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시장, 비효율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국민·中企 불신 키워
관행·제도에 대한 혁신 요구 높아, 기재부·조달청 대안마련 시급
조달청, "평가 이의제기 시 조사해 문제 있으면 개선, 심사평가 투명성 강화 노력"

그동안 공공조달 시장은 각종 편법과 커넥션, 불공정과 불합리한 관행 등으로 인해 국민과 조달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던 게 사실이다.정부는 이번에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마련해 혁신제품과 우수조달제품 제도 등 각종 조달제도를 개선하고, 조달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수도권의 한 도로에서 우수조달제품 지정을 받은 한 조명업체 관계자들이 가로등 교체공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본지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DB)
그동안 공공조달 시장은 각종 편법과 커넥션, 불공정과 불합리한 관행 등으로 인해 국민과 조달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던 게 사실이다.정부는 이번에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마련해 혁신제품과 우수조달제품 제도 등 각종 조달제도를 개선하고, 조달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수도권의 한 도로에서 우수조달제품 지정을 받은 한 조명업체 관계자들이 가로등 교체공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본지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DB)

#1. 최근 중소기업 A사는 혁신제품 최종평가에서 ‘인문·사회정책 전문가’라는 2명의 심사위원 심사결과를 듣고 분통을 터트렸다. A사 대표에 따르면 공공성을 평가하기 위해 들어왔다는 이 전문가들은 경쟁사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제품의 효과를 인정하지만 그 장점이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부족하며, 단기적 사회적비용 저감과 국민체감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애매한 평가를 내려 결국 A사에 박한 점수를 줬고, 이로 인해 A사는 혁신제품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A사 대표는 지금도 그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가 도무지 무슨 얘기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재신청 여부를 고민 중이다.

#2, 지방에 소재한 공기업 B사의 외부 심사위원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본인이 특정 프로젝트의 심사위원 참여가 결정되면 곧바로 그 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을 파악하고, 그중에서 본인이 아는 업체들에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몰래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업체가 1등을 하게 되면 그 심사위원은 업체로부터 적당한 대가를 받는다. 기업과 심사위원 간 검은 유착이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을 기자에게 전달한 업계 관계자는 “과연 순수한 마음에 새벽같이 일어나 지방공기업까지 가서 교통비만 받고 성심성의껏 평가할 심사위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이와 같은 업체와 심사위원 간 커넥션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귀띔했다.

이는 현재 국내 조달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쁜 관행들 중 일부다.

조달청은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각종 평가와 심사제도를 운영하면서 2중, 3중의 필터링 장치를 마련해놨지만 신청 업체들이 느끼는 불공정함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혁신제품 제도다.

혁신제품은 ▲중앙행정기관에 의해 수행된 R&D 결과물 ▲상용화 전 시제품 ▲기술인정 제품 중 혁신성이 인정돼 조달정책심의회에서 지정한 제품으로,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3년 간 수의계약 대상이 되고, 각 기관의 구매자는 구매면책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중소기업들은 획득이 어려운 NEP나 NET 대신 혁신제품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복잡한 지정체계와 함께 심사위원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제도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2019년 도입된 이 제도는 2000년 4716억원, 2021년 6223억원, 2022년 11월까지 5469억 등 3년간 1조6000억원 규모의 구매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실질적 체감효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잡한 지정체계와 함께 심사위원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공공성이 낮은 제품이 지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조달시장의 판단이다.

실제 혁신제품은 ▲국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패스트트랙Ⅰ, 부처 심사) ▲혁신시제품(패스트트랙Ⅱ, 조달청 심사)▲기술인정 혁신제품(패스트트랙 Ⅲ, 1차는 부처심사→2차는 기재부·조달청 심사) 등 복잡한 심사와 지정체계를 갖고 있으며, 공공성(40점)과 혁신성(30점)을 종합평가한다면서 인문·사회정책 분야 관계자가 심사위원에 포함돼 비전문적 식견으로 공공성을 평가하는 무리수를 둬 왔다는 게 심사를 받았던 업체들의 주장이다.

또 조달기업 간 과잉경쟁, 평가위원단과의 유착 고리 등 입찰평가 및 업체 선정과정에서 불공정개입 문제가 상존해 선의의 업체들이 피해를 입어왔다고 업체들은 강변했다.

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카르텔과 출혈경쟁이 난무한 민수시장과 달리 조달시장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만 있다면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소중한 무대”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는 발주기관의 갑질 내지 나쁜 관행, 불합리한 조달행태, 불공정한 심사 등으로 신뢰를 얻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정부가 대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은 이 같은 조달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4일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마련, 적극 추진하는 한편 조달정책심의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통해 세부과제별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조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혁신제품의 평가에 대해 이의신청이 접수된 것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관련 업체가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행정절차를 밟아서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14일 기재부와 조달청이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발표한 것은 잘못된 것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보다는 향후 조달시장의 공정성,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심사위원과 업체 간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그동안 심사위원 서약서 등을 받는 등 나름대로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제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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