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 주요 전력량계 업체 4개사 대외무역법 위반 조사
1개 업체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송치, 한전에도 공급 가능성 존재
해당업체 “중국산 부품 수입했지만, 완제품은 아니다” 주장
대외무역관리규정, 계량법 해석 따라 관세청, 적발업체 입장 엇갈려

서울시의 한 주택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서울시의 한 주택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국내 전력량계 업체 4곳이 원산지 위반 혐의로 관세청에 적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 업체들은 한전에도 전력량계를 납품하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중국산 전력량계가 한전에 납품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력량계 업체 A사를 비롯해 총 4개사가 중국에서 수입한 완제품 전력량계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인 혐의로 관세청에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AE타입 및 G타입 저압전자식 전력량계 2종이다.

인천세관은 이들 업체가 중국산 완제품 전력량계를 수입한 뒤 국산으로 원산지를 변경했는지, 아니면 수입한 중국산 부품을 단순 조립 납품한 것인지를 놓고 혐의를 조사해왔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단순 조립하는 것은 완제품으로 판정된다는 게 인천세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세관은 지난 2월 A사를 우선적으로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에 따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중국산 부품을 수입했지만, 전력량계 특성상 조립(펌웨어입력), 시험, 검사 등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완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안은 계량기 기술기준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본지의 공식적인 인터뷰 요청에 대해 A사 관계자는 "현재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등을 소명 중인 만큼, 조사 내용이 어느 정도 확정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법 해석과 관련 부처의 입장에 따라 견해 차이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제조·가공과정을 통해 수입원료의 세번(국제 기준 품목 분류 코드, HS 6단위 기준)과 상이한 세번의 물품(세번 HS 4단위에 해당하는 물품의 세번이 HS 6단위에서 전혀 분류되지 아니한 물품을 포함한다)을 생산하고, 해당 물품의 총제조원가 중 수입원료의 수입가격(CIF가격 기준)을 공제한 금액이 총제조원가의 51% 이상인 경우 우리나라를 원산지로 인정하고 있다.

인천세관이 전력량계 업체들의 중국산 완제품 수입을 의심하는 이유다. 

반면 계량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오차관리가 필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계량기를 제조 및 수입하려는 판매자는 계량기 수입 및 제조 전에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계량법에서는 전력량계의 오차 범위가 ±1% 이내를 벗어나 전력량을 잘못 측정하거나 또는 이러한 전력량계가 국내에 불법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형식승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전력량계 하드웨어 부품을 다 조립하더라도 전력량계가 작동되지 않고, 전력을 측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계량법만 놓고 보면 업체들이 전력량계를 수입했어도 이를 완제품으로 보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한전에도 전력량계를 납품하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력량계가 한전에도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국제입찰로 해당 전력량계를 구매하고 있다.

국제입찰 참가 자격은 'WTO 정부조달협정 또는 대한민국 정부가 양자 간 정부조달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동 체결국에서 생산 제조(제품에 실질적 변형을 가져오는 공정)된 물품을 공급하는 자'이지만, 중국은 정부조달협정 미체결국가다.

이번 혐의가 위법하다고 판명되면 해당 업체들이 한전에 납품한 제품의 처리 문제도 추가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 한전 입찰 규정상 법원판결 결과에 따라 부정당업자 제재 및 관련 조치도 가능하다. 

한전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구자근 의원은 "현 정부가 AMI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번 관세청 적발처럼 중국산 완제품을 들여와 납품하는 등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적발된 4개 기업이 지난 5년간 한전에 납품한 금액이 700억원이 넘는데 국민 세금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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