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 버렸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1979년 발표된 가수 여진의 대표곡인 ‘그리움만 쌓이네’.

발매된 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잊히지 않는 노래다. 떠나간 무언가를, 행복한 과거를 떠올릴 때 이 음악만큼 잘 어울리는 곡은 찾기 어렵다.

요즘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이 떠오른다.

전력 수급 위기 때마다 모두 DR을 찾고, 대기업도 관심 갖고 사업에 뛰어들던 그 시절과는 다른 격세지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때 최고의 미래 에너지 관리 자원 중 하나로 손꼽히며 급성장하던 DR이 성장세 답보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

변함없이 에너지 업계 한 편에서 수요관리의 역할을 착실히 해내고 있지만 풍부한 에너지 공급 정책 중심에 밀려, 제조업 중심이라는 타이틀에 밀려 이리저리 치이며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 성장통으로 보기엔 침체가 길다.

국민DR과 플러스DR, 패스트DR 등 차세대DR이 나타나며 외연은 확장되지만 “돈 없다”며 ‘돈 안 되는’ 사업으로 유도하는 한전과 정부의 정책에 진정한 성장은 멈춤 상태다.

지난 24일, 1년 6개월 만에 패스트DR이 발령났다. 갑작스러운 주말 발령에도 총 971MW 규모의 전력수요를 감축하며 2초 만에 주파수를 안정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몇 년간 발령은 없지만 노하우를 쌓아온 신뢰성DR 또한 그 쓰임새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수많은 에너지신산업 중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DR.

에너지의 주요한 자원으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신산업이 아닌 제대로 된 자원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자”가 미래에 “무너진 DR 생태계를 회복하자”로 바뀌는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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