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탁(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영탁(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재생가능에너지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수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비율이 낮은 데다가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한 연료비 폭등과 물량 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에너지안보와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관련업계는 다소 위축되고 불만스러운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이후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목표가 하향됐고, 최근 도매시장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사업자들의 수익도 감소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수년간의 재생에너지 보급과정에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만에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 관련업계는 불만과 불안에 휩싸이기보다는 최근의 상황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도약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 3가지 측면을 다각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보급목표’와 관련해 새 정부의 목표 하향이 관련업계로서는 당연히 불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보급목표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도전적인 설정과정에서 다소 의욕적으로 책정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현재 하향된 보급목표도 물량상 결코 작거나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특히 오랜 기간 부진했던 풍력은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정산문제’와 관련해 도매시장의 상한제로 일부 사업자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 역시 냉철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연료비가 제로인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수입을 가스연료비에 의한 도매가격 기준으로 정산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현재의 정산방식은 연료비가 제로인 재생가능에너지의 장점을 훼손하고 국민부담을 유발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촉발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제고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연적 조건의 불리함을 최대한 극복하면서 가능한 발전단가를 낮추고 발전수입 역시 화석연료가격에 연동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도매가격과 REC가격에 따라 사업수입 자체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구조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와 금융조달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논의되는 바와 같이 일정 규모이상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앙경매제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일정한 가격으로 정산받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 사업전망’과 관련해 정책상 보급목표와 구별되는 새로운 영역, 특히 RE100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RE100 구현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접PP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발전단가와 정산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산방식은 단기적으로 해당사업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으나 RE100을 포함하여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장기 보급확대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정산단가가 하락해 시장에서 경쟁력이 제고되면 재생가능에너지의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는 말이 있다. 개개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을 말한다. 공연장의 앞쪽 관람객이 공연을 좀 더 잘 보겠다는 개인적 편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 뒤의 모든 관객들도 계속 일어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불편함을 초래한다. 개개인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만 하면 국민경제의 생산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들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구성의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당장의 의욕적인 보급목표와 높은 정산수입이 사업자 개개인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장기 보급확대와 국민의 수용성이란 측면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한다. 이제 재생가능에너지도 무조건 정부 보급목표의 상향과 높은 수익보장에 의존하는 것에서 점차 탈피해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관련업계가 불만과 불안에서 벗어나서 또 한번의 도약으로 한국경제의 탄소중립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조영탁(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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