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경제대국 한국, 에너지 안보 순위는 130위 하위권 머물러
국내 주력산업 지속발전 위해선 안정적인 에너지・원자재 확보 중요
2050년 전 세계 E 수요 대비 천연가스 비중은 석탄과 석유 추월 전망
새 정부, E・광물 자원 공급 안정성 확보 위해 민간 해외 자원 개발 추진
글로벌 주요국, 에너지 자립화 우려 속 ‘원전 확대’ 정책 속속 공식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차 오일쇼크의 발생 가능성 확대와 글로벌 자원 수급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발 빠르게 에너지 자립 기조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확산하면서 '에너지 신(新)냉전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에너지 자원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장은 훨씬 치명적이다.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 증폭은 물론 무역적자와 물가 상승 등의 연쇄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점차 심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쟁 속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모색해 본다.

◆전 세계 공급망 위기 심화…자원확보가 국력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참여 중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프로젝트 단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참여 중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프로젝트 단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자원 무기화'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가 에너지 자립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 7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3%, 연간 에너지 수입액만 150조원에 달한다. 에너지소비량이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세계 에너지 안보 순위는 130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의 효용성은 크다. 에너지 공급의 다변화는 곧 안정적 수급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저가 원료를 확보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자원보유국과의 교역을 확대하고 플랜트, SOC 등 연관산업의 동반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공기업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부실 논란이 빚어졌고 이후 해외자원개발은 멈춰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가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면서 해외자원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산업, 특히 주력산업이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와 원자재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해외자원개발은 정권 변화 등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으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 주력 산업이 제조업이면서도 에너지를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에너지 안보 강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50년 전세계 에너지 수요 대비 천연가스 비중이 석탄과 석유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원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 앞서 윤 정부는 '자원외교'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주요국의 자원 무기화 흐름 속에서 그동안 한국이 해외 자원 개발에 등한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는 에너지·광물 자원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민간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해외 자원 확보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형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는 기업에 세액 감면 등의 세제 지원과 융자·보증 등 금융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원정제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자원부국보다 탐사기술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해외자원개발이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과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불안을 민간이 떨쳐낼 수 있도록 새 정부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커지는 '원전 중요성'…주요국들도 자립률 올리기 위해 원전 확대 정책 펼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고 자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원료로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세계적 흐름인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원전 역시 원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전체 에너지 수입액 133억2900만 달러(약 17조931억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0.2%(3200만 달러)에 불과하며 수입원가도 싸다.

원전의 원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은 통상 1g당 석탄 3t과 맞먹는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한번 투입하면 18개월 가량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들은 '원전 확대' 정책을 속속 공식화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약 4400억 달러(564조 800억원)를 투자해 150기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원전을 축소해오던 유럽도 다시 회귀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대 대형 원자로 6기 건설을 추진중에 있으며 영국은 대형, 소형 원자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네덜란드는 50억유로(6조 6630억원)를 투입해 원전 2기를 증설하기로 했고 핀란드는 이미 대형 원자로 1기를 완공해 내년 1월 전력공급을 개시한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의 국가들 역시 원전건설을 공식화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원전은 연료비의 비중이 낮고 생산전력에 비해 원료인 우라늄 필요량이 적어 경제성이 높은 발전원"이라며 "여기에 탄소배출도 없기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 사이에서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 대비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경제·DR 등 활성화도 대안으로

경기그린에너지가 운영 중인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경기그린에너지가 운영 중인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이밖에도 수소경제 및 수요자원 거래시장(DR시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에너지 자립율을 올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는 에너지 자립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는 전기, 열에너지 등 최종 에너지로의 변환이 가능하다.

수소 생산을 증가시키면 한국의 에너지 자립도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통한 국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수소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는 다르게 필요한 만큼 일정한 정격전력을 발전할 수 있어 잉여전력이 생기지 않으며 또한 잉여전력을 이용해 수소가스로 저장하면 언제든지 필요시 추가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때마침 윤 정부가 수소경제를 향해 가속패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새 정부가 발표한 총110개 국정 과제 중 10개항목에서 '수소'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정부는 차세대 원전기술과 연계한 수소 생산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그린 논의에 적극 참여해 청정수소 교역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수소 등에너지원 확대, 제조업 등 주력산업 고도화 및 저탄소 전환 추진, 수소 환원 제철 실증로 구축 등의 구상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전기를 아껴 판매하는 DR(수요자원 거래)시장도 활성화 되면 에너지자립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DR(Demand Response)은 수요관리사업자가 고객들의 전력 감축량을 모아 시장에서 사고파는 제도다.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기업 및 가정 등에서 전기 소비를 줄여 전력예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올 1월을 기준으로 5034개 사의 약 4.6GW가 자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27개 수요관리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 중이다.

크게 자발적DR과 신뢰성DR 두 가지로 나뉘었던 DR시장은 최근 플러스DR, 국민DR, 패스트DR 등으로 범위와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활용성 덕에 지난 4월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에도 DR이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을 위한 전력 신산업에 포함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에너지정책 기조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R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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