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여건 조성이 핵심’
2017년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8개월 만에 ‘RE100’을 선언했다. 그동안 그린피스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확대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에 활동 무게를 두고 있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 아래 서울 용산구 남영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법·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이진선, 이유니 그린피스 캠페이너를 만났다.
▲ 세계 추세에 비춰볼 때 국내기업의 RE100 참여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이진선 캠페이너) 기업이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도 미국, 유럽, 중국에서 전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겠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목표에서 우리나라는 빼놓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법·제도적 정비가 돼 있지 않아서다. 전력 다소비 기업 대부분 재생에너지 전력을 자체 설비로 확보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70여 개국에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이 기업들이 필요전력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아시아권에서 중국, 대만, 일본, 인도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만 관련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기업을 선호토록 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유니 캠페이너) 이미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선택할 준비가 돼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기업과 친환경 생산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이 같은 경우에도 선택권을 제한받는다. 미국 마슬라스키 앤드 파트너스(Maslansky&Partners)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RE100 선언 기업에 대해 선호도가 71%에 달했다. 또 선언하지 않은 기업은 무책임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RE100 도입 시 가장 바람직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시장 형태는 무엇인가.
(이진선) 기업이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전력수급계약제도(PPA) 또는 장기적인 형태의 녹색요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RPS(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는 매년 정해진 비율만큼 성장할 뿐이다. 만약 기업이 PPA로 재생에너지전력을 구매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RE100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기폭제가 되는 셈이다. 이는 에너지전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RPS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돼 국민 부담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PPA는 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을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 부담해 종국에는 에너지전환비용에 대한 국민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 우리 기업은 왜 RE100 기업이 돼야 하는가.
(이유니) 최근 폭스바겐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지 않은 협력기업에 거래를 끊을 위험을 감수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온실가스 감축이 제조기업에 큰 쟁점이란 의미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 모두 기후변화 이슈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 더 높은 평가를 매기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질수록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제 화석연료 기반 전력보다 재생에너지 전력이 더 값싼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단순히 CSR(기업 사회적 책임 활동) 수준이 아닌 기업경쟁력과 경영적 이점에서 볼 때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은 명백히 필수라 할 수 있다.
한편 그린피스는 현재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를 독려하는 시민 서명페이지(http://act.gp/reright)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