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즌이다. 메일함에는 어느 지역에, 누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보도자료가 넘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가 줄기차게 담기고 있다. 오는 4월을 앞두고 국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이제는 지역구로 의원들의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어서다. 이 시기에 최근 자주 보이는 이야기 중 하나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공약에 넣어야 한다는 기후총선에 대한 것이다. 올해도 역시 국민 3명 중 1명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조 케저 지멘스에너지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모든 변화에는 비용이 들고 모든 변화는 고통스럽다”며 “고객이 한동안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하려는 계획의 전체 비용을 인정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넷제로는 돈이 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인터뷰가 나온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영국에서만 15GW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취소 혹은 연기된 사태가 자리한다. 그는 “돈을 투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넷제로에 대한 계획은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몇차례 공개된 기후총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매번 아쉬운 점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여정에 발생하는 비용 부담에 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각오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감축하며, 깨끗한 에너지를 씀으로써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다보니 설문조사 결과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러나 이 질의에 “당신은 이를 위한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습니까”라는 문항이 담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적어도 그동안의 보도자료에서는 이런 비용부담에 대한 내용은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우리보다 앞서 탄소중립에 나서며 에너지전환을 추진한 EU는 최근 여러 이슈들을 겪으며 발생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큰 경제난에 봉착해있다. 적어도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 온 재생에너지는 저렴하다라는 인식은 상당히 바뀌는 모습이다.

지난해 4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당초 목표인 2045년보다 15년 앞당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정책 변경에 대한 투표에서 82%가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400만명에 달하는 베를린 시민들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는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여정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역대급 경제위기를 겪었던 만큼 그 비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미래세대를 위한 지금의 노력은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의 주머니 사정도 시급하다. 전기요금 인상 시그널이라도 나오면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 도배가 되지 않나.

탄소중립은 공짜가 아니다. 탄소중립은 돈이 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정확하게 공개되고, 이를 부담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한 번쯤 나와주길 바라본다. 그래야만 기후총선에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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