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7647만달러 적자 발생, 중국 비중 95%
전기차용 수입 크게 증가, 현대차 탑재 늘어난 듯
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도 대부분 중국산 수입
'한국은 배터리 강국'은 허상에 불과

2021년 10월 27일 중국 CATL과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이 CTP(cell to pack) 기술 사용 및 파트너십 협정을 맺고 있다. 사진=CATL
2021년 10월 27일 중국 CATL과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이 CTP(cell to pack) 기술 사용 및 파트너십 협정을 맺고 있다. 사진=CATL

배터리 품목은 우리나라의 수출효자로 많이 알려졌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1분기 배터리 품목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나타났다. 수입의 95%가 중국산이었다. 여기에 배터리 소재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배터리 분야 무역적자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한국은 배터리 강국’이라는 위상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난 19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분기 리튬이온배터리(HS코드 8507.60) 품목의 수출액은 19억3163만달러, 수입액은 23억810만달러로 3억7647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5억398만달러 무역흑자를 보였다.

수입은 주로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 수입액은 21억9276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95%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 3975만달러, 폴란드 2489만달러, 일본 1805만달러, 베트남 1755만달러 등이다. 

세부항목별 수입액을 보면 전기차용이 18억1175만달러(78.5%)로 가장 많고, 이어 에너지 저장장치용 2억5741만달러, 기타(IT용 추정) 2억3894만달러이다. 중국산 배터리가 한국의 전기차에 대량 탑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인 코나EV, 레이EV, 니로EV 등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1분기 전기차용 수입액이 전년 동기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보아 올해 들어 탑재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역통계는 국내 산업계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배터리업계는 우리나라를 '배터리 강국'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표현해 왔다. 여기에는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통계가 많이 인용됐다.

최근 SNE리서치의 발표만 보더라도 올해 1~2월 '비(非)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산 점유율이 46.6%로 가장 높고, 그 중 LG에너지솔루션이 25.4%로 1위, SK온은 11.3%로 4위, 삼성SDI는 9.9%로 5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통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중국산 배터리는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액은 509억달러이며, 올해 1~2월에만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한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액은 73억달러이다. 

이 같은 수출액 차이는 국내 배터리업체의 생산기지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 더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배터리 강국'이 배터리 품목 무역적자를 보였다는 것은 해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중국의 배터리 경쟁력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업계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지난 13일 SNE리서치가 주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니 쩡(Ni zheng) 해외총괄사장은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궁극적으로 삼원계, 모듈 투 팩(Module to pack) 디자인의 배터리와 거의 동일한 성능을 달성했다"며 "배터리 사이클 수명도 LFP가 NCM보다 5배 우수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저렴하기에 LFP가 지속적으로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업계는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우리나라는 니켈 삼원계(NCM, NCA) 배터리를 사용한다. 

배터리 무역통계에서 한가지 더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의 전단계 물질인 전구체(HS코드 2825.90)의 경우 지난해 수입액은 약 40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94.4%이다. 올해 1분기 중국산 전구체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37.7% 증가한 약 11억달러를 기록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야말로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소재, 부품, 그리고 단전지 생산 거점까지 '탈중국'해야 할 상황이다. 이차전지 대중국 무역역조를 조기에 개선시키지 못하면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자유무역주의 퇴조에 따라 무역장벽이 세워져다라기 보다 지금의 대중국 무역역조는 우리의 이차전지 기초 체력 약화를 뜻하는 것이라 더더욱 우려된다. 이차전지 선진국이라 내세우려면 이부터 개선하고 소재부품과 단전지 생산 거점을 최대한 국내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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