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근은 몇 그램인가?」―「600그램이다.」, 「그것은 쇠고기, 돼지고기의 경우이고 채소나 딸기는 1근이 몇 그램인가?」―「400그램이다.」,「아니다. 375그램인데 덤을 보태 400그램이다. 그러면 인삼은?」―「 」.

  이는 각종 세미나에서 필자와 수강자가 가끔 주고 받는 문답이다. 아마도 도량형이 이같이 혼란스러운 OECD가입국은 없을 것이며,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겉으로는「국제화」,「세계화」라는 표현이 약하다고 하여「글로벌화」라는 말을 쓰면서도 정작 관행이나 실천은 말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글로벌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인 이 지구전체가 하나의 시장, 1일생활권이며, 심지어는 하나의 국가라고 인식할 때 그 요체를 파악한 것이며, 비로소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KOLAS(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 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는 국가표준제도의 확립 및 산업표준화제도 운영, 공산품의 안전/품질 및 계량ㆍ측정에 관한 사항, 산업기반 기술 및 공업기술의 조사/연구 개발 및 지원, 교정기관, 시험기관 및 검사기관 인정제도의 운영, 표준화관련 국가간 또는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교류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조직으로서, 기술표준원장이 그 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KOLAS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인 바, 필자는 이 중 교정기관, 시험기관 및 검사기관과 관련된 사항에 국한하여 KOLAS의 역할에 대해, 그나마도 제한된 지면 관계로 교정과 관련된 사항에 중점을 두어, 몇가지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먼저 지적/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KOLAS라는 조직 및 역할이 우리나라만의 필요성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고, WTO, TBT협정 등에 따라,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화의 추세에 맞추기 위해 태동된 조직이고, 그 역할은 바로 이의 달성에 있다는 점이다.


  교정기관과 관련된 사항으로서는 교정, 측정, SI(국제단위계) 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93년 ISO의「측정불확도의 표현지침」발행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4월 기술표준원(당시 국립기술품질원)에서「측정결과의 불확도 표현 및 평가 지침」과「측정결과의 소급성유지를 위한 지침」을 고시하였으며, 당시 500여개에 달하던 국가 및 자율 교정기관의 자격이 정지되고 ISO/IEC 17025(시험기관 및 교정기관의 자격에 대한 일반 요구사항) 등에 의한 새 제도에 의해 2000년 9월부터 현재까지 160여개의 KOLAS인정 교정기관이 새로 탄생하였으나 과거보다 그 수가 대폭 감소하여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측정장비를 교정받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서 교정/측정 관련 용어의 의미변경, 불확도 성분의 분류변경, 교정성적서의 개념변경, 피교정 측정장비 등급/교정주기 폐지 등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으나 기업에서 측정장비를 다루고 있는 대다수의 실무자가 이를 인지/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과거의 전통적인 교정성적서는 피교정 측정장비가 몇급 측정장비로서「합격」또는「불합격」이라는「판정」의 개념이 강했으나, 불확도로 표현되는 새로운 교정성적서는 측정장비의「성능」이 어느정도라는「해석」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고, 교정성적서를 받은 사람이 동일한 측정장비인 경우에도 각각의 사용용도에 따라「사용가능」,「사용불가」등의 해석/판정을 해야 하나 안타깝게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실무자를 많은 기업의 각종 현장 방문 기회에서 필자는 만나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선진국의 수입선이 국내의 수출메이커에게 불확도의 해석/활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답변을 했다는 예 또한 들어 보지를 못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만들 수 없다」라는 말은 이제「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으면 정밀한 제품은 만들 수 없다」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이며, KOLAS인정 교정기관에서 발행한 교정성적서의 불확도는 바로 이 정밀도를 제3자의 전문가적 입장에서 신뢰성있게 평가한 결과이므로 모든 기업의 측정 및 여타 실무자는 이를 토대로 연구, 개발, 실험, 제조, 평가, 설비도입 등을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이 교정성적서는 ILAC-MRA(Inernational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 -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 국제시험소인정협력체 - 상호인정협정)에 의해 37개국에서, APLAC(Asia-Pacific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 ; 아시아태평양시험소인정협력체)-MRA에 의해 15개국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 제품이나 기술의 모방에 중점을 두어 왔고 대부분의 경우 측정능력의 수준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독자, 독창, 첨단의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고 이 경우에는 고도의 측정능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측정경쟁력이 기술경쟁력이고, 기술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도 측정능력의 수준향상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며, KOLAS의 가장 막중한 역할이 바로 이 점에 있다는 것을 필자는 역설하고 싶다.

  글로벌화시대에서의 측정 및 교정에서 신빙성, 객관성, 합리성, 통일성, 일관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KOLAS가 태동되고 ILAC-MRA, APLAC-MRA 등이 추진되고 있는 바, 측정단위에 있어서도 이에 부응한다는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SI의 단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술한 근은 g으로, 자 또는 야드는 m로, 평은 ㎡로, 그리고 kgf/㎡ 또는 psi는 Pa(파스칼)로 바꾸어야 하나 이의 변환 속도가 너무나도 지지부진하여 자칫하다가는 글로벌화 추세에서 뒤쳐지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기가 힘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KOLAS인정 교정기관과 관련되는 각종 사항은 글로벌화시대의 추세에 맞추어 나간다는 것이고, 이를 무시하거나 따르지 못한다면 글로벌화 및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것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 개발한 신제품 또는 새로운 수입품의 성능이나 특성에 대해 자체평가능력이 부족하거나 기업의 인지도가 낮아 대외적으로 신뢰감을 주기가 어려울 때 이를 신빙성, 객관성을 가진 제3의 기관에 위탁하여 시험한 결과 공인시험성적서를 얻어 대내적으로 활용하거나 이를 품질보증, 홍보자료 등의 대외적인 목적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KOLAS인정 시험기관의 대표적인 설립취지이다. KOLAS인정 시험기관의 경우에도 ILAC-MRA, APLAC-MRA 등이 적용되어 그 성적서는 상당수의 선진 외국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아직 외국과의 MRA 등을 맺지 못하고 있으나 KOLAS인정 검사기관의 설립취지 또한 교정기관이나 시험기관의 인정목적, 설립취지와 다를 바 없으며, 검사기관의 경우 국가의 경제규모에 비해 수출입의 비중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서의 대내적인 목적 보다는 수출입과 관련되는 외국과의 대외적인 여러 가지 목적과 관련되는 검사 및 성적서의 용도에서 그 막중한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KOLAS의 역할에 대해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약술해 보았으나 이를 바탕으로 요약하면, KOLAS의 모든 업무는 글로벌화와 직결되고 있으며 기업 또는 나라 전체의 KOLAS 추구목표 달성도가 곧바로 그 기업 또는 우리나라 전체의 글로벌화의 달성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핵심요원은 KOLAS의 업무에 대해 보다 이해도를 높이고 그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기업발전과 경쟁력확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는 기업종사자의 역할이 최우선적이겠으나 KOLAS 이외의 관 그리고 산, 학 특히, 언론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또한 인적, 물적으로 범국가적인 차윈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KOLAS에 대한 지원에 의해 그 역할이 더욱 활성화되고 조기에 목표달성이 될 수 있기를 KOLAS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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