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리더십과 HR전공)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리더십과 HR전공)

 

리더의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고독하고 힘겹다. 자신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해서도 안된다. 리더의 권력은 구성원들로부터 빌려온 것이고 빌려온 권력은 성장과 안정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그 빚을 갚지 못하거나 사유화한다면 저항은 불가피해진다. 더욱이 그 권력이 저항을 억제시키는 용도로 쓰이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리더본인부터 감당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조직을 일부러 불행하게 만드는 리더가 어디에 있겠는가? 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리더 본인이 먼저 중심을 잡고 신중한 판단과 불굴의 의지로 문제를 해결하여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이다. 리더의 자리는 그런 자리고 그래서 리더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리더는 능력과 품격을 인정받고 그 자리에 오르겠지만 한사람의 리더가 보유한 능력과 품격만으로 조직을 지킬 수는 없다.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 할지라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의사결정 실패를 예방하는 일이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리더 한사람의 책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의사결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리더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리더 또한 사람인지라 중대한 문제 앞에서 흔들림 없이 냉철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반대자를 곁에 둘 수 있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들어야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고 한다. 악마의 변호인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인 추대 제도에서 유래했다. 즉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해 일부러 반대자를 선정하여 집단사고와 편견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수단이다. 

오래전 사례이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픽사를 이끌 때 반대자를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인크레더블은 픽사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고 연출은 디즈니 출신인 브래드 버드가 담당했었다. 지금은 픽사와 디즈니는 한 회사이지만 당시에는 치열한 경쟁사였다. 브래드 버드는 스티브 잡스에 의해 픽사로 영입되었는데 그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일에 있어서 만큼은 까칠한 사람이었다. 기존의 픽사 임원들은 브래드 버드를 곱게만 보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에게 브래드 버드의 지나치게 까칠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방식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내부의 비난을 견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비난을 견딜 것인지를 기존 임원들에게 선택하라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물론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조직내부에서 서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만장일치로 문제를 회피하고 그냥 넘기기 보다는 조직내부의 반대를 건강하게 검토하고 합리적으로 수용하여 외부고객의 비난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가 까칠한 브래드 버드를 인간적으로 진정으로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능한 브래드 버드의 충고를 무시한 대가로 고객으로부터 픽사의 작품이 비난을 받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외에도 성공한 리더 곁에 반대자가 있었던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리더가 편견을 해결하려면 도전 받는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1위로 만들고 CJ그룹 부회장을 지낸 이채욱 대표도 늘 반대의견을 먼저 진지하게 경청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조직내부에 위험을 예방해줄 수 있는 반대자를 포용하면 그 수혜자는 누가될까? 바로 리더 본인이다. 리더가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불안한 리더가 반대자를 포용하지 못하고 탓만한다면 누가 진실을 리더에게 말하겠는가? 반대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위는 위험을 보고도 눈을 감는 것과 같다. 눈을 감아도 위험은 눈 앞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리더는 반대자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반대자의 도전에 리더의 성공이 있다. 반대자를 감정의 눈으로 보지 말고 이성의 눈으로 봐야 진실을 볼 수 있다. 이점이 리더의 그릇을 결정짓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알아서 기는 부하가 위험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절대로 진실을 리더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서운 일이다. 맹목적 추종을 의리로 착각하고 침묵을 인격으로 오해한다. 리더 곁에서 리더 눈치만보고 진실에 침묵하는 자들만 있다면 리더가 가장 먼저 희생될 것이고 알아서 기던 부하는 자신이 불리해지면 언제든지 확보된 고급정보를 이용하여 리더를 배신할 수 있다. 자기부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리더는 반대자를 곁에 둘 수 있어야 성공한다. 반대자를 선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결국 리더의 몫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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