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지난 8월 8일 미국 하와이 주(州)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 참사는 약12.1㎢가 넘는 면적을 태우고 일단락됐다. 그러나 약2200여 채의 건물 파괴, 97명의 사망자와 31명이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과 많은 인명 피해를 주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대규모 산불은 아니지만 동해산불로 명명되는 대형 산불이 2019년과 2022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산불로 인한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밀림은 생태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약 550만㎢의 광활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아메리카의 9개국에 걸쳐 있다.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약 72만㎢ 이상이 이미 벌채와 개간, 도시화로 훼손됐으며 대부분의 삼림 파괴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2가 위치한 브라질에서 발생했다. 이대로 계속 훼손이 된다면 2100년에는 아마존 밀림의 85%가 사라진다는 학계의 보고도 나왔다. 

 나무는 우리 인류와 가장 밀접하다. 인류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생활 터전은 물론 폭풍우와 같은 자연 재해와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안전한 장소로 피난하는 은신처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조류나 설치류 등의 집이라든지, 야생동물들의 쉼터, 먹이사슬 최하위 식물인 이끼류와 균류 등 여러 생물들의 생태 환경을 위한 제반 여건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먹이사슬의 맥을 이어주는 곳이다.

그럼에도 지인들에게 나무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면 막상 머뭇거리며 대답을 선뜻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나무는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일상의 교육과정에서 나무의 개념에 대하여 엄밀하게 설명을 안 해줬기 때문이다. 

나무는 뿌리와 줄기, 가지와 잎을 가진 여러해살이식물로써 목질 기둥을 가지고 있으며 줄기가 길고 형성층이 있어 굵어지는 쪽으로 생장하는 식물이다. 또한 인류가 가장 접하기 쉬운 재료 중 하나이며 가공이 쉬워서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가 사용해 온 다양한 재료의 하나로 석기와 철기를 사용하기 이전에 나무를 가장 먼저 생활용품 도구로 사용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인간과 함께 하고 있어 어쩌면 나무와 인간은 공생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무를 보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찌든 삶에 대한 온갖 망상이 사라지고 상큼해지는데 이는 아마도 나무가 발산하는 피톤치드 효과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항상 정갈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사람들은 나무의 이러한 모습에서 인생의 삶을 심미적으로 성찰하고 비유하기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은 거의 민둥산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나무의 90%를 거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여 펄프를 만들고 종이로 활용했다. 다행이도 60년대 말과 70년대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사방사업과 꾸준히 추진해온 치산녹화 정책에 힘입어 삼림이 많이 울창해졌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나무 소비에 대한 자급률도 높아 가고 있다. 

 우리는 삶에 있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상부상조의 관념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 사회적 조직으로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사람과 환경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두 말할 것 없이 불가분의 관계라 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친자연적, 친환경적 요소로 접근해 볼 때 나무에 대한 애착심과 나무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가 종이컵과 종이 한 장, 종이 포장재 등을 아무 생각 없이 쓸 때마다 어느 산자락에서 평화롭게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는 나무들이 집단학살 당하고 있는 것이다. 좀 비화적 표현이지만 인간 세계에서 이러한 대학살이 이뤄진다면 어떠하겠는가.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 나무들이 죽어 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 그루의 나무도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나무가 사라지면 건강과 행복 평화도 깨지며 인류도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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