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에너지 쇼크 원인은 극단적 E 전환 정책…화석연료 투자 배제로 위기 대응 능력 상실
에너지 위기는 식량과 자원난으로 이어져…모든 것 비용 증가하자 공장들 연이어 문 닫아
개도국·빈곤국과 함께 유럽 내 17% 국민 에너지 빈곤층…앞으로 위기는 '목숨'과 직결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유럽이 역대급 에너지 쇼크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찾아온 1차 에너지 쇼크로 MWh당 20~40유로 선을 유지하던 유럽의 도매전력가격이 400~500유로 수준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도매전력 선물이 1000유로로 올라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2022년 가구당 연간 에너지요금을 700파운드(약 110만원) 올렸고 올해 가을 다시 인상할 예정이다.

독일도 가구당 가스를 비축하는 데 연간 1220유로(약 162만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유럽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석탄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도에서는 36GW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소가 석탄가격 급등과 재고 부족으로 운전을 중단,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유럽이 비싼 가격에 연료를 쓸어담는 사이에 개도국이나 빈곤국 등에서는 에너지 위기로 인한 전력난과 식량난으로 국민들이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본지는 국내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인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사진>를 만나 유럽발 에너지 쇼크의 원인과 함께 곧 다가올 한국의 위기에 대해 진단해봤다.

"유럽이 러시아에서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화석연료를 줄인다는 유럽의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을 유지한다면 현재 에너지 위기는 더 장기화할 것입니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에너지 위기는 유럽에서 식량과 같은 필수적인 제품까지 모든 것의 가격을 올렸다. 유럽 국민들이 최근 고통받는 이유는 잘못된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인해 에너지비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유럽은 이미 2차례 에너지 쇼크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유럽은 주요발전원인 풍력발전의 전력생산 급감으로 인해 이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재고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또한 북유럽의 수력발전의 저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프랑스의 원전 발전량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으며, 이를 석탄과 석유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동반상승했다.

게다가 이들을 원료와 연료로 사용하는 비료나 이산화탄소같은 식량 밸류체인에 필수적인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했다. 1차 에너지 쇼크가 식량난으로 확대된 것.

2차 에너지 쇼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원전에 필요한 우라늄부터 각종 화석연료와 핵심광물이 주요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1차 에너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1차 위기 때 우상향하던 가격은 2차 위기에서 수직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의 도매전력가격은 예년 대비 10배 이상 급등했다.

"현재 상황은 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드는 비료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중국은 수출제한을 걸었고, 러시아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비료와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유사한 조치를 내렸습니다. 비료가격이 급등하자 곡물과 가축사료의 가격이 급등한 반면 에너지 비용을 모두 전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장은 오히려 감산과 폐쇄에 들어가면서 공급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는 이를 분자위기(Molecule Crisis)라 부르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제품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유럽이 최근 겪고 있는 에너지 쇼크의 원인으로 재생에너지에 집중된 에너지 정책을 꼽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됐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은 대응 능력을 완전히 잃게 된 셈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화석연료에 대한 공급능력마저 상실해 그린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단초까지 제공했다고 최 대표는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폭염과 한파에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이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지난해 1차 에너지 쇼크로 확대된 것입니다. 영국이 반복된 정전을 겪었고 스웨덴은 폭염과 한파에도 재생에너지가 기대전력을 잘 생산해줄 것으로 믿고 링할스 원전 2기를 폐쇄했지만 한파로 풍력발전 블레이드가 얼어 작동하지 못해 정전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은 5~6배가 올라갔으며, 공장은 불어난 에너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급하게 석유발전소를 가동하고 폴란드의 석탄 발전소 전력을 수입했습니다. 정책당국은 시민들에게 진공청소기 사용자제를 부탁했습니다."

유럽과 유사한 경우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도 일어났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그린정전이라는 기사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지만 풍력발전의 전력생산이 급감하면서 이를 가스발전 백업으로 대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정전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이죠."

그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부족도 유럽이 겪은 에너지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는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츨라프 스밀의 저서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를 보면 5MW급 풍력발전에 필요한 강철이 평균 500t인데 다량의 코크스를 채운 용광로에서 제련되고 분탄과 천연가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30년 세계가 목표로 하는 풍력발전 건설을 위한 강철생산에만 6억t이 넘는 석탄과 원유 9000만t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운반하고 유지보수하는 데도 화석연료가 필요합니다. 블레이드 방수처리에는 다량의 에틸렌이 필요합니다. 블레이드에 필요한 발사나무의 85%가 에콰도르에서 생산되지만 이들의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습니다."

아울러 그는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희토류 가공을 중국이 독점한 이유는 반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아웃소싱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급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 역시 다량의 물과 전력이 필요하다"며 "친환경이라는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에 있었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3년 연간 8000억달러에서 2020년 3500억달러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쇼크를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도국이나 빈곤국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유럽 내 17%에 달하는 에너지 빈곤층들도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유럽이 에너지 쇼크를 겪기 이전에 전 국민의 17% 정도가 에너지 빈곤층이었습니다. 지금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들여다보면 난방을 끄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서 그 불에 얼어 붙은 손을 녹이고 있습니다.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요. 에너지 빈곤층은 곧 식량 빈곤층입니다. 에너지 쇼크뿐 아니라 식량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죠. 그러다보니 그들의 생존 수단인 푸드뱅크까지 문을 닫으면 어떨게 될까요. 그런 계층이 전체의 5분의 1에 가깝다는 겁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그 사람들은 앞으로 찾아올 폭염과 한파에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겪어야 합니다. 개도국과 빈곤국, 선진국의 빈곤층은 앞으로의 위기가 생명과 직결됩니다. 최근 선진국들이 에너지안보를 얘기하는 것도 이 위기가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럽의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포함했지만 원전을 짓는데만 시간이 10년 가까이 필요하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를 대체할 LNG 인프라구축과 미국 LNG 장기계약분 생산량을 확보하는 데도 원전 설비를 건설하는데 버금가는 시간이 소요되며, 석탄 역시 추가생산이 단기간 나오기 어렵다는 것.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과 발전소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화석연료의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늘리기는 힘들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면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하므로 가격은 다시 급등할 것이고, 비용상승과 수익감소로 그린 보틀넥이 일어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폭염과 한파에 다시 기대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미 유럽의 에너지정책은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했습니다.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은 자국의 에너지 빈곤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빈곤층에게 세금을 인하해주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럼 이들이 다시 난방을 켤 수 있을까요. 영국은 겨울에 난방하지 않는 방법으로 생강을 먹고 애완견을 껴안고 있으라는 공문을 에너지기업이 보내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건 모두 재생에너지의 기대전력 생산미흡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대안이 없다면 유럽의 에너지위기는 10년간 반복될 것입니다."

◆He is…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1974년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과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발전공기업,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정책연계형 기업전략 컨설팅을 20년 이상 수행했다. 최근 컨설팅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을 대상으로한 강연과 방송 출연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고하는 등 주목받는 전력·에너지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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