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김포지사 배전운영부 박찬민 인턴

매일 서너 시경 한국전력의 사무실에는 '한전, 안전하자'라는 문구가 사내 뉴스와 함께 울려 퍼진다. 뉴스는 매일 다른 소식들을 담고 있지만, 이 문구는 적어도 내가 일하는 3개월 동안 한 번도 변한적이 없었다. 이 불변의 외침은 내가 한국전력 김포지사 배전운영부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바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체험형 인턴'이라는 위치는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체험형 인턴이라는 기회를 통해 한 회사의 상황이나 외부의 여론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중간적인 위치에서 회사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3개월이라는 계약이 끝나면 이해관계는 종료되지만(물론 일부 우수 인턴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그 기간만큼은 사무실 한쪽에서 말초신경과 두 귀를 통해 분위기와 상황을 한껏 경험할 수 있는 자리이다. 외부인과 조직구성원이라는 특성이 공존하는 다소 복합적인 위치에서 나는 한국전력이라는 올해 최고의 화두인 공기업, '한국전력' 특히 내가 몸담았던 김포지사 배전운영부의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인턴으로서 업무를 체험하면서 크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은, 내가 한국전력이 추구하는 안전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 중에는 '굴착 협의'라는 것이 있었는데, 배관 신설 등의 이유로 굴착하려는 업체 관계자분께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 여부를 알려드리고 입회 요청을 드리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도면 확인하고, 사진 찍고, 도장 찍고, 스캔 하고, 요청을 올리면 끝나는 업무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단순한 절차 속에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안전이라는 함의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따금 길을 지나가다 보면 '케이블 매설'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구역에서 굴착이 행해질 경우 만에 하나 설비를 잘못 건드린다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안전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를 업무 지시를 통해 들은 후, 내가 맡았던 굴착 협의 업무가 그저 관행적인 절차가 아닌, '철저한' 안전을 위한 수많은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최근, 그리고 가장 크고 숱하게 맞닥뜨렸던 특징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수시로 찾아오는 '돌발 상황'이다. 인턴으로 배치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한창 관로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사무실 직원분들이 거의 남아계시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도 아니었고, 주말 직전도 아닌 업무 시간 한가운데에 있었던 일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두 분이 돌아오셨고 잠깐의 정전이 감지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모두 돌발 상황에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1층의 배전운영실로 말 그대로 '출동'하신 상황이었다. 이런 모습은 단발적인 것이 아닌 인턴으로 있었던 3개월 내내 볼 수 있었다. 화재나 천재지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급과 안전 문제를 위해 현장에 나가시는 직원분들을 숱하게 볼 수 있었고, 악천후가 있는 날이면 비상 상황으로 6시 이후에도 지사를 지키는 분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사기업을 비롯한 다른 기업체들이 태평한 상황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철저함이 오로지 한국전력에만 국한되는 특징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조직과 다르게 공기업, 특히 한전이 갖는 이러한 철저함과 돌발 상황은 영리의 목적을 넘어 조직구성원, 업체 관계자, 나아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현장에 다녀오시는 직원분들도, 직접 설비를 만지는 업자분들도,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사장님들도, 전기를 사용하는 전국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전의 철저함과 기민성은 국민 모두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필수적인 특징이며, 이를 다짐하는 '한전, 안전하자'는 사무실에서의 울림이 아닌, 모든 이가 외쳐야 할 문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외의 불상사도 존재할 것이다. 모든 일에 100%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3개월 체험형 인턴으로서도 감히 예상해볼 수 있는 바이다. 그렇기에 '한전, 안전하다'가 아닌 '한전, 안전하자'는 꽤나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자'라는 종결어미에100%를 장담하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이 아닌, 한결같이 100%를 추구하고 노력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현장 업무 투입을 위해 운전을 익히던 분, 휴일에 업무 관련 자격 공부를 한다는 분, 우천 시 현장에 다녀와 바지적삼(?) 다 적셨던 분, 각종 장비로 설비를 점검하던 분,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하던 분들 덕분에 '한전, 안전하자'는 100%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전력 김포지사 배전운영부 박찬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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