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던 <마시멜로 이야기(2005)>라는 책을 보면, 욕망을 참을 줄 아는 ‘참을성’은 성공의 핵심 요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간식을 잠시 미뤄둘 줄 아는 것에서 확인될 수 있고, 인내심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읽혔다. 그러니 어떤 개인이 인내심이 부족해 보이면 ‘그래서는 원하는 것을 못 얻을텐데, 왜 그렇게 참지 못하는지’ 묻고 싶게 되기도 한다.

창업 초기 주위 사람들을 만나게 됐을 때도 인내심과 관련한 대화를 종종 나눴다. 일명 ‘MZ 세대 특징’으로 지칭되는 낮은 스트레스 내성으로 인한 채용 후 업무 문제 우려, 구직 포기 현상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도전하는데도 단기적 즐거움을 미루는 인내심이 요구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잊을만하면 떠올랐었다.

사실 이 책의 기반이 되는 ‘마시멜로 실험’은 이후 일부 내용에 대하여 반박에 직면한다. ‘실험에서 일정 조건을 기다리지 못하고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해당 조건이 달성됐을 때 간식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판단’이라는 반박(<합리적 간식 먹기(Rational Snacking)>, Holly Palmeri & Richard Aslin, 2013.1)이었다. 미래의 보상이 자주 현실화되지 않던,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에게는 신뢰할 수 없는 미래의 보상보다 당장 먹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 되는 경향이 높았을 뿐이라는 의미다. 결국 즐거움을 미뤄두는 결정에는 단순 인내력만이 아닌, 과거 인내라는 고통의 감수 ‘이후의 보상 경험’까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경험의 유무에 따른 반응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게임 장르가 하나 있다. 게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명 ‘소울(Soul)류’라고 부른다. 장르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적지를 향하는 플레이어(Player)를 방해하는 요소가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 아주 어렵게 제작된다. 예를 들어 서너 번의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쓰러뜨릴 수 있는 몬스터, 단 한 번에 사지로 내모는 함정, 조작 실수 한 번에 떨어질 수 있는 낭떠러지와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자비없이 플레이어를 ‘게임 오버(Game over)’ 시킨다. 둘째,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가 단기적으로 강해지는 수단이 거의 없다. 즉, 등장하는 적의 공격 패턴과 내가 공격할 타이밍, 피해야 하는 함정의 위치를 숙지하고 잘 대응하는 것만이 각 단계 클리어의 방법이다. 결국 소울류에서 요구되는 것은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 자신의 성장이다. 

따라서 이 장르의 게임 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보상이 주어지는 시기, 종류, 양의 적정성이다. 포기할 것 같은 순간에 보상을, 다음 고난을 감내하고 싶을 정도로 줘야한다. 이 구축에 성공했다면 플레이어는 매 단계를 클리어할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가 아닌 자신이 직접 성장해 고통을 이겨낸 쾌감이란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게임으로 인식하고 팬이 된다. 이 장르의 팬들이 고진감래(苦盡甘來)에 매료된 것을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 있는데, 이들은 갈수록 캐릭터를 ‘약하게’ 만들어가며 게임을 재차 클리어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고통을 인내하는 이유는 보상의 맛을 알기 때문인 것이다.

“제때, 알맞은 보상을 받고 있었는가?”

도전하지 않는, 쉽고 빠른 보상만을 택하는 개인이 조직 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개인의 특성을 탓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집단이 대상으로서 ‘인내하지 않는 사람들의 어떠한 결과들’이 과거보다 많이 발현됨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때는 잠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따져봐야 할 것은 ‘참아도 그에 따르는 적절한 보상은 없었다’고 느끼도록 만든 환경일 수 있다. 또는 이들보다 앞서 인내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으며 사는 모습을 못 보여준 것은 아닐지 말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