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체(Croce·1866~1952)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강조했던 랑케(Ranke·1795~1886)와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사료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객관주의·실증주의를 강조했던 랑케와 달리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사(現在史)’라고 선언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당대의 눈을 통해, 즉 현재에 비춰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근대사학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꼽힐 만하다.

역사에 관한 최고의 명저로 꼽히는 에드워드 카(Edward Carr·1892~1982)의 ‘What is history(1961)’ 역시 크로체의 시각에 동의했다. 다만 랑케가 역사의 무게중심을 과거에, 크로체가 현재에 뒀다면 카는 중간지점을 택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문도 그렇게 탄생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늘 있어왔다.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

○…전기공사협회가 오송사옥에 전기산업과 협회의 역사를 집대성한 ‘전기산업 역사관’을 조성한다.

전기산업과 협회의 역사를 충실히 담아 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협회 회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역사관은 협회 오송 본관동에 시대관과 전시관, 영상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시대관은 전기산업과 협회의 역사를 담고 전시관은 시대별·업무별 전기산업 관련 유물을 전시하게 된다. 영상관은 전기산업과 협회의 발자취를 디지털 영상으로 담게 된다.

협회는 역사를 포괄하는 콘텐츠를 확충하고 옛 전기시공 물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방문층에게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역사관의 기초계획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구성했다.

전기산업역사관 조성 특별위원회(위원장 한윤근)는 역사관을 풍성하게 할 희귀자료 확보부터 전시 디자인 등 세부사항을 관장하게 된다.

한윤근 특별위원장은 “전기산업 역사관은 빛나는 역사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현우 전기공사협회장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기산업 발전 과정을 재조명하고 역사적 사실을 전하는 목표를 담아 역사관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역사학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크로체와 카의 시각에 큰 오류가 없다면, 역사관을 조성하는 작업 자체가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전기산업 역사관이 1887년 이 땅에 처음 전등이 켜진 순간부터 시작된 오랜 시간을 담담한 시선으로 온전히 담아내길 기대한다.

범 전기계 메카를 지향하는 오송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소통할 역사관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게 하는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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