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를 통과해 최종확정 발표됐다. 재생에너지는 2030년 발전량 기준으로 21.6%로 확대될 예정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맞추기 위해서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다. NDC 목표가 전 세계에서 최고 감축량을 정해버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이는 계획이다. 정말 이대로 실현될 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6년 30.6%까지 확대하고 108.3GW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실로 과도한 이행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건설할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은데 재생에너지 설비확대만 한다고 전력시장의 친환경화가 가능할 거라는 착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를 보면 우리는 재생에너지 설비확충만이 유일한 목표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명백하게 목도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는 꾸준히 증가돼 2021년 64회에서 2022년 103회로 증가했으며 이제는 육지 재생에너지에서도 출력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에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이 생산하는 전기가 제주도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을 경우 송배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력제어를 시행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어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 보상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사실 과다생산 시간대에는 경쟁적 경매시장이라면 마이너스 가격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수요과 공급이 일치되지 않는 시간대의 전력은 주파수 유지를 위해서라도 출력제어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재생에너지 설치 확대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점점 인식되어져 가고 있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태양광과 풍력은 과다 전기 생산시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요하고 과소 생산시에는 백업전원이 꼭 필요하게 된다. 더 나아가 계통망을 적기에 건설하여 다른 수요지로 보낼 수 있어야만 설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미국의 FERC order와 지역 PUC의 지침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치 시에 ESS 설치를 동시에 의무화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치 확대만으로 친환경 전력시장이 달성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더 큰 문제는 송배전망을 적기에 건설해야 하며 가장 큰 투자 비용이 드는 부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IEA의 탄소중립 로드맵 상으로는 재생에너지 설치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동일한 규모의 재원이 계통을 연결하는 전력인프라에도 투자돼야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계통이 문제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이 늘어남에 따라서도 내륙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내륙의 계통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을 담보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시간대가 하나이기 때문에 남해안도 제주도와 똑같은 시간대에 고부하 시간대가 걸릴 것이고 이렇게 남아도는 전기는 수요처인 수도권까지 송전하고 배전해야만 전력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내륙을 전부 관통하면서 계통을 연결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HVDC 등을 해안으로 연결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해상풍력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어떻게 수요지까지 연결하고 RE100 기업들과 PPA로 연결할 방안을 생각하다 보면 풀어야 할 문제가 한 두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논의되는 많은 에너지·환경 관련 계획법들이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계통의 문제 뿐만 아니라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들이 속속 완공되면 선진기술로 멋지게 지어놓은 발전소들이 가동도 못하고 서있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가평까지 이어져야할 HVDC등이 제 때에 건설되지 못했으며 이미 출력제약을 통해 경제성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국내 전력시장이 과거와 같이 망을 적기 맞추어 건설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로 인해 재원마련도 쉽지 않고 공기업의 특성상 적기에 사회적 수용성을 챙기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매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적 여건을 고려하지만 계통연결 책무가 지켜지지 않는 문제는 발전사에게 손실을 강요하고 결국 법적 소송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라도 정부가 계통TF를 가동해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반갑게 생각하고 현재는 거의 전력시장의 데프콘1 상황임을 인지하고 하루빨리 계통문제를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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