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협회 “소통 노력 무산…강도 높은 대응 필요해”
하정림 변호사 “출력제어 일어나는데 발전소 추가, 정당성 없어”

제주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주에너지공사
제주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주에너지공사

정부가 제주도에 LNG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풍력업계가 법적 검토와 집단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LNG 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될 시 출력제어로 겪고 있는 풍력 업계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제주도가 주창해온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2030)’도 사실상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정부의 LNG 추가발전 건설 계획과 관련 대책회의를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덕환 풍력협회 대외협력팀장은 “세미나 등을 통해 출력제한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소통하려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영이 안 되면 업계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풍력 업계도 법적인 대응을 포함해 집단행동을 하는 등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주지역 최대전력이 2025년 1350MW, 2030년 1563MW, 2036년 1660MW 증가할 것이라 보고 연도별로 부족한 발전량을 LNG 및 ESS로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30년 422MW와 2036년 582MW의 발전시설을 추가한다는 계획으로 300MW의 LNG발전소 추가가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가 현재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계통에서 수용하지 못해 출력제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발전 용량은 800MW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으로 계통 안정화를 위해 발전량이 큰 풍력발전을 출력 제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태양광 발전의 가동도 중단시키고 있다.

2019년 46회였던 출력제한은 2020년 77회, 지난해 64회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6월까지 82건으로 크게 늘었다.

법조계는 LNG 발전소 증설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풍력협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법무법인 태림 소속의 하정림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출력제어도 법적으로 맞지 않고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이라며 “공익적 필요성 때문에 출력제어가 필요했다고 하면 LNG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 업계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업계는 제주도에 LNG 발전시설이 추가되면 사실상 재생에너지 시장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아가 제주도의 CFI 계획 또한 사실상 수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내 풍력발전소 관계자는 “제주도가 풍력발전을 늘리려 계획하는 가운데 잉여전력과 간헐성 문제를 살피고 있는데 새로운 가스발전이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LNG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를 높이려고 하는 제주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VPP 업계 또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는 LNG 발전이 추가로 건설되면 VPP 등 보조 서비스 시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도는 올해 4월 ‘제주형 분산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통합발전소(VPP) 등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제주도 내 VPP업체 대표는 “전력 믹스와 관련해서 제주 시장도 여러 번 공표했고 중앙급전 발전기 ESS도 100MW 이상 들어올 계획”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300MW 이상의 LNG 복합발전소, 그것도 기술적으로 완성이 안 된 수소 혼소 발전소가 들어온다면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머스트 런의 문제가 계속 이어지게 되고 출력제한을 겪고 있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전혀 발전을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에너지믹스를 고려해서 보조 서비스 시장에 대한 계획을 정부 등 여러 곳과 세우고 있는데 이와 같은 계획이 나온 것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방증”이라며 “10년 이후에 계획인 만큼 누구도 장담 못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LNG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업계의 지적에 대해 학계 또한 같은 의견이다. 특히 정부가 ‘대용량 가스발전’처럼 당장은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을 얘기하며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간헐성의 문제를 화석연료로 해결하려는 건 너무 쉬운 발상”이라며 “CFI2030 달성을 위해 노력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린 제주도의 노력도 길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LNG발전소 증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도내 고용 창출 및 산업육성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LNG 발전소가 증설되면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제주에 사업하지 말라는 시그널과 같은데 불확실성이 커진 풍력산업에 누가 투자하겠나”라며 “제주 CFI계획과 연계해 고민해야 하는데 LNG 발전소가 추가되면 사실상 제주도의 CFI 계획과 도내 고용 창출, 산업육성 시장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해결방안에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의 방향이 달렸다는 평가도 있다.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출력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섹터 커플링에 대한 고민이나 액션을 하지도 않았다”며 “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출력제한을 해결하지 못하면 섬이나 다름없는 한반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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