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리스크랩 소장
김훈 리스크랩 소장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를 기록했다. 1980년대 평균 경제성장률은 8.9%였고, 1990년대는 7.3%, 2000년대는 4.9%였으며, 2010년대에도 3.3%를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2023년에 들어 1%대로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대표적인 부국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2023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08억달러를 절감하고 인력비용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2010년 유럽의 금융위기 당시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향해 돈 달라고 하지 말고 섬이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그리스가 경제 수렁에 빠진 독일에게 섬을 팔아서 재정적자를 메꾸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독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 제조업의 GDP비율이 28%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높은 국가가 있다. 한국이다. 한국의 제조업 비율은 30%나 된다.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의 최대 약점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생산비용을 증가시켰고, 운송 및 물류에도 영향을 주어 경제 전체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밖에도 독일은 현재 낮은 생산성과 노동인력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더 심하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생산성이 낮은 국가이다. 게다가 인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 추세라면 2060년대 말이면 350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은 상품을 만들어도 팔리지가 않으며, 일할 사람이 없으나 생산능력 또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부채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대로라면 50년 뒤 한국은 정부부채가 GDP의 2배를 넘을 것라고 경고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식과 기술로 먹고 살았던 한국에게는 큰 문제다. 입시경쟁에 지친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졸업 후에는 취업 경쟁에 지치고, 취업을 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나 먹고 살기도 벅찬데 아이를 낳아 기를 여유가 있을리 없다. 

​한국 청년들이 사회에서 겪는 경쟁은 정말 심각할 지경이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경쟁이 치열한 국가에서 사회적 진보는 어렵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너무 견고하다는 뜻이다. 경쟁이 현재 있는 시스템을 지키는 행위라면 진보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진보는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협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속가능한 목표달성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승자독식과 부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사회에서 이것을 기대할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경제구조가 경쟁을 심화시키고, 국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노동환경 개선과 더불어 해야 할 일은 교육개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입시경쟁률이 높은 국가가 한국이다. 이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가 발생하고 이것은 결국 가계부채로 이어진다. 게다가 뛰어난 학생들이 국가의 부와 기술을 창출하는 공대에 들어가 공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벌기 쉬운 의대로만 가려고 한다. 사회가 엔지니어를 우대해주지 않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과 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에게 과학기술의 향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정치적인 리스크도 문제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활로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의 외교정책은 실용적인 측면을 한참 벗어나 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역설적이게도 한국보다도 중국과 사이가 더 좋지 않은 대만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은 대만에게 1위 자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2024년은 매우 힘든 해가 될 것이다. 한국이 코리아 피크를 찍고 내려막 길을 내달릴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도약의 길을 걸을 것인가의 분수령은 2024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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