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 둔화, 각국 정부도 지원 정책 후퇴
중국 전기차 확대 견제, 배터리 공급도 여전히 불안정한 탓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발전으로 가격 안정화하면 새로운 전성기 기대

중국 BYD는 유럽 규제 확대로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그리스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모습. [제공=BYD]
중국 BYD는 유럽 규제 확대로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그리스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모습. [제공=BYD]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저성장 시대로 돌입했다.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2차 성장기'를 기다리는 모습. 중국 전기차가 틈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정부는 새로운 친환경차 규제인 유로7을 종전보다 대폭 완화해 통과시켰다. 배출가스 기준을 줄이고, 발효 시점도 2028년으로 3년이나 연기했다.

미국 정부도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하고 전기차 판매 비중도 2032년까지 67%에서 최대 56%로 대폭 줄이는 새로운 규제안을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대선 결과에 따라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20만4000대로 전년비 11% 늘었지만 전달(27%) 대비 성장폭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전기차 지원이 축소되면서 판매량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이유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배터리 원재료 경쟁력을 앞세워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 전기차 지원 정책이 중국 산업을 성장시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1407만대, 이중 중국 시장이 841만대로 점유율을 60%나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가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지만, 지난해 비중국 시장에서도 볼보와 폴스타를 제외한 점유율을 7.4%로 전년 동기(4%) 대비 두배 가까이 높이며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중국 전기차 무기는 막대한 내수 시장과 함께,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능력으로 평가된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17일까지 BEV와 PHEV 등 신에너지차 누적 소매 판매량은 139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리튬 가격 하락과 기술 안정화로 전기차 가격을 안정화한 영향이라고 CPCA는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출시와 NCM 배터리 공급 확대 등으로 전기차 시장도 다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전고체 배터리 모형[제공=연합뉴스]
완성차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출시와 NCM 배터리 공급 확대 등으로 전기차 시장도 다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전고체 배터리 모형[제공=연합뉴스]

다만 중국 전기차가 전세계 시장에서도 확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BYD 글로벌 확장 전략과 명암’이라는 보고서에서 C세그먼트와 중저가 이하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면서도 중국 기업 특성상 경영 리스크와 함께 브랜드 이미지 한계로 미래차를 좌우할만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계 역시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브랜드 확대가 과도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단시간에 고성능 전기차가 쏟아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가 잠시 주춤한 상황,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브랜드가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지만 상품성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추후 차세대 배터리가 출시되고 공급 가격이 안정화되면 새로운 전기차 붐이 일어날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도 다시 재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오히려 배터리 공급망이 아직 불안정해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배터리가 출시되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대 후반에는 다시 전기차 시장이 '2차 성장'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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