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지식인들은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 왕이 백성들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사실을 알았을까?

기록의 나라 조선이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문헌도 찾을 수 없다.

동아시아에서 왕은 퇴위시킬 수는 있지만, 적의 왕이라 할지라도 죽일 수는 없었다. 특히 다스림을 받는 백성에 의해 죽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동아시아를 보는 시각은 상반됐다.

계몽철학자 볼테르는 자신의 서재에 공자 초상을 걸어두며 중국을 찬양했고 삼권분립을 주장한 몽테스키외는 전제국가라고 비난했다.

당시에도 유럽의 명저 중 상당수는 번역돼 중국에서 읽혔다. 한문으로 번역된 만큼 조선의 지식인들 역시 읽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산 정약용이 적은 원목(原牧)에는 “대여섯 백성들이 이웃과 다툼을 잘 해결해준 사람을 이정(里正)으로 추대하고...대여섯 주장들이 국군(國君)을 뽑고...대여섯 국군이 방백(方伯)을 뽑고...사방의 방백이 뽑은 자를 황왕(皇王)이라 하였으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서구의 사회계약론과 비슷한 내용이다. 조선 후기 소수의 양반들은 프랑스혁명을 알았지만, 기록으로 남겨놓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시 지식인 계층이 두텁지 않았고 세력화되지 못해 알았다고 할지라도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조의 문체반정, 같은 유학이라고 할지라도 주자학과 다르면 사문난적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백성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왕을 처형했다는 사실은 금기어였을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추구했던 지난 정부에서 원자력은 금기어였다. 원자력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색깔을 붙여 핑크수소라고 했다. 지금은 원자력수소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지난 정부는 현 정부보다 지구온난화를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고 했다. 효과적인 수단인 원자력은 배제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목적은 탄소중립인지 원전 반대인지 알 수 없다.

일본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금기어’였던 원전 신설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해외 원전 수주에서 우리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최근 분산전원으로서, 수소생산의 방법으로 가압경수로형이 아닌 4세대 원전인 고온가스로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온가스로형은 1500℃까지 올라가는 고온으로 전기가 아닌 열분해로 수소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쉬지 않고 원전을 개발한 중국은 이미 고온가스로형으로 전기를 생산 중이다.

지자체 보도자료를 보면 수소도시를 내건 곳이 상당히 많지만, 원자력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로 수소를 생산한다는 곳은 없다. 만약 지난 정부에서 4세대 원자력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가장 앞선 수소국가가 됐을지도 모른다.

금기어가 많은 나라는 대부분 독재국가이고 정상적인 나라가 별로 없다.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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