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그 여파가 고스란히 서민들의 피부로 전달되고 있다. 지난정부 5년간 탈원전이니 에너지전환이니 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혼전을 거듭할 때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였던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위기가 현실화 된 셈이다. 세계화가 가져온 역설이기도 하지만 세계화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제까지 그래왔듯 정부의 올바른 대처와 국민들의 현명하고도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최근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니며, '탄소중립 2050'은 거스를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에너지전환 문제의 총론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이산화탄소의 총 발생량이 적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며, 경제적으로 부담 가능한 에너지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있다면 전기에너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같은 조건들을 만족하는 단 하나만의 정답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라마다 입지여건이나 경제적 형편 등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줄곧 원론을 가지고 논란을 벌여왔다. 첫째, 탈원전 혹은 감원전이냐 아니면 원전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대안이냐 하는 논란이다.  둘째 ,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로 늘려야 하느냐 하는 논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는커녕 논란만 부추겼다. 과학적 근거나 합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각종 언로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무기화를 벼르고 있고, 서방세계는 반대로 러시아로부터 의 에너지 수입을 줄여 경제적 타격을 주려는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다시 퍼지고 있다. 일본 역시 그동안 세워놨던 원전을 서둘러 재가동 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건 역시 다르지 않다. 마침, 현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마당에 앞으로는 원론적인 논쟁에서 탈피하여 원전과 가변성 재생에너지 전원과의 조화로운 조합과 안정적인 운영에 사회적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아울러 가변성 재생에너지 전원의 대폭적인 증가에 따른 전력망의 수용성 문제가 새로운 관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여수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한전기학회 학술대회가 전에 없이 뜨거운 열기와 함께 개최되었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대한전기학회'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24개의 전문 워크숍을 개최한 것이 주된 이유로 짐작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에너지전환 논쟁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던 전기학회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국가 전력망을 운영 및 유지관리하고 있는 한국전력거래소(KPX)와 한국전력공사(KEPCO) 그리고  국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각종 현안을 주제로 전문 워크숍을 연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몇 해 전부터 제주도에서 겪고 있는 출력제한 문제가 마침내 육지 전력망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견했던 문제들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첫째, 태양광 발전량이 최고에 달하는 낮 동안에 석탄화력과 원전의 발전량을 조절하여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기술적인 과제이면서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전력부하의 지역편중으로 인하여 대폭적인 송전설비 신∙증설이 필요하다. 이 문제 역시 환경문제와 경제성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결론적으로 전력망의 지능화와 유연성 확보 없이는 신재생의 확대도 원전과의 조화도 성공할 수 없다. 더 이상 원론에 매몰되지 말고 각론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프로필

▲인하대학교/명지대학교(전기공학 석사/박사) ▲한국전력기술 전기기술부 책임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 Senior2 ▲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원자력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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