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지털 대전환비전 선포…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 수립
국제협력 및 표준 외교도 적극…전기전자분야 시스템표준화 노력도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ISO 회장직 도전장…당선에 총력 다질 것"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이 국내 표준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이 국내 표준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산업 분야의 표준을 선점하면 세계적인 경쟁에서 '룰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을 선점하면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도 커져 주요 선진국들은 표준전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 표준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역할도 최근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표원은 우리나라 헌법 제127조 2항에서 규정한 국가의 기본적 책무 중 하나인 표준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기준을 만들고 시행하는 곳이다.

1883년 화폐의 주조와 분석을 담당하던 전환국 분석시험소가 모태인 국표원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국가기관이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KS표준과 인증, 안전·기술규제를 맡아왔다. 제품 위주의 표준에서 최근에는 유통‧물류‧소프트웨어‧서비스 등 전 산업 분야로 표준화가 확대되면서 표준의 종류도 더 방대해졌다. 이상훈 국표원 원장을 만나 국가 표준·인증·제품안전 정책 추진 방향을 들어 봤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그동안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지난해는 KS(국가표준) 제도를 도입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국가표준 60주년 기념식을 열어 국가표준의 새로운 60년을 열어갈 그린·디지털 대전환비전을 선포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050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할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수립했다. 국제표준 무대에서는 전략적인 국제협력과 표준 외교를 강화했다. 양자기술,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미래기술 분야 표준협력도 강화했다. 소부장 강국인 독일과도 스마트 기술과 미래차 분야의 표준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표준강국인 일본, 중국과는 정례회의를 통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안전 분야에서는 제품안전성조사, 수입제품 통관검사, 불법제품 단속 등 제품시장 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위해(危害) 제품 집중 조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하반기 추진할 굵직한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국내 우수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연구개발 성과를 표준으로 연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사용후전지의 재사용을 위한 안전관리제도를 신설하고 사용후전지 재활용 체계의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표원은 불합리한 인증제도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해외의 기술규제 또한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선거에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한국인 최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선거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분위기는 어떠한가.

"지난 5월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차기 ISO(임기 2024~2025년)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이래로 국표원은 ISO 회장 선거 투표권을 보유한 122개 ISO 정회원 기관을 대상으로 지지 요청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지금까지 구축해 온 ISO 회원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활용한 양자면담, 지역표준화기구 대상 홍보를 실시하는 등 조 후보자의 선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 후보의 역량과 우리가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의 ISO 첫 회장 진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에서 표준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오늘날 표준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부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기술의 총체적인 융합을 통해 모든 사물이 초연결되고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출현하는 세상이다. 사물 간 경계를 허무는 모든 연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표준이다. 또한 표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스케일업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켜 퍼스트 무버의 새로운 시장 창출과 선점을 가능케 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 다녀온 것으로 안다. 제2차 한미 표준포럼 등에 참여한 걸로 아는데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왔는가.

"한·미 양국은 첨단 미래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미 표준협력대화 및 표준포럼을 출범하고 올해 양국 교차 개최 계획에  따라 이번 제2차 표준협력대화 및 포럼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했다. 한·미 표준협력대화에서 양국은 국가 표준화 정책을 공유하고 차기 표준협력 분야 및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현안 등 양국의 기여 방안,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비전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 한·미 표준포럼에서는 양국의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첨단기술분야 기술정책과 표준화 전략을 공유하고, 국제표준화 상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국표원의 전기-에너지 분야 사업구상과 정책방향이 궁금하다.

"먼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투자 확대와 공공기관 설치 의무화 등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탄소중립 실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ESS 화재 사고 원인조사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실증시험 기술을 바탕으로 ESS 안전성 분야의 국제표준 선점에 나섰다. 현재까지 ESS의 안전성에 대한 표준안 2건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제안해 우리나라 주도로 국제표준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표원은 ESS 화재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검증센터'를 구축하고 전기적 위해 실증시스템, 이차전지 시스템의 방폭 시험시설, 소화설비 및 소화약제 시험기반 등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가 국가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로 부상함에 따라 국표원은 에너지 기술 표준화를 통해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역시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다. 국표원은 에너지 공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및 신(新)에너지원(원자력, 수소 등)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전자분야 시스템표준화 포럼의 역할과 현재 어떤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이른바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사물이 상호 연계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상호운용성이 요구되는 융·복합 시스템에 최적화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 제품·서비스 중심에서 표준화 활동에서 벗어나 시스템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표준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이에 국표원은 지난해 4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접목돼 스마트화된 복합시스템에 활용 가능한 표준을 개발, 지원하는 역할을 위해 '전기전자분야 시스템표준화 포럼'을 발족했다. 현재까지 저전압 직류송배전(LVDC), 능동형 생활지원(AAL) 등 국내 대규모 실증단지 중심으로 표준화 아이템을 도출하고 국제·국가표준으로 개발토록 적극 지원하고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국표원장 재임 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몇 가지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 아래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국민이 믿고 쓰는 KS, KC를 만들겠다. KS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국가표준(KS)의 품질수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마크이다. KS와 KC 마크가 부착된 제품과 서비스를 국민 모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국표원은 기술과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표준과 기술기준을 끊임없이 제·개정하고 있으며 기술기준과 표준을 일치시키고 국가표준과 국제표준을 부합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는 전략적인 국제협력과 표준 외교를 통해 미국, 독일, 중국에 이은 '세계 4대 표준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가 국제표준 무대의 룰세터(rule-setter)가 돼 국제표준 선점 경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ISO 회장 진출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표준화 주요국과의 전략적 국제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소부장 강국인 독일과도 스마트 기술과 미래차 분야의 표준협력을 강화하고 표준 및 기술 공조 체계를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표준강국인 일본, 중국과는 정례회의를 통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He is…▲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MASSACHUSETTS INST. OF TECH. (MIT) 과학석사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전기소비자보호과장(2008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과장(2013년)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실 특수재난지원관(2015~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관(2017~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2018~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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