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ESS PD/공학박사
                                    안종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ESS PD/공학박사

1991년 일본 소니에 의해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모바일기기, 전기차, 에너지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빠른 성능개선과 가격 저하를 달성하고 있다. 리튬전지를 포함한 이차전지는 세계 각국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리튬전지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민간의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를 경쟁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탄소중립정책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수송의 분야의 전동화 전환은 필연적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따라 간헐성과 변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리튬전지를 포함한 저장장치의 보급이 확대될 것이다. SNE리서치, 블룸버그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리튬전지의 글로벌 공급능력은 2TWh를 상회했다. 전지팩 기준으로 kWh당 가격은 2013년 780달러에서 10년이 지난 작년에는 139달러로 대폭 하락했으며 올해는 133달러까지 하락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전기차용은 705GWh에 이르며 에너지저장용은 117GWh 등 1TWh 미만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 지연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저가화 경쟁이 발생했고 이는 이차전지 1차대전으로 불릴만하다.

중국업체와 테슬라의 전기차 저가화로 시작된 리튬전지 전쟁은 인산철리튬전지와 삼원계리튬전지 간의 경쟁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삼원계는 니켈·망간·코발트 양극재를 사용하는 것으로서 고성능, 고에너지 밀도 등이 장점이지만 안전성과 특히, 가격에서 인산철전지에 비해 20~30% 비싼 것이 단점이다. CATL, BYD 등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산철전지는 테슬라, 포드 등이 저가용 차량에 적용하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50%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전지 제조사의 전기차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리튬전지 글로벌 수요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저장 분야에서는 작년 말 기준으로 80%를 인산철전지가 점유하고 있고 올해는 그 비중이 8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형 에너지저장 시장에서 인산철전지의 화재안전성과 저가격은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전기차 부문에서는 현재로서는 약간의 우세를 보이고 있고, 에너지저장 분야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성능 인산철전지와 저가의 소디움이온전지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하고 있다. 전지제조사는 인산철전지의 양산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소재 공급망 확충 등으로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여 글로벌시장 확대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ESS 시장을 좀 더 살펴보면, 도입 용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38%, 미국이 30%로 글로벌 도입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ESS 분야에서 인산철전지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 적용 용도별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77%가 유틸리티 급 대용량 ESS다. 특히 미국은 87%가 유틸리티 급으로 70%가 재생에너지 연계형이 70%다. 미국 ESS의 급증은 투자세액공제 같은 정부 지원정책과 입찰 시장 등 다양한 수익모델의 영향이 크다. 상업용, 산업용 및 주거용 ESS 시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초 캘리포니아 내 다른 프로젝트에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작년말 기준으로 세계 최대용량을 자랑했던 모스 랜딩 ESS가 있다. 발전사인 비스트라에너지가 폐지 복합화력발전소의 터빈 건물을 활용해 ESS를 설치한 것으로 2020년~2023년에 이르는 3단계를 통해 750MW, 3GWh를 달성했다. 기존 발전소 부지와 송전설비를 활용해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했으며 PG&E와 장기 자원 적정성(RA) 계약으로 운영해 수익을 확보한 사례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가 전지랙을 납품해 국내에서도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발전사도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이 와중에 이미 이차전지에 대한 2차전이 시작됐다. 중국은 이미 작년 말 소디움이온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으며, 한국의 전지 제조사는 2030년 이전에 전고체전지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세대전지는 주 시장이 전기차이지만 저가화 양산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저장 시장으로 적용도 필연적이다.

별개로 전력 분야에서 에너지저장은 탄소중립정책의 지속과 당장의 전력망 현안으로 인해 불확실한 전망에 의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인산철전지와 수냉식 냉각방식을 적용한 ESS가 세계시장의 대세로 국내에서도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리튬전지 및 비전지 기반 저가의 대용량·장주기 스토리지 기술 개발을 위한 초격차 프로젝트의 추진은 에너지 안보와 스토리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정책적인 진척이다.

안종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ESS PD/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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