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기자
                               윤정일 기자

#1. 환경부는 2008년 나주시에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만들기 위한 전처리시설과 그 연료를 활용해 열과 전기를 얻는 ‘고형폐기물연료(SRF3) 열병합발전소’(나주시 소재, 총 사업비 2260억여 원)를 일괄 도입키로 하고, 전라남도·한국지역난방공사·나주시 등 관계기관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2017년 기존 전남 권역의 SRF 외에 광주광역시의 SRF가 이 발전소의 연료로 쓰이게 되자, 나주시는 반발하며 발전소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려 했고, 4년 7개월여 간 발전소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한 채 관련 지역 SRF의 정상적인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는 법령상 근거 없이 발전소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 건축물사용승인, 고형연료제품 사용신고, 사업개시 신고를 고의로 거부 또는 지연했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광주광역시, 환경부 등도 모두 제역할을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2. 국방부는 파주시 일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지역에서 추진되는 주택건설사업이 건축고도 제한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택지개발 과정에서 군과의 협의를 요구하며 파주시에 허가 취소를 강요하거나 사업자에 과도한 보완시설을 요구하는 등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18일 공개한 규제개혁 추진실태 결과 중 일부다. 모두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규제개혁을 외치면서도 한편에선 본인들의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해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한 사례다.

규제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행정규제기본법)’으로, 규제가 당위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오로지 국민의 기본권에 부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국가와 지지체는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국민 반발과 불편을 고려해 규제를 삭제 또는 개선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정부는 항상 규제개선을 외치면서도 그동안 국민과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는 낮은 실정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RE100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상풍력만 해도 사업자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선 최대 10개 부처, 29개 법률에서 정하는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길게는 2~3년이 소요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분명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해상풍력이라는 시설이 산업뿐만 아니라 환경·안보·어업 등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다보니 기본적으로 해당 지자체 외에 산업부를 비롯해 환경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와 조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허가 과정을 오로지 사업자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대만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보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시아 최대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발돋움한 대만은 인허가 문제나 주민들과의 소통 문제,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팔을 걷어부쳐 해결했다는 점은 당장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전사업 허가까지 받고도 지리한 인허가 문제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80여개 풍력발전단지(27GW)들은 지금도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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