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믹스 이전에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합의 우선돼야"
"에너지안보 개념이 뜬다…무탄소·탈탄소 수단 다양화 해야"

과거 전력시장은 보수적인 산업으로 정평이 났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우선시됐던 문화는 변화의 속도를 느리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러나 전력시장의 분위기는 최근 크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의 시장에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 탄소중립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다양한 광물자원 개념이 포함되고 있다.

이 같은 혁신과 변화에 젊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들은 그동안 꽁꽁 언 얼음처럼 단단해 변화가 어려웠던 전력산업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는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에너지 전문가들을 만나 최근 국제정세 속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방안,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정부가 바뀌면서 에너지정책의 틀도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특별히 무게를 둬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이하 승): 우리가 우선 논의해야 할 것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입니다. 사실 기후위기에 대한 가치를 우선 정립하고 에너지믹스든, 탄소중립이든 논의를 했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논의 없이 이후에 대한 것들부터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도 이런 논의는 없었습니다. 그저 마지막 연도와 중간연도에서 달성해야 할 수치만 갖고 얘기하다보니 경제적으로 탄소중립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였죠. 이런 논의가 근본적으로 필요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와 합의해야 할 부분을 잘 정립해놓고 다음 스텝을 얘기해야 어느 정도 보편적인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양 극단에서 주장을 하고 있죠.

과거 짧게나마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영국은 기후위기와 감축의 속도 측면에서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거죠. 20여년에 걸쳐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를 통해 기후위기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됐다는 겁니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이하 진): 원전을 하나의 탄소중립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다만 에너지정책이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 정책인데, 정권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게 문제입니다. 에너지와 교육은 긴 호흡에서 정책을 수립해야합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서 업계의 혼란과 비용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에너지안보가 하나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에너지안보가 다양성, 다각화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으로 전원구성이 너무 쏠리게 됐을 때 해당 옵션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전력망이 취약해집니다. 주식에도 분산투자 개념이 있는 것처럼 에너지 섹터도 무탄소나 탈탄소로 가는 다양한 수단을 고민해야 옳습니다.

특히 최근 에너지공급이라고 하면 석유·가스 같은 전통적인 화석연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은 에너지 공급 수단 자체가 다양해졌죠. 에너지를 얘기하면서 배터리,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광물 얘기까지도 논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산업의 밸류체인이 복잡해진 겁니다. 풀이 커진만큼 위기는 더 자주 찾아옵니다. 우리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면서도 위기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전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이하 필): 에너지믹스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개념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에너지 업계의 글로벌 트렌드 측면에서 수송, 건물, 전환 분야가 기술적으로도 탄소중립이 가능하고 가장 빠른 수단입니다. 여기서 속도를 내는 게 키포인트라는 얘기죠.

새 정부가 구성됐지만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애초부터 쉽지 않은 목표였습니다. 원전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전원의 구성을 줄이고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달성이 어렵다고 봅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정부에서는 전 정부 목표치인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2%를 다시 20% 수준으로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20%도 쉽지 않습니다. 전 정부때 그렇게 열심히 재생에너지를 보급했지만 1년에 4GW 정도 보급하는 게 전부였죠. 목표가 10%p 낮아졌으니 조금 쉬엄쉬엄해도 된다는 생각이어선 안됩니다. 속도조절에 함몰돼서 과제미루듯 했다간 오히려 20%도 달성 못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 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됩니다. 최근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 것처럼 글로벌 에너지쇼크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과 밸류체인 등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승: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화석연료 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였습니다. 문제는 석탄이든 LNG든 당장 필요한 자원인데 먼 미래만 보고 등한시했던 화석연료에 대한 인식들이 최근 문제로 터져나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에너지전환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필요악인 화석연료의 수급대책도 안정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점차 페이드아웃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한 가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관심을 둬야 할 것은 리튬, 코발트와 같은 광물자원에 대한 공급 문제입니다. 이들 광물자원의 가격을 10배를 주고도 못 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2050년까지 탄소감축을 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모델링하고 필요량을 계산해 본 결과 재생에너지 수급을 맞추기 위한 저장장치에 필요한 광물 공급량이 택도 없이 모자랐습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밝힌 국정과제에 이 같은 광물자원 수급에 대한 내용이 담긴 만큼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의 영향력을 줄이자라고 한 게 20년이 넘습니다. 당장 러시아가 겨울까지 전쟁을 끌고 간 뒤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면 유럽은 타격이 심할 겁니다. 유럽이 당장 천연가스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죠.

