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각 대학의 새 학기 학사일정에 따라 정시모집전형이나 학과별 과목평가 또는 새 학기과목개설 등 다양한 학사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점이다. 대중음악관련 학과가 개설된 전문대 과정 이상의 전국의 총 88여개의 학교에서도 바쁘게 신입생들을 맞으며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K-Pop의 위세에 맞춰서 이제는 대중음악 관련 학과의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 가운데에는 비즈니스 관련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도 있고 최소한 ‘A&R’이라는 단어의 철자가 무엇인지 정도는 대부분 아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들과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현재 미디어를 통해 이해되고 있는 음악산업 내의 기획업무에 대한 막연한 오해가 많은 착시를 불러모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케이팝이 좋아서 대중음악 관련 산업계를 희망한다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지원이유에서는 참으로 신기한 공통점들이 한 가지 발견된다. “뉴진스나 아이유가 그리는 세계관이 멋있어서 대중음악계에서 일을 하고싶어요”라는 대답이 거의 80%쯤은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왜 그런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케이팝에 등장했는지 아니면 아주 기본적인 음악장르의 개념에 대한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이 횡설수설하거나 대답을 하지못해 안타까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학생인 단계에서는 막연히 해당 산업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품는 순수함이 자신의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믿는 입장이다. 어른들은 그러한 면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야하며,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미래형 상황에 대한 관측을 자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학습단계의 그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하는 능력과 스펙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면 여러 장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발견한다.  

미디어 기반의 대중예술 분야를 하나의 경험재로 평가하는 미국의 네이선 셰드로프(Nathan Shedroff) 같은 학자들은 경험에 도달하는 과정에 범용품(Commodity)-공산품(Pro duct)-서비스(Service)등의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한다. 이를 음악산업에 적용해 보면 작곡된 단 하나의 악보는 음악산업 내의 기획이나 프로덕션팀들의 제품개발부서(R&D)과정에 해당하는 A&R을 거쳐 홍보·마케팅·배급·공연 매니지먼트·머천다이즈상품 제작·저작권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적 서비스 단계를 거쳐서 개발된다. 이러한 서비스단계의 기능들의 현장에서는 실무자들에게 마케팅이나 경영, 행정, 계약, 정산 등의 정량적 평가나 연산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기능을 다수 요구한다. 일단 음악산업의 실제 현장업무들 가운데에는 기획자의 네크워크를 통해 관리되는 1/4정도의 창의노동 관계자들 외에는 산업계 내에서 그러한 창의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관계망을 쌓거나하는 관계망 비즈니스가 대세를 이룬다. 창의노동은 투입비용도 많이들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외주화(Out Sourcing)가 가능하다. 10인 이하 기업이 대부분인 음악업계에서는 돈을 쓰는 부서보다는 돈을 버는 부서에 비용과 인적자원을 좀더 투입할 수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은 언제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젊은 재원들이 음악산업계에서 그것도 기획쪽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면 단 하나의 문장으로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예산안을 짜서 회사에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라”.

예산안이란 해당 산업계 내부에서 통용하는 산업정보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츄어인 취준생이나 학생그룹에서 쉽게 알기힘든 정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형회사일수록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각 대학 동아리활동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앨범의 컨셉잡고 참고될만한 사진을 고르는 기초적 경험만으로는 실무형 기획자를 선택하기에 여전히 부족함이 따른다. 예술을 수단으로 삼지만 결국에는 음악회사도 이윤창출과 생산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선구안과 더불어 고등수학까지 안 가더라도 덧셈, 뺄셈의 산수(算數)적 업무능력을 최우선시한다. 결코 잊지마라. “음악도 수학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