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KTC 인도네시아 법인장. [사진=KTC]
김윤환 KTC 인도네시아 법인장. [사진=KTC]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인니)는 지난 1973년 수교 이후 꾸준히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오고 있으며 올해는 수교 50주년에 따라 협력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 인니의 교역액은 수교 당시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40배 이상 증가한 26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할 만큼 인니는 한국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많은 우리 기업이 인니에 진출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에서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인니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우리 기업은 인니의 사전수입승인제도, 인증제도, 국산부품사용요건 등의 비관세 장벽에 대한 애로를 겪게 된다. 그중 인니 국가표준에 해당하는 SNI인증 역시 우리 기업들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SNI 인증은 인니 국가표준(Standar Nasional Indonesia)의 약자로 제품 규격과 생산과정에 대한 인니 국가 표준규격 인증제도이다. 제품의 서비스와 품질, 안전 보장, 유해 제품 유통 근절을 목적으로 표준화 및 적합성 평가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SNI 표준은 인니표준청(Badan Standardisasi Nisional, BSN)에서 개발하여 공표하며 인니의 산업부, 에너지자원광물부 등의 각 정부부처에서 강제화를 결정한다. 인니 표준청은 SNI 표준 개발 이외에도 시험인증기관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NI 표준은 강제 인증과 임의 인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강제 인증은 인니 표준청에서 SNI 표준이 개발된 이후 인니 정부부처에서 강제화된 경우이며 우리나라의 KC인증과 유사하다. 임의 인증은 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지만, 실질적으로 기업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SNI임의 인증을 취득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인니에서는 시험 인프라 부족으로 마땅한 시험인증기관이 없어 SNI 임의 인증 취득도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인니를 처음 진출 할 때 국내 인증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시험성적서 혹은 인증서를 활용해 SNI 인증을 진행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나 인니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시험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의 일부 품목에 대해 인니 시험인증기관과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합의에 의해 국내 시험 결과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인니 내에서 시험이 이루어져야 하며 인니 국적의 심사원이 한국의 공장을 방문해 공장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SNI인증 신청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파트너 혹은 법인과의 상표 또는 브랜드 사용에 대한 협력서가 준비돼야 한다. 단순히 제품이 문제없다고 인증이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며 인니 내의 현지 법인이 인증을 신청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국내기업들은 현지 파트너를 찾은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게 된다.

2022년부터 인니 자카르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KTC는 인니 시장에 진출하고, 해당 산업 생태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 기술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KTC는 국내 최초 인니 TBT 지원센터를 개소해 SNI 표준을 포함한 다양한 인니 기술 규제에 대한 대응하고 있다. 인니에서는 최근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가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 기업과 중국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2023년 인니 표준청은 SNI 표준 중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와 충전기 전압’에서 48V 조항을 삭제했으며 이로 인해 48V 국내 KS표준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해당 시장 진입을 위해 추가 개발이라는 고충을 겪고 있다. KTC는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우리 정부에 기업 애로사항을 전달했으며 국내기업과 함께 인니 표준청 공청회에 참석해 48V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 공동 대응한 바가 있다. 앞으로도 KTC는 우리 기업의 인니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기술규제 해소를 위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KTC는 인니 정부와 함께 ‘전기이륜차 생태계 구축 ODA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기술·제도 전수 등의 컨설팅 역할 이외에 현지 시험소 구축과 연계해 시험기관 지정, 위탁 운영 등 ‘ODA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 확대와 현지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

또한 KTC는 인니 시장에 수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 네크워크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경 인니 국영전력공사(PLN) 인증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KTC는 해당 인증기관의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전기차충전기, 차단기, 전력 케이블 등 국내 제조업체의 전력기자재 인니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구 2억7000만명의 내수시장,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등 인니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한·인니 경제협력 강화 기조에 발맞춰 우리의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가 됐다. KTC는 히말라야 산악 등반을 도와주는 ‘셰르파(Sherpa)’처럼 시험인증과 표준협력을 통해 인니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기술 길잡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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