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WTI 2011년 이후 최고, 1년 전보다 2배 올라
러시아, 우크라 항구도시 점령으로 가스·곡물도 급등
“역사적으로 1년에 유가 2배 오르면 경기침체 가능성”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틀어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틀어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가계소비가 줄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세계 3대 유종 모두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배럴당 7.96달러 오른 112.93달러, 미국 텍사스중질유(WTI)는 7.19달러 오른 110.6달러, 중동 두바이유는 11.34달러 오른 110.0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2014년 6월 이후 최고, WTI는 2011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더 뛰었다. 유럽 천연가스 거래가격(영국 NBP)은 2일 MMBtu당 52.455달러를 기록해 전일보다 무려 35.5% 급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달러대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를 국제금융전산망(SWIFT)에서 축출함으로써 러시아 무역거래에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총 수출액 중 50%를 차지하는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품목에 대한 거래가 제한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생산의 12%, 유럽 천연가스 공급의 30~40%를 차지하고 있어 에너지 수출이 완전 차단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가격도 크게 올랐다. 2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 소맥 거래가격은 부셸당 1059달러로 한 달 전보다 39.1% 올랐고 옥수수와 대두도 한 달 전보다 각각 16.1%, 11.8%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수출항구인 오데사, 헤르손, 마리우폴을 점령하면서 항구 이용이 중단돼 이곳에서 주로 수출되던 양국의 밀 수출도 중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악의 경제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랙리서치 공동설립자는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안에 유가가 100% 올랐던 1990년, 2000년, 2008년에 경기 침체가 촉발됐다”며 “가계 예산은 휘발유 가격의 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가격이 급등하면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경기 침체를 의식해 당초 오는 15~16일 금리결정에서 0.5%포인트를 인상하려 했으나 이를 0.25%포인트로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관측했다. 

현재 유가는 1년 전의 60달러 초반보다 2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글로벌 원유 증산 여력이 거의 없어 러시아 수출이 진짜 중단될 경우 더 오를 가능성이 높게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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