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배전 및 판매시장 개편 필요해
KPX의 폐쇄적 거버넌스 바뀌어야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의 출력제한부터 전력산업 구조개편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한 전력시장’세미나가 열렸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한 전력시장’ 세미나에서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양진영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전력시장 안팎에서 재생에너지는 공정한 취급을 받는가’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제주도의 풍력발전량은 2017년 후 큰 차이가 없는데 출력제어량은 늘어났다”며 “결국 출력제한은 제주도에 석유연료 발전소 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한전과 발전자회사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석탄 또는 원자력 발전의 90% 이상이 한전 및 발전자회사가 운영하고 있고 87.5%의 재생에너지가 민간발전사업자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확대되면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발전소를 꺼야 하고 시장을 뺏기게 되는 꼴”이라며 “사실상 전력망과 시장운영을 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의 발전을 늘려 기존 자산의 가동을 줄이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사례로 제주도의 출력제한을 꼽았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출력제어 횟수가 14회, 15회, 46회, 77회, 64회 등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해 풍력발전량은 54만1225MWh, 53만8634MWh, 54만8497MWh, 58만359MWh, 42만3346MWh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한전 발전자회사의 화석연료 발전소가 발전용량이 증가하며 출력제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ESS, 동기조상기, 수요반응자원 등 유연성 자원을 활용하면 출력제어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늦추지 않아도 CFI2030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인 시나리오가 있다”며 “유연성 자원을 도입하면 재생에너지의 발전기 이용률은 올라가지만 화력발전기 이용률은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중심의 KPX…독립성 갖춰야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한 전력시장’ 세미나에서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한 전력시장’ 세미나에서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화력발전에 의존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전력산업 내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력시장 및 계통의 운영기관인 KPX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과거 전력시장이 화력발전 중심의 이해관계자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풍력, 태양광 사업자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4600개 이상(96%)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이 KPX 총회에서 가장 큰 권한을 보유하며 변화된 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KPX 회원총회 의결권의 약 80%를 보유하고 있다”며 “공급, 판매 각 부문에서 시장 내 거래량에 비례해 의결권을 배부하다 보니 한전 및 발전자회사가 대부분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 동부지역을 관장하는 계통운영자 PJM은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동일한 의결권을 보장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발전, 송전, 배전, 판매 소비 등 각 부문이 1.0의 의결권을 갖게 함으로써 특정 이해관계자가 계통 및 시장운영을 좌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KPX 이사회의 회원대표 구조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정관의 변경 ▲이사회 운영 규정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정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선임에 관한 사항 ▲이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 등 총 21가지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KPX 내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회원대표는 이사회에서 회원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자리로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관을 개정하며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 신설되는 회사만 회원대표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며 이상회 거버넌스 인원 구성이 폐쇄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이에 따라 전력시장 회원의 주요 관계자로 성장한 재생에너지가 회원 대표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전력시장 매커니즘을 논의하는 주요 하위 위원회인 비용평가, 규칙개정위원회의 회원대표 5명 중 4명도 한전 및 발전자회사 소속”이라며 “하위 위원회에는 한전 및 발전사회사로부터 자문과 용역을 수행하는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됨에 따라 이들이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반하는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망 분리와 판매시장 개방 필요해

이날 참석자들은 송전망 분리와 판매시장의 개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비례)의원이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한 전력시장’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양진영 기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비례)의원 축사를 통해 “발전시장은 개방돼서 누구나 사업할 수 있지만 송배전과 판매는 한국전력의 독점”이라며 “재생에너지는 판매할 수 있게 했지만 판매사업의 문제는 송배전망을 이용하기에 모든 발전사업자와 판매하는 전력회사에 공정하게 길을 열어줬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시기가 왔다”며 “70조원 자산의 송배전을 차라리 국유화해서 비용을 차감하고 전기요금의 원가를 정상화하는 게 꼬여있는 전기요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회에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는 강경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 이지호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장,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 최한수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인 석광훈 박사는 “과거에는 한전이 프랑스의 전력공사를 많이 참조하고 근거로 삼으며 여러 영업에 대한 합리화를 했다”며 “이제는 프랑스도 송전공사를 분리했고 판매시장을 개방하며 경쟁 체제로 돌아섰다. 더 이상 한전이 참고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석 박사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 박사는 “한전이 체제를 영위하는 것을 더는 용납해선 안된다”며 “확실히 분리해서 공정경쟁이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최소화하려면 빨리 자발적으로 전력산업을 구조 개편해야 한다”며 “50조만 넘어도 국가 재정의 10%에 육박하는데 1~2년이라도 지연되면 한전이 멀쩡하게 남을 리 없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의 박진표 변호사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국가와 공무원들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일본은 올해 초부터 에너지절약을 강조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선거 후에도, 여름 전에도 에너지절약을 강조하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의 책임의식이 갈수록 떨어지고 통찰력 없이 임기응변과 미봉책으로 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우리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강경택 과장은 가격결정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한전의 공급 약관에 반영하는 권한이 산업부에 있지만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과장은 “시장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에너지요금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기요금 결정구조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하자는 방법을 마련하는 내용이 국정과제에 있고 전문가 용역 등 통해서 해외사례 등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보기에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충분치 않고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나름대로 제한된 역량과 정보, 관계부처간의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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