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내 에너지 및 산업계의 이슈 중 하나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이었다. 세계적인 선두 기업 397개 사가 가입했으며, 국내 기업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7개 기업이 참여 선언을 하였으며 신년에도 10개 이상의 기업이 가입을 예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시장은 내리막 길이다. 지난 2020년에 5.3GW로 정점을 찍은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시장은 2021년에 4.3GW에 이어, 지난해에는 3.9GW로, 올해는 3GW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높아지고 RE100 이행을 해야 하는 기업들의 비용은 증가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국내 생산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국내 RE100 기업들을 위한 해법은 없을까? EU는 최근 REPowerEU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풍력 510GW, 태양광 592GW를 확보하고 지붕태양광 패널의 설치 의무화 등 기존 Fit For 55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알려진 미국의 IRA법안도 내용의 본질은 그린에너지 산업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세계가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에너지 문제 해결 및 경제 발전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대구에서 발표한 '산단 태양광 사업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산업단지 면적은 국토의 0.26~0.46%에 불과한 반면, 에너지의 53.5%, 전력의 38.6%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처이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전체 배출량의 53.5%, 산업부문 배출량의 83.1% 수준으로, 산업단지를 그린화하지 않고 국가NDC를 달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산업단지의 공장 옥상을 이용한 태양광 잠재량이 47.69GW에 이르며 이론치이기는 하지만, 이는 국내 전체 발전량의 1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나, 현재 재생에너지 설치 면적은 0.47%에 불과하다. 

전세계가 그린 산업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그린 산업에 대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기를 바라며, 그 대안의 하나로 전국의 산업단지 태양광 사업을 한국형 REPower프로젝트를 제안해 본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산업단지는 1,250여개에 달하며, 11만3000여개의 기업이 227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지역경제의 핵심 교두보이다. 산업단지를 그린화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프라 설치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와 함께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들의 ESG 경영, RE100, 탄소조정국경세(CBAM)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이다.

하지만, 국내 산단은 30년에서 50년 이상의 노후 산단이 많아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구조, 누수 문제, 지상권 등에 대한 소유권 문제, 설치를 위한 금융 문제 등의 많은 이슈로 인해 공간적 이점이 있음에도 태양광 설치가 쉽지 않았다. 어려운 문제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 우선, 공장주들이 불편해하는 구조 및 누수의 문제, 공장 이전 및 생산의 문제 등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부담없이 참여할수 있는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분산자원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경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산단 태양광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RPS에 투입되는 가중치 재원을 산단 옥상 태양광에도 과감하게 지원하여 사업성을 높이고, 사업의 수익이 기업주 및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단 내 에너지 거래 및 공유, 지자체의 인허가 등 제반 정책 지원과 함께 BIPV 적용 및 효율화 사업에 대한 기술 지원이 함께 한다면 산단 태양광 사업이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사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산단 태양광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뿐 아니라, 기업들이 RE100 대응을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 그리고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어려움을 지혜로운 토끼의 영리함으로 극복해 내기를 소원해 본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