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연애관찰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가 연일 화제다. 총 11회분으로 방영된 16기의 에피소드는 순간시청률 7퍼센트대를 넘으며, 온라인상이나 일반인들 회식자리에서 뒷담화거리로도 계속 언급된다. 방송에 등장한 “경각심”, “나니까”등의 일상언어들마저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고, 헬스장 러닝머신의 대열에서 일렬로 시청되는 등, 그 인기가 대단하다.   

연애관찰예능의 붐이라는 최근의 방송미디어의 현상은 상당히 흥미롭다. 관찰예능은 카메라의 소형화가 이루어진 90년대 이후부터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포맷이다. 관찰예능에 있어서 ‘연애’라는 소재는 ‘먹방’, ‘여행’ 콘셉트와 더불어 인간에게 높은 연관성(relevance)을 부여하는 원초적 관심사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이브라함 테서(Abraham Tesser)의 연구에 따르면, 제한된 환경에서는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힐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인간의 감정은 ‘극단화’된 태도로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개의 연애관찰예능들은 오로지 연애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환경을 출연자에게 제공한다. 그 속에서 호감의 메시지들은 언어나 비언어적 표현들로 기호화돼 전달되지만, 오가는 해석들 사이에서 오히려 오작동(Noise)을 일으키며 드라마를 생산한다. 이 같은 오작동의 사례들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무수히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연애관찰예능이라는 엿보기를 통해 공명(resonance)하게 되는 것이다. 

 연애관찰예능의 붐에는 드라마에 비해 대폭적으로 낮은 제작비로도 일정량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급자적인 이유도 있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불과 1억원 내외의 제작비로 무려 10회분 이상의 콘텐츠 확보까지도 가능하다. 해외로케 등 제작비 상승의 변수들은 있겠지만, OTT를 통한 방영범위의 확대로 인해 최근에는 여러 지자체나 공기업 등의 제작지원과 다양한 PPL을 도모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또한 제작사들은 프로그램 IP를 동원한 외전(外傳)이나, 인터넷 라이브방송 등으로 프로그램 프로모션으로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의 연예관찰예능에서는 ‘해설(Commentary)’이 선사하는 오지랖의 재미가 또한 눈길을 끈다. 기존의 연애관찰예능들은 현장에서 수집된 영상들을 기반으로 중간중간 참여자들의 인터뷰들을 삽입함으로써 내러티브(Narrative)을 이끌어가는 연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스튜디오에 배석한 연예인 진행자들이 리액션을 담은 해설로 시청자들에 앞서 미리 ‘초점화(focalization)’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미 스포츠 중계나 유튜브 리액션 비디오와 같은 미디어경험을 통해 ‘초점화’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스튜디오 진행자들의 해설과 반응에 따라, 대중매체가 지향하는 ‘상관조정’과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선사받고 있는 셈이다. 

연애관찰예능은 비단 한국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일본의 ‘테라스 하우스’나 ‘러브러브 핑크버스’를 비롯, ‘투핫’, ‘연애실험: 블라인드 러브’, ‘퍼펙트 매치’, ‘러브 아일랜드’ 등, 수많은 나라의 컨텐츠가 OTT플랫폼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러브 빌리지’라는 일본의 한 연애관찰예능이 소박하게나마 눈길을 끌었다. 출연자들이 도시외곽 고택을 손수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연애담을 회당 25분의 속도감있는 편집으로써 총 18부작동안 소개한 작품이다. PPL같은 기업협찬은 아예 없었고, 편의점 판매직 10년차인 40대 여성의 연애담이나 이혼 경험 두번인 60대 여성의 로맨스는 사회자인 코미디배우 타무라 아츠시를 여러 차례 오열케까지 했다. 프로그램에는 90년대 인기아이돌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Shape of My Heart’가 연주버전으로 시종일관 반복된다. 원곡에는 “슬픔은 아름답지만, 외로움은 비극”이라는 가사가 담겨 있다. 우리는 관찰예능이라는 모형(Shape)속에서 어쩌면 슬픔마저 아름답게 공유할 심장(Heart)들을 통해 외로움을 들어내길 바라는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