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는 부산국제교류재단의 사무차장으로 학생들과 함께 중국의 코부치 사막을 방문한 적이 있다. 코부치는 사막화가 진행되어 사람들이 자신의 정주지역을 버리고 수확물을 찾아 떠나버린 곳이다. 코부치에서 발원하는 황사는 중국의 수도 북경을 넘어 한국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부치를 녹지로 전환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를 막는 노력의 일환이다. 생명체의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생명체의 이주는 집단죽음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 인간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래와 물로 전환시키는 지구의 유기적 생명활동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상상의 이야기를 과학의 영역으로 불러오면 우리는 미국의 고기상학자 러디먼(Ruddiman)이 2001년에 발간한 책 '지구의 기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지구는 이산화탄소와 물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서 지구의 항온을 유지하는 온도조절기로 작용한다.

인간이 만든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축적되고 이 이산화탄소는 해수상층에서 증발된 물과 결합하면서 탄산이 된다. 이 탄산은 식물을 통해 규산염과 결합하고 이온화 작용을 통해 탄산칼슘(석회석)과 이산화규소(모래) 그리고 물로 전환된다. 지구의 자정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발생한다. 나무가 고사하고 사막화가 진행되며 이상한 벌레들과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인류는 질병에 시달린다. 기후변화로 일어나는 지구의 증상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무의 죽음으로 사막화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나무는 생명의 원천인 물을 만들어내고 심해는 석회석과 모래를 축적한다고 것을 보여준다. 러디먼은 비록 지구의 자정능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진 문명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지구 및 지구의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이 지구라는 인류의 집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기 위하여 인류는 지구라는 온도조절기가 고장 나지 않도록 유지하고 지구의 자정 노력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인류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 지구를 떠날 수도 지구를 바꿀 수도 없다. 우리는 현재 여기서 지구와 함께 살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지구를 독점하고 착취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존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안영철 기후안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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