올겨울은 유럽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혹독한 계절이 될 겁니다. 천연가스의 현물 스폿물량을 유럽이 쭉 흡수할 것이고, 현물가격의 상승은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금도 높은데,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인프라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데다 한번 지어지면 20년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심지어 5% 이하의 낮은 수익률로 장기간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지금이야 가격이 높다보니 투자 얘기가 나오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화석연료 인프라를 수십년간 운영할 수 있는가에는 퀘스천 마크를 붙입니다. 과거에는 자원의 고갈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공급에 여력이 있어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를 줄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앞으로 에너지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필: 그동안 에너지 산업은 연료 기반 경제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흐름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배터리 등 광물자원 기반 경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광물자원 기반 경제의 특징이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이후 연료비가 들지 않습니다. 일정 기간을 사용하고 리사이클하는 방식이다 보니 광물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경제의 흐름이 넘어가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ESS를 봅시다. ESS가 필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됐을 때 특정 시간에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즉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확보돼서 계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뒤 ESS가 뒤따라야 하는 것인데, 과거 우리 전력시장에서는 아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ESS를 대폭 설치하지 않았습니까.

배터리가 대폭 도입되려면 그 기반에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베이스가 있어야 합니다. 전후가 바뀌면 안되는 겁니다. 최근 논의되는 연료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환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서 확대만 하다보니 결국 LNG를 계질해서 이용하는 설비가 전부입니다.

▶판매시장의 개방과 공공성 유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이슈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신다면.

승: 개인적으로 일각에서 협의의 공공성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좀 아쉽습니다. 전력산업을 국가나 공공이 소유하고 제어하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전기요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도, 여기저기서 비효율과 hidden cost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서 생기는 한전의 부채도 결국 돌고 돌아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광의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적인 소유만 공공성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효율적으로 하고 기술 혁신으로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기술신뢰도를 키우는 모든 것이 공공성입니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전기 공급의 신뢰도와 전기요금을 관리하면서도, 기술혁신을 통해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이해관계자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도록 정렬시키는 모든 개념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것이고, 보다 넓고 포괄적인 개념의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점진적 자유화를 해도 공적소유의 개념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공적통제의 기능은 여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유화를 이미 다 겪은 영국이나, 미국같은 나라도 민간 전력회사가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공적통제와 요금규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진: 바람직하지만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민간으로 전력시장이 개방되면 이윤 추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인상 탓에 국민들의 반대가 높지만, 도시가스 시장만 봐도 민간이 지역독점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이윤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이걸 정확히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또 공기업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만큼은 당연히 지불해야 합니다. 미래 에너지전환을 생각한다면 투자가 촉진돼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계통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 재원도 결국 전기요금에서 확보해야 합니다.

저는 최근의 논란이 오히려 앞으로 전력시장에 대한 국민 합의를 끌어낼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시장개방에 대해 설명하고, 큰 원칙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된거죠. 효율이냐, 안정적 공급이냐 두 가지 가치를 두고 국민들과 근본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책임지고 정부가 공급하길 바란다면, 차라리 거대한 에너지공기업을 만드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전기, 수소, 가스 등 영역마다 부침이 생길 수 있는데, 이걸 하나의 기업 안에서 조율하는 게 정답일 수 있죠.

필: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원전이 확대됩니다. 모두 경직성 자원입니다. 반대로 유연성 자원인 석탄, LNG는 차츰 사라지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는 공급 측면이 아닌 수요 측면에서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 수요자들의 사용 패턴에 따른 다양한 전기요금 모델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ESS 보급 확대, 전기차로의 전환 등은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패턴에 저장이라는 개념을 더합니다. 즉 사용 패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수요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시장제도를 바꿔야 하고, 여기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공의 힘만으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판매시장 개방을 통해 소비자와 중개거래사업자 간 접점을 만들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발생시킵니다. 수요자들에게 베네핏을 주고 수요패턴을 조절할 수 있죠.

