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지 부족・수익성 저하로 일감 줄어 경영난 심각
태양광 시공업체 ‘줄도산’…직원 줄이고 법정관리까지
산업부 태양광 입지규제 폐지 가이드라인도 법적 구속력 없어 ‘무용지물’
선로용량 포화상태라 발전소 지으려면 5~6년 기다려야…대기업도 발 빼

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에너지365
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에너지365

최근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태양광 시공사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사이 직원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태양광 초창기 시절부터 회사를 운영한 베테랑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제로(0)인 곳도 있다.

심지어 3년 전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명 시공사는 최근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사이 RPS 의무공급량은 매년 증가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태양광 시공 업계는 무너져가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RPS 의무공급량 매년 증가…태양광 시공사는 글쎄

건설업으로 분류되는 태양광 시공사의 정확한 증감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조사했던 '신재생에너지산업실태조사:에너지원별 신재생에너지 산업 기업체 수 현황'에서는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셀), 모듈 등 부품 위주로 조사가 이뤄져 시공사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매년 발표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서는 상황이 개선돼 서비스 산업부문에 건설사와 시공사에 대한 조사결과가 있었다. 다만 정책연구로 이뤄진 2018년과 시범조사였던 2019년에는 매출과 종사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다뤄졌다.

올해 초에 발표된 '2020년 신·재생에너지 산업 현황'에서야 건설업체의 수 2169개로 조사돼 정확하게 증감을 비교할 대조군을 찾는 것은 어렵다.

에너지공단이 추진하는 주택지원사업, 건물지원사업 등 보급사업에 동참하는 '참여기업'의 기준으로는 2018년 233개에서 2019년 246개, 2020년 263개, 2021년 367개, 2022년 433개로 5년 사이 85.83% 증가했다. 다만 업체가 지원하고 에너지공단이 선정하는 방식인 만큼 참여기업의 증가가 실제 시공사의 수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최근 태양광발전의 RPS 의무공급량의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의무공급량'이란 공급의무자가 연도별로 신ㆍ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공급해야 하는 발전량을 말한다.

2018년 21개 발전사업자들의 RPS 의무공급량은 2199만9681MWh였다. 이어 2019년 21개 2696만6632MHh, 2020년 22개 3140만1508MWh, 2021년 23개 3892만6912MWh, 24개 5874만9261MWh 등으로 5년 사이 발전사업자는 3개 증가했고 발전 규모는 167.04% 증가했다.

정확한 수치를 드는 것은 어렵지만 태양광 시공업계는 '줄도산'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최근 몇 년 사이 어려움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대전에 본사를 둔 A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부품업체로부터 선주문한 자재의 부품 대금 수 억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는 동안 KS 인증과 규격이 바뀌며 해당 부품은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됐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여러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A사는 법정관리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린빌리지 실증단지를 건설한 해당 업체는 지역 기부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곳이다.

충남 천안의 B사는 12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업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올해도 3월 말까지 전혀 매출이 없었다.

나주에 본사를 둔 C는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과 손잡고 수상태양광에 강점을 보여왔지만 최근 경영난으로 직원 중 절반을 내보낸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문제는 '땅'…"지을 곳이 없다"

태양광 업계는 시공에 적합한 부지가 찾기 어려워지며 공사가 줄어든 것을 시장 악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기점이 된 것은 2018년 6월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임야' 지목의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7~1.2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임야를 사놨거나 공사 예정이었던 발전사업자들과 시공업체들은 REC 하향에 따른 손익구조 변경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해야 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임야는 바닥을 평평하게 작업하거나 큰 돌을 부수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해서 공사 단가가 평지보다 높다"며 "여기에 REC까지 하향되면서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게 돼 임야에 공사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당초 이격거리 규제를 피해 임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인데 그마저도 막힌 것"이라며 "심지어 5년째 땅을 사두고 아무것도 못 하는 사업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거지역 또는 도로에서 일정거리 이내에 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이격거리 규제도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태양광 이격거리를 갖춘 지자체는 129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격거리의 기준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데 최소 20m에서 최대 1000m에 이를 정도다.

이에 2017년 산업부는 태양광 입지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사실상 효력이 없는 상황이다.

임야를 피하고 이격거리를 충족시켰다고 해도 선로 용량이 문제다.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송전설비의 공급 부족으로 전력의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발표한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설비용량은 13만3392MWh였다. 이는 5년 전(10만1590MWh)에 비해 약 31.30%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내 변압기 용량은 13% 증가한 33만6926MVA였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다 보니 땅을 사서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면 5~6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어떤 대기업이라고 해도 5~6년을 기다리라고 하면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야 REC 하향과 지자체의 거리규제, 선로용량 하향 등으로 일감이 줄다 보니 결과적으로 시공사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시공사 감소…대중소상생발전법 빛 볼까

시공업계는 시장의 약화가 결국 2050 탄소중립 실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경고한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70.8%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태양광의 몫은 450GW로 추산되는데 태양광 보급사업의 앞선인 시공업계가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태양광 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위한 건의사항을 정부에 건의해왔다.

줄어든 태양광 보급 설치량의 대책 마련과 함께 태양광 경쟁입찰 탄소인증제 평가점수 상향에 대해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탄소인증제 평가점수가 상향될 경우 모듈 가격 상승 시 원리금 회수 기간 지연 및 수익성 감소로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자체 수의계약이 가능한 대형 민간발전사업자들에 대해 정부가 탄소인증제로 차등 인센티브를 강화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대중소 상생발전법' 제정의 필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매년 공급의무량이 늘어나며 한전 6대 발전 자회사가 RPS 의무공급비율이 자체설비, SPC 설비, 자체계약으로 70%를 웃돌고 있는 만큼 대·중·소 동반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회장은 "발전공기업, 중견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은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중소 상생발전법의 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