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 전력당국의 걱정은 최소 부하에 따른 전력계통 운영이다.

봄철에 연휴가 연속되면 특히 전력당국은 노심초사하며 계통을 관리한다. 관련 기관 담당자들은 우스겟소리로 기우제를 지내야 할 상황이 됐다고 우려한다. 전력계통 운영이 몇 년 사이 급변한 것이다. 최근 3~4년 전 만해도 여름, 겨울 최대부하 걱정을 했다. 

그래서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할 때도 여름철 , 겨울철 최대부하 대응을 위한 설비확충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3~4년 사이 급반전이 생겼다. 재생에너지 증가가 주 요인이다. 

특히 태양광은 전력계통 운영에 있어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때문에 공급 중심의 현재와 같은  전력기본 계획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며, 이제는 계통과 시장 운영 중심의 전력계획을 고민해야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봄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전력수요 편차가 11.1GW에 달했다.

봄·가을철 최저수요 실적·전망을 보면 지난해 봄 39.5GW, 가을 38.4GW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봄에는 37.3GW의 역대 최저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봄철 최저부하 문제는 앞으로 전력계통 운영은 물론 전력시장 변화를 이끌 티핑 포인트가 될수 있다.

지난 설 연휴에 전무후무한 변화를 일으킨 것도 최저부하 이슈였다.  

설 연휴 최소부하 당시 도매가격인 SMP가 0원을 기록했다. SMP 0원은 11일 최소부하 시간대였던 13시, 12일 13시에도 각각 기록하며,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설 연휴 최소 부하를 뛰어넘을 만큼 전기를 생산하면 가능했다. 태양광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문제는 더욱 복잡한 산수식이 될 것이다. 

태양광 설비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GW 수준에 불과했던 태양광 설비는 2017년 5.1GW, 2019년 12.8GW, 2021년 22.1GW로 늘어나 지난해 28.9GW까지 몸집을 키웠다.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2%까지 성장했으며, 태양광 발전비중도 2013년 0.3%에서 2023년 6.2%까지 늘었다. 그렇다고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을 늘리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전력정책은 끊임없이 딜레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RE100 달성을 위해선 신재생은 더 확대되고, 정부 계획대로 라면 2030년까지 신재생 확대 물량은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2022년 말 기준 RE100을 선언한 한국 기업은 31개사가 되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2022년에 신규 가입하는 등 국제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봄철 최저 부하의 위기가 결국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성장동력과 연결되는 만큼, 신재생 정책을 터부시 말고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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