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업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LED조명 시장을 레드오션'이라고 표현해도 더 이상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

국내 조명시장은 이미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평정했다. 조명 단품을 팔아서는 직원들의 월급 주기도 힘든 시절이 됐다. 조명가격은 떨어질 만큼 떨어져 기업들이 이윤을 남겨 기술개발, 인력양성, 신제품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힘들어졌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한때 조명업계를 호령했던 글로벌 조명기업들도 과거의 영광은 옛말이 됐다.

그 사이에 앞 다퉈 국내 조명시장에 진입했던 대기업들은 5~10년 새에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내수시장만을 바라보며 아웅다웅 하는 중소 조명기업들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조명산업의 영세함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광융합산업진흥회가 국내 774개 광융합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223개 광조명업체 중 10인 미만 업체가 전체의 67.8%에 달했고 기업의 미래경쟁력과 관련 있는 R&D부서 보유 비율은 11.7%에 그쳤다.

또 수출을 위한 전담부서 보유비율 역시 광융합산업 업중 중에 가장 낮은 16.7%(해외법인 보유 비율은 6.3%)에 머물러 대부분의 업체들이 내수시장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000억원이 넘는 국내 LED조명 조달시장에서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 미만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타 업종에 있다가 2000년대 초반 장밋빛 LED조명 시장의 가능성에 혹해 조명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투자금만 낭비하고,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업계에 남아 있는 사장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내년에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조명기업들의 무력감과 자괴감이 LED조명시장을 레드오션으로 정의한 필자의 근거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값싼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조명가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LED조명이 시장을 장악한 배경이다.

때문에 국내 시장에선 중국산과 경쟁하는 무모한 도전 대신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최근 양극화, N극화, 단극화 등 평균값이 실종된 사회를 살고 있고, 소비자가 모르는 욕구를 먼저 파악하고 발생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공해야 하는 ‘선제적 대응기술’이 요구되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조명을 넘어서는 제품 출현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기존 조명이 갖지 못한 기능, 부가가치를 높인 조명만이 국내 기업들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성장 동력이며, 이와 같은 조명은 바로 ‘스마트조명’이라고 단언한다.

문제는 시장의 수요가 있느냐다. 또 아직 표준도 정비가 덜 돼 있다. 표준화가 담보되지 않으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업체들을 통제할 수 없다.

최근 다행스러운 것은 엘이디산업포럼이 국회 김성원 의원실과 함께 ‘스마트조명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를 열고, 이 자리에 장영진 산업부 차관을 초청해 여러 의견을 교환한 일이다. 장 차관은 이날 “스마트조명은 분명 미래산업이며, 효율이 중시되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인 만큼 애정을 갖고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과 수요를 만드는 일은 스마트조명 업계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다. 이 마중물이 있어야 기업들도 의지와 희망을 갖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스마트조명 산업 육성에 필요한 마중물을 정부가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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