·물류비의 가파른 상승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경영목표를 달성하며 2년 연속 영업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전력기기 주력시장인 미주와 중동시장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증가하며 수주가 크게 늘었고, 올해 또한 안정적인 수주물량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전기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가 30%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1.7% 확대된 9323억6000만원, 영업이익은 48.1% 증가한 204억원이다. 당기순이익도 149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10.2% 늘었났다.

일진전기 측은 “주요 원자재인 구리 가격의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적절히 반영함과 동시에 영업력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수주 전략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이 더해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할 수 있었다”며 “불확실한 경제전망 속에서도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시장 다변화, 국내외 영업력 확대, 친환경·고효율 신제품 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력기자재업계 상장사 상당수가 실적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해 전력기자재업계 상장사 상당수가 실적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중견·중소기업군은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조사 대상 기업 대다수가 매출액·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기업은 2곳이다.

시장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잿값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비츠로테크는 매출액이 5.3% 늘어난 3238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1.6%(260억8000만원) 감소했다.

광명전기는 매출액은 11% 증가한 1370억9000만원, 영업이익은 32.4% 줄어든 28억7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제룡전기도 매출액이 10.4%(487억8000만원)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억2000만원으로 96.9% 급감했다.

보성파워텍과 서전기전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보성파워텍은 매출액이 16.5% 줄어든 685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손실 14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또 서전기전도 매출액이 14.5%(524억5000만원) 감소하고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보성파워텍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력기기 분야의 시장축소와 철구조물 분야의 동종업체간 수주경쟁으로 인해 매출액은 감소했으며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매출원가가 상승한 결과 손익구조가 악화돼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을 하게 됐다”며 “올해는 현정부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태양광 발전사업과 ESS 사업 등 신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해 매출증대는 물론 최대이윤 창출의 목적을 달성해 전년보다 개선된 경영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나마 중견·중소기업군에서는 제룡산업과 세명전기공업이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제룡산업은 매출액 374억2000만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각각 40.8%, 119.6% 확대됐다. 또한 세명전기공업도 매출액은 5% 늘어난 150억3000만원, 영업이익은 무려 703.7% 증가한 16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전선업계, 실적 선방…회복세 완연=전선업계는 어려운 상황 속에도 매출액·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하는 등 실적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LS전선은 매출액은 26.5% 증가한 6조113억7000만원, 영업이익은 39.7% 늘어난 230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1156억2000만원)도 1.4% 증가하며 현상 유지했다.

LS전선 측은 “지난해 전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조업 중단과 당기 생산 및 매출 회복으로 인해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개선됐으며, 해저케이블 수주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며 “올해에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성장, 신성장 사업 육성을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해외사업 현지화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전선은 매출액이 25.1% 늘어난 1조9977억원10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394억6000만원으로 30.3% 감소했다.

대한전선 측은 “회사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비경상적인 비용과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지표들은 모두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당기 순이익은 12년 만에 최고 실적으로, 대한전선이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구조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실적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수주 확대와 매출 실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온전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고루 확대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액은 24.8% 증가한 1조703억8000만원, 영업이익은 31% 확대된 165억7000만원이다.

또 LS전선아시아도 매출액 7506억원2000만원, 영업이익 282억원으로 각각 29.5%, 75.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대원전선과 대한광통신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전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29.3% 늘어난 4749억8000만원, 영업이익은 46.2% 감소한 23억원이다. 또한 대한광통신은 매출액은 1566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274억7000만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났다.

대원전선 측은 “글로벌 원재료비의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영향을 받은 게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라며 “이러한 경제여건의 악화 속에서도 이를 기회로 삼아 끓임없이 혁신하고 철저한 미래지향적 사업방향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새로운 수익창출로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광통신 측은 “코로나19의 영향과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으로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 한 해에도 지속적인 시설투자로 생산설비의 고도화 및 스마트 팩토리를 실현해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고, 세계적인 기업과 대등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매출 확대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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