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정보업체 엔버러스(Enverus) 크리스 딩클러 CRO

“IRA법 미국 수소산업 단기 성장세 견인차, 월가 자본·천연자원도 한몫”
“수소는 매력적인 연료·원료…전력시장, CCS 등에 장기 성장세 영향”
韓 기업 루이지애나주 수소 프로젝트 도전에 “긍정적, 신규사업 온상”

지난 8일 오전 미국 에너지정보업체 엔버러스(Enverus)의 의 크리스 딩클러(Chris Dinkler) 최고매출책임자(CRO)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촬영=정세영 기자
지난 8일 오전 미국 에너지정보업체 엔버러스(Enverus)의 크리스 딩클러(Chris Dinkler) 최고매출책임자(CRO)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촬영=정세영 기자

“오늘 새벽에 일어나니 블랙록이 옥시덴털의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에 5억5000만달러(약 7200억원)를 투자한다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미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월가 큰손, 천연자원이 맞아떨어진 결과물 아닐까요.”

지난 8일 오전 미국 에너지정보업체 엔버러스(Enverus)의 크리스 딩클러(Chris Dinkler)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관련 기사를 보여주며 본지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엔버러스는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북미지역 최대의 에너지 정보서비스 전문업체다.

딩클러 CRO는 수소와 탄소 포집·저장(CCS)에 주목했다. 그는 “수소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매력적인 연료이자 원료가 될 것”이라며 “수소가 에너지 시스템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인 성장 속도는 전력시장과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 의존도, CCS 밸류체인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미국 수소 산업의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저탄소 수소 생산에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봐도 미국만큼 공격적으로 수소 생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지원 정책 덕분이다. 미국 내 수소 밸류체인에 제공되는 자금원도 다양하다. 세액공제는 물론 월가의 퍼블릭(Public) 시장, 사모주식(Private Equity) 세컨더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자원, 포집된 탄소를 땅속 깊이 묻을 CCS 부지도 곳곳에 있다. 이처럼 미국은 수소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비용은 절감하는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수소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조심스럽다. 수소의 상업적인 성공을 저해하는 장애물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미국 내 수소 소비량이 부족해 시장 불균형이 일어났다. 소비자가 저탄소 수소에 프리미엄을 낼 의향이 있다는 증거도 제한적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정제, 농업용 비료 생산처럼 기존 그레이수소 영역은 저탄소 수소가 타깃으로 삼을 만하지만, 아직 저탄소 수소가 이들 영역을 대체한 사례는 없다. 수소 모빌리티, 열 공급, 전력 생산 등의 초도호기(FOAK) 프로젝트는 투자자가 신기술 채택에 대한 베팅을 주저하는 바람에 여전히 리스크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수소 생산은 IRA에 따른 인센티브에 힘입어 향후 10년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2030년까지 1000만t의 저탄소 수소 생산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유럽, 아시아 구매자와 대규모 수출계약을 얼마만큼 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생산 능력에 비해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업계 전반에 걸쳐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수전해 제조업체들이 향후 3~5년간 생산 능력을 축소한 점이 한몫했다.”

▶IRA법은 미국 수소 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는가.

“저탄소 수소 생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된 골자다. 우선 저탄소 수소에 kg당 최대 3달러를 제공하는 45V 생산세액공제(PTC)를 도입했다. 공제액 규모는 탄소 감축 정도에 따라 커지는데,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에 최대치의 공제액을 제공한다. 탄소 포집에 대한 세액공제도 제공된다. IRA법은 45Q 탄소 포집 세액공제액을 t당 85달러로 인상해 결과적으로 블루수소와 그레이수소 생산비용을 동등하게 만들어놨다.

