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경제·국제정세 불확실성에 전기차 수요↓
전망 불투명…전기차 가격 낮추거나 투자 꺼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부지내에 주차된 전기차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부지내에 주차된 전기차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이 고금리와 경제·국제정세 불확실성 탓에 바짝 움츠러든 모습이다. 올해 부진한 실적 전망에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 제조업체 리비안은 전주 대비 38% 급락한 주당 10.0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고급 세단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인 루시드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9% 추락했다.

두 회사는 최근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란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고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리비안의 R.J. 스카린지 CEO는 “2024년 인도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수요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매월 지불해야 할 자동차 할부금 부담이 커진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루시드의 피터 롤린슨 CEO도 “생산에는 제약이 없다. 제약받는 건 판매와 인도”라며 “올해 잠재적인 고객을 찾기 위한 영업활동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차량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더욱 늘리겠다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리비안과 루시드가 전기차 시장에서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을 넘어설 잠재력이 있는 혁신적 회사라고 믿고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이 회사들은 소비자가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부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증대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져서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가격을 낮추거나 투자를 꺼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WSJ은 “스타트업은 기성 자동차 업체에 비해 전기차 시장의 냉각에 더욱 크게 노출돼 있다”며 “매출 둔화를 버텨낼 다른 수익성 있는 사업이 부재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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