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이전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개회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유예법안이 처리될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처법은 지난 2018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끝에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2년 후인 올해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법의 취지대로 안전한 일터, 근로자의 안전은 무엇과도 교환하기 어려운 절대 가치다. 다만 목적이 옳다고 해서 과정과 절차, 수단을 무시하면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는 안전보건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에 반해, 중처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중처법은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부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법 이름처럼 ‘방지’보다는 ‘처벌’에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 예컨대 ‘사업주를 처벌하면, 근로자는 과연 안전해지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83만개가 넘는 영세 중소기업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예정대로 법이 시행되자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기공사협회 등 중소기업 단체들은 결사항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호남에서 잇따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법법 적용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기업계는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법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1일 여야 협상이 결렬된 이후 중처법과 관련한 논의는 현재까지 들려오는 바가 없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나 감독, 조사 기능 강화 등도 진전이 없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나 22대 국회에서 민생 현안으로 논의될 확률이 우세하다는 예상이 다수다.

법은 잘못이 없다. 법을 만드는 것도, 운용하는 것도 결국 우리 사회가 할 일이다.

현장의 혼란을 방치하면서 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법 제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절대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시행 자체에 만족하거나 매몰되기 보다는 충분한 보완과 대비를 통해 법을 안착시키고 실체적 안전을 얻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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