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는 인공지능(AI)이 이 시대의 새로운 ‘게임체인저’임을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킨 행사였다. 노동과 기술, 정보의 부족을 AI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AI와 결합된 모바일, 가전, 모빌리티, 에너지 신기술은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구현하며 글로벌시장을 열광케 했다.

연초에 불어닥친 AI의 물결은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동통신의 새로운 AI 기능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런 흐름을 타고 AI 시장의 글로벌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2월 2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2조 달러(약 2660조원)를 돌파했다는 뉴스는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그대로 반영했다. 시총이 2조 달러를 넘은 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최근 건설 관련 단체를 비롯한 중소 제조업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절규와도 같은 그들의 호소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여야 원내대표 면담, 10여차례 성명서 발표, 서명운동(5.3만명) 등으로 이어졌고 1월 31일 국회 본관, 2월 14일 수원, 2월 19일 광주 등 세 차례의 대규모 결의대회로 정점을 찍었으며 만약 21대 국회에서 유예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또 지난 2023년 11월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5년간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산지와 농지 등에 집중 설치된 데 따른 난개발과 송배전망 등 인프라 부족으로 전력계통 불안정 등의 부작용과 논란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또 산업부가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11.7%에서 20%로 상향하면서 계통보강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하고도 후속조치 이행에는 소홀했으며, 2021년 이를 다시 30.2%로 짧은 기간 급하게 상향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져 태양광발전의 출력제어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례, 즉 AI의 확산(데이터와 학습),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안전), 재생에너지 보급(환경) 등은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찾은 생존의 기술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80억명이 넘는 인구가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습이 필요하며,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찾아다고 해도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속도다.

분명 인공지능이 좋은 것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를 통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도,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무리한 속도로 확산시키면 ‘경제의 정체’와 ‘직업대체’로 인한 사회혼란(AI), 소규모 사업주에 대한 범법자 양산(중대재해처벌법), 전력계통 불균형과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선의의 피해(재생에너지) 등 적지 않은 사회적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급히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빨리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 빨리하려고 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따지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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