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을 주로 탐구하는 학자에 비해 일선의 실무가들이 세세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이론은 단순해도 현실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 입안자들은 탁상공론한다는 비판의 받지 않으려면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왜냐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차등제를 골자로 하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부산시가 기업 유치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학자가 아닌 부산상공회의소의 한 직원이 토론회에서 충남이 복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부산과 함께 전력자급률 1·2위를 다투는 충남은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수도권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의 전력자급률은 217%로 전국 1위였다. 2위 충남이 215%로 근소한 차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부산은 원자력발전 때문이고, 충남은 석탄화력발전 때문이다.

기자는 해운대에서 살고 있지만 대다수 주민은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원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됐고,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언론에서 원자력 기사가 자주 다뤄지니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로 보내고 부산시민들은 위험한 원전 옆에서 사는데 왜 서울 사람과 같은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가 하는 불만이다. 원전이 부동산 가격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 부산이지만 대기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다른 광역시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 부산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이 황 함유량이 높은 벙커C유를 사용해서 선박 안에 있는 발전기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정박 중인 선박들이 자체 발전기 대신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면 되는데 선사로서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럽다. 부산항이 물동항이 아니라 환적항이기 때문에 선사에 부담을 주면 다른 항으로 변경할 수도 있어 그러하지도 못한다.

부산에는 대기업이 거의 없고, 중소기업 위주 산업구조다. 부산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오르면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데다 오른 전기요금을 원가에 반영할 수 없는 하청업체의 지위에 있다. 그래서 부산 상공계에서는 2018년 이후 다섯 차례나 전기요금제 차등제를 건의했으며 이제 법이 만들어졌다.

최근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엑스포유치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부산 아세안게임 개최로 부산시가 재정난을 겪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전기요금차등제는 부산시에 좋은 기회다. 그러나 전기요금에만 의존해서는 수도권 기업들이 부산까지 올지 의문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외 다른 유인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엑스포 때문에 바빴다면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아니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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