즉 수요 측면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시장제도 개선. 즉 판매시장 개방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 과정 역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며 호흡을 맞추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서 판매시장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점을 계승하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승: 문재인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적 흐름에 맞춰 잘 상향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분산에너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노력을 하면서 분산에너지에 대한 체계도 잘 정립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제도적 혁신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20년간 변하지 않던 전력시장에 직접 PPA, 제3자 PPA, 녹색프리미엄요금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혁신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전기요금 문제를 탈원전 논쟁 때문에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그래서 곁다리만 짚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의 출범 때 "에너지전환을 해도 전기요금 상승은 없다" 하는 선언 때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상승 없는 에너지전환은 없습니다. 비용이 하락하는 방향의 변화는 정부가 주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날 테니까요.

새 정부에서는 이런 방향성은 잘 잡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원전은 수많은 에너지원 중 하나일 뿐 이라는 것도 새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전원들이 조화를 이뤄가면서도 인류 공동의 숙제인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원자재의 조달과 계통보강과 주민수용성 문제 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진: 그전까지 우리가 에너지정책을 얘기할 때는 에너지만 봤죠. 전 정부 때부터 기후정책이 함께 연계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탄소배출량 가운데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에너지입니다. 기후정책과 에너지가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 정부에서도 기후정책이 에너지정책과 함께 논의됐죠.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결국 둘을 떼어낼 수 없습니다.

전 정부에서 미흡했던 건 이행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가 부족했습니다. 비용도 당연히 포함됐어야 합니다. 목표부터 만들다보니 현실반영이 안됐습니다. 전 정부 정책에 그런 것들이 많았죠. 현실을 고민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반박들이 있는데, 그걸 반영하더라도 충실하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새정부에서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이행방안 고려'라는 국정과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고민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에너지와 기후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트렌드는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필: 탄소중립은 인기 없는 정책입니다. 그럼에도 큰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에 높은 평가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심도 깊에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전 정부의 아쉬움이 이번 정부의 숙제가 됐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얘기하고,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에 공감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경우에도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앞으로 해상풍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부처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앞서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 문제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승: 최근 에너지정책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산업전략'을 꼽고 싶습니다. 전 정부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대해 고민했지만, 그 바탕이 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고려를 많이 못했습니다.

다른 선진국의 에너지전환을 살폈을때 산업의 준비를 마친 뒤 정책으로 밀어붙여서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많이 세웠습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에 대해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중장기적 솔루션과 산업, 공정을 모두 준비한 겁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가는거죠.

지난 5년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ICT, 관련 금융 산업 등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에너지전환만 하려고 했기 때문에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산업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순서가 뒤바뀐 채 에너지전환을 했습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그 후에 국산화를 방어해왔는데, 사실은 산업전체의 발전전략, 국산화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에너지전환 전략을 세웠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논쟁이 생겼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문제도 그 안에서 고민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산업계도 자신이 생기겠죠.

진: 정책의 선명성과 선거 과정을 생각한다면 탈원전 폐지를 국정과제 앞선에 배치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여기에만 몰두해 다른 이슈들이 묻힌다면 실패한 에너지정책이 될 겁니다. 균형 있는 에너지정책을 기대합니다.

또 그동안 속된 말로 태가 잘 안나서 주목받지 못했던 에너지효율과 에너지절약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주요 선진국은 절약과 효율을 묶어서 하나의 어젠다로 삼고 있죠. 이를 묶어서 탄소저감 효과가 기장 큰 1번 연료(First fuel)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울러 자원에 대한 컨트롤타워, 조기경보 위기관리대책 등이 새 정부에서 잘 정리되길 바랍니다. 이제 자원에서 금액은 문제가 아닙니다. 돈을 줘도 못 사는 게 문제가 될 겁니다.

희토류와 요소수가 그랬고, 시멘트 만드는 유연탄 못 구하는 일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원 하나를 못 구해서 전체 산업이 멈추는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필: 앞서도 얘기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도 만만한 목표가 아닙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들을 해소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력망의 부족입니다. 당장 한전이 해결하기에도 적자가 커 부담이 많죠. 망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격거리 규제 해소를 통해 도심지 태양광 등을 늘려 수요지에서 전력망 없이 즉시 소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차와 열, 수소 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인프라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열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난방에 활용하는 솔루션을 많이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연성 자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집된 한국의 도시 특성을 살폈을 때 이런 인프라를 위한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큰 과제로 남습니다. 재개발이나 도시계획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도시계획 속에서도 탄소중립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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