다만 올해 8월 구체적인 인센티브 수혜 자격을 다룬 지침이 나오기로 했는데, 현시점까지 당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수소 파이프라인 개발 등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엔버러스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북미지역 에너지 데이터. / 제공=엔버러스
엔버러스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북미지역 에너지 데이터. / 제공=엔버러스

▶한국기업들이 루이지애나주 일대의 블루수소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이 지역의 블루수소 사업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무엇보다 루이지애나 지역은 대규모의 저렴한 재생에너지 전력과 천연가스 자원에 대한 접근이 쉽다. 이산화탄소는 염수층(Saline Aquifer)이라 불리는 지층에 저장할 수 있는데, 이 지역은 탄소 저장에 적합한 프리미엄 지층을 갖고 있다. 파트너십을 꾸릴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다.

기존 인프라의 활용도가 아직 낮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기존 파이프라인은 이산화탄소탄소·수소 배관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의 정유 공장이나 암모니아 생산, 석유화학 공장의 향후 수소 수요량도 상당한 편이다. 풍부한 공급과 수요 덕택에 이 지역은 CCS 프로젝트의 온상(Hotbed)으로 거듭나고 있다. 탄소 감축 세액공제가 좀 더 구체화되면 비용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 감축에 있어 CCS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CCS는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탄소 저감이 어려운 사업인 시멘트·콘크리트, 철강, 정유 산업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CCS는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을 가능케 해준다. 경우에 따라선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옥시덴털은 DAC 기술에 거액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직접 배출(Scope 1), 간접 배출(Scope 2), 기타 간접 배출(Scope 3)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탄소가 배출되는 일부 활동의 경우 CCS가 최적의 탄소 감축 경로일 것으로 본다. 가까운 미래에도 화석연료는 대중교통, 항공 등에 필요할 것이다. 비료나 아스팔트, 플라스틱 등 합성 재료는 모두 석유를 원료로 한다. 천연가스(LNG) 발전은 점차 커질 그리드의 간헐성을 보완한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CCS 프로젝트 용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2%에 불과하다. CCS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현재 북미지역의 CCS 프로젝트와 기술개발 동향을 소개한다면.

“엔버러스는 올해 7월 기준 북미지역에서 진행되는 약 350개의 CCS 프로젝트를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 이 중 60%는 미국 걸프만 일대에 집중돼 있다. 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지만, 반대로 탄소를 묻을 고품질의 저장고도 풍부한 지역이다. 북미지역은 IRA법 시행 후 CCS 프로젝트 발표와 허가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DAC의 경우 세액공제액은 t당 180달러에 이를 정도다.

최근 CCS 분야에선 대규모의 인수합병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엑손모빌은 CCS 전문기업 덴버리를 49억달러에, 옥시덴털은 DAC 기술을 보유한 카본 엔지니어링을 11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다만 DAC 기술이 경쟁력을 지니려면 비용 절감을 위한 효율성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이 기술에 따른 포집 비용은 t당 300~600달러로 추정된다.”

엔버러스 소개자료. / 제공=엔버러스
엔버러스 소개자료. / 제공=엔버러스

▶엔버러스와 한국 기업의 북미지역 수소·CCS 프로젝트 협력 방안이 있다면.

“경쟁이 치열한 에너지 정보·분석 분야에서 엔버러스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한 회사는 없다. 1990년대 업스트림 석유·가스 사업자의 플랫폼으로 시작한 엔버러스는 이후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해 수소, CCS,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정보·분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50개국 6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수소·CCS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엔버러스가 구축한 플랫폼을 통해 경제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업성을 미리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중 하나다. 엔버러스는 석유·가스를 넘어 에너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He is...

크리스 딩클러 CRO는 지난 2015년 엔버러스 북미 세일즈 수석부사장(SVP)으로 합류해 엔버러스의 자본시장·국제사업 부문을 이끌어왔다. 에너지 분야에서 수익과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팀을 관리하는 데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엔버러스 합류 전에는 P2 에너지 솔루션(P2 Energy Solutions), 오일덱스(Oildex) 등 석유·가스 정보업체에서 영업·서비스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